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토하고 쓰러진 정년이, 간판 스타의 숨겨진 실체
[김상화 칼럼니스트]
▲ tvN 드라마 '정년이' |
ⓒ CJ ENM |
그런데 절친 홍주란(우다비 분)은 자신의 기대와는 다르게 상대역으로 허영서(신예은 분)를 택했다. 이에 분을 참지 못한 정년은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때 주란의 대답은 정년에게 비수로 다가왔다.
"난 네가 무서워. 그럴 때 넌 네 역할도 상대역도 무대도 잡아먹는다. 남는 건 윤정년 너밖에 없어"(주란)
정년은 과몰입으로 무대를 망친 전력이 있기에 친구 주란도 이를 부담스러워한 것이다. 결국 정년은 초록이(승희 분)와 손잡고 오디션에 도전한다.
▲ tvN 드라마 '정년이' |
ⓒ CJ ENM |
"동굴 벽을 보고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넌 수단, 방법을 가리면 안 돼. 이러다 영서한테 밀리면 영영 끝이다." (혜량)
과거 영화 <서편제> 같은 판소리 소재 작품에서도 종종 등장하듯이 신체를 혹사하는 소리꾼들의 득음 과정은 자칫 모든 것을 잃게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방법이다. 서혜랑은 정년의 간절한 심정을 악용해 오디션을 망치려 한 것이었다.
혜랑의 계략대로 정년은 피를 토하면서 연습에 매진했다. 이를 알게 된 옥경은 혜랑에게 분노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 tvN 드라마 '정년이' |
ⓒ CJ ENM |
드디어 기다렸던 오디션 날, 하지만 과도하게 몸을 혹사한 탓에 정년의 목소리는 제대로 나올 리 만무했다. 심사위원들이 오디션 중단하려고 하자 정년은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다. 정년의 도전을 만류했던 강 단장은 "이 무대가 저 아이에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라며 위원들에게 부탁했다.
어렵게 소리를 내던 정년이 어느 순간 탁 트인 목소리를 내자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하지만 그 순간 피를 토하면서 정년은 무대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 정년은 득음에 성공했지만 자칫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
▲ tvN 드라마 '정년아' |
ⓒ CJ ENM |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거센 도전에 대한 두려움, 동료 옥경을 향한 애정 혹은 과도한 집착으로 야기한 일련의 사건 등이 한 번에 드러났다. 이는 삐뚤어진 선배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참혹한 결과였다. 단아한 외모 속에 날카로운 비수를 숨기고 있는 서혜랑 역을 맡은 김윤혜의 진가는 이번 7~8회에서 빛을 발했다.
이와 대비된 인물은 강 단장이었다. 조직의 리더답게 냉철하면서도 속 깊은 마음을 지닌 강 단장은 정년의 재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과도한 욕심으로 극을 망쳤던 정년을 매몰차게 무대에서 내치는가 하면 대타 배우가 필요한 상황에선 기회를 부여해 이를 만회할 수 있도록 했다.
어느 순간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음을 간파한 강 단장은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마라. 이건 단판 승부가 아니야"라며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기보단 먼 곳을 바라보라고 조언했다. 참된 어른과 그렇지 못한 선배 캐릭터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아직 부족함 많은 젊은 소리꾼 정년이의 성장 과정은 더욱 드라마의 재미를 키워나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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