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도, 밀라노도 파란불… 쇼트트랙 더블 에이스 최민정-김길리
에이스가 둘이다.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26)과 김길리(20·이상 성남시청)가 환상의 호흡으로 월드 투어에서 메달 4개를 합작했다.
최민정은 4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모리스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쇼트트랙 월드 투어 2차대회 여자 500m 결승에서 42초406의 기록으로 산드라 벨제부르(네덜란드·42초087)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전날 여자 1000m 금메달을 따냈던 최민정은 이틀 연속 입상했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김길리는 3위에 올라 함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길리는 앞서 열린 15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올 시즌부터 월드컵을 월드투어로 이름을 바꾸면서 대회 방식도 손질했다. 계주 포함 메달 이벤트를 이틀 동안 치르고, 추가 종목을 없애면서 한 선수가 전종목(500·1000·1500m)에 모두 나설 수 있게 했다. 모든 종목에서 정상급 선수가 출전하고 체력 부담도 커져 메달 획득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최민정과 김길리는 2차 대회에 걸린 개인전 메달 9개 중 4개를 합작하는 선전을 펼쳤다.
2018 평창·2022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정은 2022~23시즌을 마친 뒤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1년간 쉬면서 재정비하기 위해서였다. 복귀를 앞둔 최민정은 "국제대회를 쉬면서 내가 놓쳤던 부분을 돌아볼 수 있었다. 스케이트 날도 정비했고, 기술도 연마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민정은 자신의 말대로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1차 대회에서 동메달 1개(여자 1500m)로 시동을 걸더니 2차 대회에선 세 종목 모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1500m 결승에서 앞서가던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즈울드(미국)에 걸려 넘어지지 않았다면 전종목 포디움도 가능했다. 최민정은 1500m에서 넘어지고도 500m에 곧바로 출전해 메달을 따내는 투지를 발휘했다. 최민정은 "월드투어로 복귀하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길리는 최민정이 없는 동안 빈 자리를 훌륭하게 채웠다. 월드컵 시리즈 시즌 랭킹 1위를 차지해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크리스털 글로브를 수상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처음으로 금메달(1500m)을 획득했다.
김길리의 롤모델은 최민정이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훈련하며 최민정처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키웠다. 둘은 체격(최민정 1m62㎝, 김길리 1m60㎝)도 비슷하다. 침착하고 안정적인 레이스를 한다는 점도 닮았다. 김길리는 "민정 언니가 기술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2023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최민정의 소속팀 성남시청에 입단해 한솥밥을 먹고 있다.
호흡도 좋다. 한국의 취약종목인 500m에선 준준결승, 준결승, 결승까지 계속 같이 달려 메달까지 함께 따냈다. 동시에 추월하고, 앞뒤로 달리며 상대 선수를 견제하는 등 '팀 스케이팅'의 진수를 보여줬다. 조해리 해설위원은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가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두 선수는 이번 시즌 종합 랭킹 2위, 3위를 달리고 있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2025년 2월 7~14일) 전망도 밝다. 아울러 2026년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역시 두 선수가 지금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선전이 예상된다.
장성우(22·고려대)는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5초01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윌리엄 단지누(캐나다·1분24초863)에 이은 2위에 올랐다. 장성우는 박지원, 김태성(이상 서울시청), 박장혁(스포츠토토)과 함께 나선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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