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방'이 이겼다…몰도바 대통령, 친러 후보 꺾고 연임 성공
몰도바 대통령 선거에서 친(親)유럽 성향의 현직 대통령이 친러시아 성향의 상대 후보를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몰드프레스에 따르면 대선 결선 개표가 99.5% 이뤄진 가운데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은 55.25%의 표를 얻어 친러시아 정당의 지지를 받는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득표율 44.75%)을 누르고 재선을 확정했다.
몰도바 선거관리위원회(CEC)에 따르면 이날 결선투표에는 168만여명의 유권자가 참여해 투표율은 54%를 넘었다. 앞서 산두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대선 1차 투표에서 42%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스토야노글로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렀다.
산두 대통령은 당선이 확실시되자 승리 연설을 열고 “친애하는 몰도바 국민 여러분이 역사책에 기록될만한 민주주의의 교훈을 줬다”며 “자유, 진실, 정의가 승리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공약으로 내세운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오는 2030년까지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산두 대통령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다. 몰도바 교육부장관과 총리를 지내고 지난 2020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EU 가입을 신청한 친유럽과 서방 성향의 인물이다. 이번 대선 공약으로도 EU가입과 러시아의 간섭과 부정부패를 내세웠다.
반면 경쟁자였던 스토야노글로 후보는 EU통합 추진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내세웠다. 친러 성향의 그는 검찰총장 재직 중 부패 척결 실패를 이유로 산두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됐다.
친유럽과 친러시아의 진영 대결 양상이었던 이번 몰도바 대선에선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몰도바 당국에 따르면 친러시아 사업가 일란 쇼르를 중심으로 친러시아 세력이 최대 30만명의 유권자에게 산두 대통령을 지지하지 말라며 금품을 살포하고 허위정보를 유포해 선거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몰도바의 재외공관 투표소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과 가짜 폭탄 위협 등도 보고됐다고 한다.
현지 경찰은 러시아 당국이 러시아 거주자들이 벨라루스와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 내 몰도바 공관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몰도바 측의 선거 개입 주장을 부인했다.
인구 250만 명의 소국이자 유럽의 최빈국인 몰도바는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친러시아와 친서방 성향의 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정치 분열을 겪었다. 현재 수도 키시너우의 유권자들은 대체로 EU 가입을 찬성하지만 농촌 지역 주민들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독립을 선언했으나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친러 성향의 트란스니스트리아와 가가우지아도 EU 가입에 반대한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술 마시면 2년 빨리 죽는다 "이 영양제 꼭 챙겨 먹어라" | 중앙일보
- "세입자 연락 안돼" 집 가보니…도마뱀·뱀 95마리 떼죽음 | 중앙일보
- '모다모다 샴푸' 망한거 아냐? 100억 사옥 팔고 돌아왔다 | 중앙일보
- "똥오줌 치우는 김 반장…폼은 쇼트트랙" 김동성 깜짝 근황 | 중앙일보
- "남편과 7년째 각방 쓴다"…'딤섬의 여왕' 정지선이 밝힌 이유 | 중앙일보
- 추성훈, 재일교포 차별 고백…"친구랑 싸우면 선생님이 나만 구타" | 중앙일보
- 고속버스서 거품 토하며 기절…휴대전화 충전하던 10대 감전사 | 중앙일보
- 속옷만 입고 대학서 시위한 20대…'히잡 의무' 이란서 무슨 일? | 중앙일보
- 승무원, 비즈니스석 승객에 무릎 꿇고 사과…대만 기내서 무슨 일 | 중앙일보
- 홈쇼핑처럼 "지금 시술하면 1+1"…'실손'이 바꾼 병원 풍경 [의료 망치는 비급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