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팔 당겼다가 '아동학대 유죄' 된 교사…대법이 뒤집었다
자리에 앉아 버티는 아이에게 교사가 일어나라며 팔을 잡아끈 것은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8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의정부지법 판결이 잘못됐다고 보고, 무죄 취지로 판결을 다시 하라며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사건은 5년 전 해당 아동이 초등학교 2학년이던 때에 벌어진 일이다. A씨는 모둠을 나눠 토의한 뒤 모둠 대표가 발표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해당 아동이 가위바위보를 진 탓에 자신이 원치 않는데도 발표를 하게 된 게 화근이 됐다. 아동은 토라져 발표를 거부했고 이후 이어진 병원 놀이 수업과 율동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점심시간이 돼 A씨가 “급식실로 이동하자”고 했지만, 해당 아동은 따르지 않았다. A씨는 “야, 일어나”라고 말하며 해당 아동의 팔을 잡아 당겼지만, 아동이 자리에 앉아 완강히 버틴 탓에 일으켜 세우진 못했다.
결국 A씨는 아동을 교실에 둔 채 다른 학생들만 급식실로 데려갔다. 부모에게는 “고집을 피우고 이야기도 안 듣고 앉아서 버티는 데 어떻게 더 힘을 쓸 수가 없다”고 전화로 통보했다. 하지만 A씨가 그 전에 아동의 팔을 한 차례 잡아끈 일이 문제가 됐고, 그는 이듬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의정부지법은 1심(2020년 12월)과 2심(2021년 9월)에서 모두 A씨의 ‘신체적 학대’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화나 비신체적인 제재 등 다른 수단으로는 훈육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당시 상황에 비춰 구두 지시만으로는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교사가 합리적 재량범위 내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도방법을 택한 것”이라 봤다.
대법원은 특히 “교사의 교육행위는 학생의 복지에 기여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대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며 “교사가 교육과정에서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하였더라도, 그 행위가 법령에 따른 교육의 범위 내에 있다면 아동복지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지난해 교권침해 관련 판례에서 “교사가 교육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대법원은 또 “법령과 학칙이 구체적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모든 경우에 걸쳐 망라하여 규정할 수 없다”며 “법령에 따라 금지된 체벌이 아닌 한, 지도행위에 다소 유형력이 수반됐다는 사정만으로 학대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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