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 불복 노골화 속 美 현대사 최고 접전 막 오른다

임성수 2024. 11. 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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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해리스, 우편투표로 1표 행사…사전투표 음모론 불식
해리스 1기냐, 트럼프 2기냐 상반된 미국 전망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현대사 최고 접전이었던 대통령 선거가 5일(현지시간) 현장 투표의 막을 올린다. 사전투표가 7500만표를 돌파한 가운데 여론조사는 막판까지 초박빙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막판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자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불복 발언도 노골화하고 있다. 선거 이후에도 적잖은 혼란과 후유증이 예상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킨스턴에서 유세를 하기 위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리티즈에서 열린 유세에서 2020년 대선 패배와 관련해 “백악관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내가 떠난 날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떠나지 말아야 했다”며 “우리는 너무 잘했고 훌륭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지금 모든 투표소마다 수백 명의 변호사가 서 있었다”고 말했다. 2020년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의사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올해 대선이 부정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음모론도 언급한 것이다.

CNN은 “트럼프의 발언은 2024년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2020년에 그가 사용했던 ‘플레이 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선거 사기를 주장해왔다. 당시 보좌관에게 “선거에 이겼는데 어떻게 나갈 수 있느냐”면서 백악관에서 버티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가 2020년 대선처럼 개표 도중 막무가내로 승리 연설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당시 수백만 표가 개표되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개표 결과 조 바이든 당시 후보의 승리로 나타났지만, 트럼프는 승복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우편투표 개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인데, 트럼프가 조기에 승리를 선언하면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공화당 우세주인 아이오와에서 해리스에게 3%포인트 지는 것으로 나타난 한 여론조사와 관련해 “그들은 공화당원보다 민주당원을 더 많이 조사했다”면서 “왜 그들은 민주당에 크게 편향된 여론조사를 발표했느냐”고 비난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악마적”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언론에 대한 적개심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자신을 둘러싼 방탄유리를 가리키면서 “누군가가 나를 겨냥하려면 (자신의 앞쪽에 있는) 가짜뉴스를 거쳐서 총을 쏴야 하는데, 나는 신경 안 쓴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들에게 총을 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자 트럼프 캠프는 “언론도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방탄유리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국제공항에서 부통령 전용기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스는 이날 우편투표로 자신의 1표를 행사했다. 해리스는 기자들에게 “내 투표용지가 캘리포니아로 가고 있다. (선거) 시스템이 내 표를 거기에 도착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2024년 선거를 위해 마련된 시스템은 무결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트럼프와 차별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리스는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에 올인했다. 해리스는 미시간 디트로이트의 한 교회 예배에 참석해 “미국은 정의를 향해 역사의 물줄기를 돌릴 준비가 돼 있다”며 “이제 페이지를 넘겨 역사의 다음 장을 쓰자”고 했다.

해리스가 선거 승패를 좌우할 7대 경합주에서 반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는 이날 또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지난달 24일부터 전날까지 7대 경합주 투표의향 유권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는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조지아 등 4곳에서 트럼프보다 1~3%포인트 앞섰다.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는 두 후보 모두 각각 48%와 47%를 얻어 동률이었다. 트럼프는 애리조나에서 해리스에 4%포인트 앞섰다. 다만 NYT는 모든 수치가 오차범위 내여서 어느 후보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해리스는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226명을, 트럼프는 219명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대 경합주에 분포된 나머지 선거인단 93명을 어떻게 차지하느냐에 따라 미국 대권의 운명도 결정된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두 개의 미국’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혀 다른 공약과 비전으로 충돌했다. 해리스는 민주주의와 여성의 재생산권을, 트럼프는 경제와 불법 이민 문제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외교 분야에서도 해리스는 동맹과 가치를 중하는 다자주의 안보 정책을, 트럼프는 철저한 이익 중심의 미국 우선주의를 부각했다. 지지층도 해리스는 흑인과 여성, 젊은 층 중심, 트럼프는 백인과 남성 중심으로 양극화됐다. 해리스 1기냐, 트럼프 2기냐에 따라 미국은 전혀 다른 항로로 나갈 전망이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향후 4년 뿐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지구 전쟁을 비롯해 한반도 등 전 세계 안보 지형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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