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 겹경사... U-20 이어 U-17 월드컵 우승

심재철 2024. 11. 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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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에 4-3 승

[심재철 기자]

 북한이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 이어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까지 제패했다.
ⓒ 연합뉴스/EPA
17세 이하 북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우승 의지는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지난 9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 이어 이번 17세 이하 월드컵까지 제패하는 데 성공했다.

송성권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오전 7시 도미니카 공화국 산타 도밍고에 있는 펠릭스 산체스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17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물리치고 통산 3회 우승(2008년, 2016년, 2024년) 위업을 이뤘다.

북한은 이 대회 3연속 우승 트로피를 노리던 최강팀 스페인에 먼저 골을 내줬지만 3분 4초 만에 멋진 동점 골을 뽑아냈다. 또 연장 없이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PSO)에서 박주경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로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전일총의 동점 골, 박주경 골키퍼 슈퍼 세이브

유효슛 기록에서 스페인이 4-1로 앞선 전반을 득점 없이 끝낸 북한 선수들은 후반에 모든 것을 걸며 멋진 뒤집기 우승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47분에 강류미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스페인 수비수 카르모나의 슬라이딩 태클이 위험하게 강류미를 쓰러뜨린 것이다. 하지만 VAR 영상 판독 후 도스 산토스 주심은 파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후 스페인의 첫 골이 60분 31초에 들어갔다. 이번 대회 5골로 득점왕을 예약한 파우 코멘다도르가 왼쪽 측면을 완벽하게 돌파하며 낮게 깔아준 크로스가 골문 앞을 지나쳐 반대쪽에서 기다리던 셀리아 세구라의 노마크 왼발 슛으로 들어간 것이다.

북한은 이후 특유의 빠른 역습 패스를 계속 시도했다. 4강에서 미국을 무너뜨린 주인공 로운향의 과감한 공간 패스가 3분 4초 만에 멋진 동점 골을 도왔다. 스페인 수비 뒤쪽 공간을 노리고 전일총이 빠져들어 가 상대 골키퍼까지 따돌리고 오른발 동점 골(63분 35초)을 터뜨린 것이다.

이 골이 곧바로 동점 골로 인정받기까지는 몇 분이 걸렸다. 전일총의 오프사이드 여부를 세밀하게 VAR(비디오 보조 심판)로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벤치에서 로운향의 패스가 이어지기 직전에 파울 상황까지 판독 요청해 확인 시간이 더 걸렸지만 전일총은 오프사이드와 상관없는 팔 부분이 앞서 있던 것이라 골로 인정됐다.

75분에는 스페인의 결정적인 추가 골 기회가 이어졌다. 알바 세라토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북한 골키퍼 박주경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기막히게 쳐냈다. 박주경의 슈퍼 세이브는 연장 없이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에도 빛났다.

스페인 두 번째 키커 애슐리 산티아고의 오른발 슛이 낮게 깔려 들어가는 것을 박주경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낸 것이다. 이어진 북한 두 번째 키커 정복영도 스페인의 라이아 로페스 골키퍼에게 막혀서 고개를 숙였지만 스페인의 세 번째 키커인 파우 코멘다도르의 오른발 킥이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가는 행운까지 북한 소녀들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이어진 키커들의 정확한 11미터 킥들이 다 들어가고 마지막 키커로 나선 북한 공격수 강류미가 오른발 인사이드킥을 정확하게 왼쪽 구석으로 꽂아 넣으며 우승 팀이 결정됐다. 2018년 이 대회 8강에서 스페인에 승부차기로 진 아픈 기억을 씻어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송성권 북한 U-17 여자대표팀 감독은 우승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의 최강 팀이 세계적인 최강팀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팀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돼 싸운 것이 우승 원동력"이라고 말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결정적인 동점 골을 넣은 전일총은 대회 최우수선수에 해당하는 골든 볼 트로피를 받았으며, 승부차기 세 번째 키커로 나와 실축한 파우 코멘다도르는 5골로 대회 득점왕 트로피(골든 부트)를 받았다.

FIFA는 이 대회 참가국을 24팀으로 늘려 2025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2025년부터 5년간 모로코에서 연속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 결과
(11월 4일 월요일 오전 7시, 펠릭스 산체스 올림픽 스타디움 - 산타 도밍고, 도미니카 공화국)

북한 1-1 스페인 [골 기록 : 전일총(63분 35초,도움-로운향) / 셀리아 세구라(60분 31초, 도움-파우 코멘다도르)]
- 연장 없이 PSO 4-3으로 북한 우승!

북한 U-17 여자대표(4-4-2 포메이션) 선수들
FW : 강류미, 최일선(44분↔호경)
MF : 전일총, 로운향, 서류경(60분↔최연아/90+3분↔정복영), 최림정
DF : 박일심, 리봄, 리국향, 리예경
GK : 박주경

FIFA U-17 여자 월드컵 역대 결승 기록
2024년 우승 북한 1-1(PSO 4-3) 스페인
2022년 우승 스페인 1-0 콜롬비아
2018년 우승 스페인 2-1 멕시코
2016년 우승 북한 0-0(PSO 5-4) 일본
2014년 우승 일본 2-0 스페인
2012년 우승 프랑스 1-1(PSO 7-6) 북한
2010년 우승 한국 3-3(PSO 5-4) 일본
2008년 우승 북한 2-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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