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민주주의를 강화할 시기가 왔다

성찰과성장 2024. 11. 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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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추천 도서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성찰과성장]

 이 달의 도서 추천 -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성찰과성장
한국인에게 정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해준 마이클 샌델의 2023년 작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Democracy's Discontent)를 추천한다.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책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민주주의의 불만' 정도로 해석되는데 왜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로 번역했는지 의문이다.
책 내용도 공화주의의 성격이 변질되면서 민주주의가 약해지고, 돈이 많은 소수에 의해 세상이 지배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핵심이다. 책 띠지에 적힌 글은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 "민주주의는 정말 선한가?"라는 질문은 책에서 만나볼 수 없어서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표지
ⓒ 와이즈베리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초기 미국에서 '시민은 공동선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정부는 시민에게 자치에 필요한 소양과 덕목을 적극적으로 심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했다는 것이다.

샌델은 그 근거로 미국 초기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연설을 분석하는데, 필자의 기억에 가장 남는 내용은 미국 3대 대통령인 제퍼슨이 '대규모 제조업은 공화주의 시민의식의 전제조건인 독립성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며 대규모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반대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제퍼슨을 포함한 전통 공화주의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시민의식은 자신이 소유한 생산수단을 가지고 자유롭게 상품을 생산할 때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대규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처럼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강제로 일을 한다면 시민 의식이 성장할 시간과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시민의식의 악화가 우려되어 경제성장을 반대하다니!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주장이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봤을 때 미래를 아주 잘 예측한 주장이기도 하다. 생업에 치여 혼자 먹고 살기도 바쁜 현대 사회에서 시민의식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은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것이다.

두 번째 흥미로운 지점은 '자유'에 대한 생각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자유관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뭐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일 것이다. 그런데 책에서는 또 다른 자유관을 소개한다. 19세기 미국에서 '자유'는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를 다스릴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즉 '자치'를 하는 사람이 자유로운 사람인 것이다.

이때 공동체를 다스리기 위한 의견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를 것이므로 사람들에게는 '모두의 의견을 동등하게 존중하면서 이를 하나로 이끄는 토론의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시스템과 교육이 필요하며, 19세기 미국의 정치인들은 그러한 교육을 통해 시민의 덕성을 기르는 일을 국가가 나서서 해야한다고 보았다. 필자가 보았을 때 19세기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실행시키는 토대가 되는 개념이었다.

20세기를 지나면서 자유의 의미는 위에서 앞서 전자의 의미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독립적이며, 스스로 무엇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하며 '시민의 덕성'과 같은 도덕적 가치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 중지하도록 요구 받았다.

공동선을 고민하던 시민은 시장의 상품과 서비스, 중앙 정부의 복지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되었고, 국가 경제 정책은 생산과 분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자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흐려졌으며 정치인을 뽑는 투표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만족하게 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고, 원하는 것은 국가에 요구하는 정도로 끝낸다.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치를 잊고 지낸 사이 정치는 거대 자본과 소수의 권력자에게 넘어갔다. 글로벌 대기업과 금융 기업에게 이익이 되는 법안이 계속 통과된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없애야한다고 복지 예산을 축소시키면서 고소득자의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모순적인 주장을 펼친다. 자치할 방법과 시간을 잃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삶은 점점 힘들어 지고, 소수만 잘 살고 있는 상황에서 분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샌델과 마찬가지로 필자는 이것이 미국의 트럼프,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기존의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꼈기 때문에 그저 새로운 인물을 찾은 것이다. 새로운 인물들이 나라를 더 망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민주주의가 약해졌고 자본은 강해졌다. 사람들은 소수의 권력이 만들어낸 정치 구조 속에서 그저 살아가고 있다. 경제는 살아날 생각을 하지 않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청년들은 그저 쉬고 싶어 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답은 간단하다.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책의 결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듯이 경제 성장은 불가능해 보이고, 성장한다 해도 내 삶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가지긴 어렵다. 4차산업은 일자리를 오히려 줄이고 있는 것 같다. 제조업 등 기존의 산업은 생산력을 늘림으로써 이윤을 챙기는 것이 아닌, 임금 등 비용을 줄임으로써 이윤을 늘리고 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포기한(자치를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유는 경제성장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일부 맞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모두가 자본에 먹히고 있다. 자치를 통해 다시 민주주의를 강화할 시기가 왔다.
 민주주의는 모두에 동등한 발언 기회 제공을 넘어 스스로 공동체를 다스리는 능력, 즉 '자치'로 나아가야 한다.
ⓒ 성찰과성장
자치를 강화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우선 '자유'에 대한 보편적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미국 초기 공화주의자들이 '자유'를 대했던 태도를 참고하여, 자치에 참여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는 교육이 필요한데, 이미 몇 지자체에서 실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민주시민 교육이 이를 위한 교육일 것이다.
두 번째로 사람들이 자치를 실현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임금노동시간의 축소가 필요하다. 과거 미국에서는 임금노동을 자유로운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강제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자본가에게 종속되는 것으로 생각했고, 이는 자치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필자도 이 생각에 동의한다.
 OECD에 비해 여전히 높은 우리나라의 노동 시간
ⓒ KDI
따라서 자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임금노동시간을 축소하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노동 또는 자치에 참여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임금노동시간을 축소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기본소득이나 참여소득도 있고, 법정 노동시간을 더 축소하고, 원하청 구조의 변화 등등… 애달픈 것은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의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제도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강화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지역사회에서 '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시민사회 활동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도를 바꾸기 이전에 시민들이 스스로 시민적 덕성을 키운다면 그것이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것이 필자가 책을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이 책을 특히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지역사회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충분한 통찰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작성: 신동주
편집: 박배민
기획: 성찰과성장.com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외부 채널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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