'금투세=재명세' 부담 컸나, 野 결국 폐지 결론…증시 급등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4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며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를) 강행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재 주식 시장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9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예 대신 폐지’로 가닥을 잡은지 한 달여만이다.〈본지 10월 2일자 1면〉이 대표는 4일 “참 고민이 많았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기본적 원리가 당연하다”면서도 “1500만 주식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금투세는 앞서 문재인 정부 때 도입·시행이 결정됐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2년 유예를 발표해 별도 조치가 없으면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었다. 당초 민주당은 금투세 도입에 찬성했지만, 지난 8·18 전당대회 때 이 대표가 금투세 유예를 시사하면서 당내 논란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찬성·반대팀으로 나눠 금투세 토론을 심도 있게 진행하기도 했고, 지난달 4일엔 의원총회에서 금투세 관련 결정을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 결국 이 대표가 4일 폐지로 결론지으면서 3개월 이상 지속된 금투세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특검 정국에서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측 유예안을 거부하면, 금투세 시행 후 민주당이 주식 투자자의 원망을 뒤집어쓰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개미 투자자들이 일각에서 ‘금투세=재명세’ 등의 여론을 조성한 데 따른 부담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소식에 이날 코스피는 1.83%, 코스닥은 3.43% 급등했다.
이 대표는 이날 폐지 결정을 발표하면서 “금투세 면제 한도를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등 여러 제도를 고민했지만, 그걸로는 현재 증시가 가진 구조적 위험성과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칙과 가치를 져버렸다고 하는 개혁·진보 진영의 비난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통화에서 “우클릭 비판이야 일겠지만, 국민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이라는 ‘먹사니즘’이 이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선거법 위반(15일)과 위증 교사(25일) 1심 선고 공판을 앞둔 이 대표가 중도 포석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야당은 반발했다. 조국혁신당은 “정부ㆍ여당에 동의한 민주당의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심각한 입법 후퇴이자 정치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결정으로 조세 정의·정치 신뢰도 함께 폐지됐다”고 논평했다.
당내에서도 금투세 찬성론자인 정책위의장 진성준 의원 등이 “지도부가 정무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다만 이 대표는 금투세를 양보한 대신 “상법 개정을 포함한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주가조작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불공정한 시장인 것이 문제”라고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공격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 폐지는 국민의힘이 여름부터 굉장히 강조하며 집요하게 주장해 온 민생 정책 중 하나”라며 “민주당이 늦었지만 금투세 완전 폐지에 동참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달 중 본회의에서 금투세 폐지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심새롬·성지원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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