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특수교사의 죽음...무엇이 그를 숨쉴 수 없게 만들었나
[김선영 기자]
특수교사인 우리에겐, 엉망진창으로 끝나는 하루가 제법 많습니다.
불안·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거칠게 굴거나, 끊임없이 감각을 추구하는 중증장애학생이 지나치게 예민해졌을 때, 특수교사마저 평상심을 잃게 되면 그날은 특수학급이 엉망이 됩니다. 계속 소리를 지르거나, 수돗물을 틀어대는 아이, 끊임없이 전등 스위치를 깜빡이는 아이가 있을 때는 다른 학생의 수업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부정적인 자극을 끊어내고 싶지만, 아이들을 분리할 공간도, 지원을 요청할 인력도 없을 때는 무기력이 찾아옵니다. 무기력을 해결하지 못한 채 온종일 감당해야 하는 수업 시수는 부담과 압박이 되고, 쌓여있는 행정업무는 특수교사인 우리를 폭발하거나 숨쉴 수 없게 만듭니다.
엉망으로 끝나는 하루가 가끔이라면, 반성과 성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끝나는 하루들이 나날이 이어질 때 우리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장애학생과의 관계, 수업, 행정업무마저도 잘 해내지 못하고 특수교사로서의 무능을 절감할 땐 사는 일 자체가 곤혹스럽지요.
일반학교에는 특수교사가 한둘밖에 없기 때문에, 학급 운영의 어려움을 협의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통로도 없습니다. 내 몫의 책임이 크다고 느껴지는 만큼 좌절과 압박도 커지는 환경, 특수교사를 숨 쉴 수 없게 하는 구조적 환경이 인천 특수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것입니다.
▲ 지난 1일 오후 인천시교육청 앞에 최근 숨진 특수교사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앞서 특수교육계는 해당 교사가 정원을 초과한 특수학급을 맡으며 격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
ⓒ 연합뉴스 |
수업을 할 수 없는 환경 중 최대의 어려움은 온종일 특수학급에만 있는 전일제 학생이 있는 경우입니다.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이 도드라져 통합학급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수학급에서도 이런 행동은 지속됩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적절한 지원과 교육을 제공하는 것 역시 학교와 교육청의 몫이지만, 한 칸 교실뿐인 특수학급에서 이들을 위한 정서적 지원과 교육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 와중에 특수교사는 다른 학생의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런 환경에서 학생 간의 부정적 영향력을 끊어내고 수업에 집중하는 시간은 늘 아슬아슬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있어 실제로 '전일제 특수학급'은 별도로 존재합니다. 시간제와 전일제가 복합적으로 운영되는 '복합 특수학급'이 그러한데, 이 경우에는 전일제 특수학급 학생을 위한 별도의 지원이 존재합니다. 요컨대 전일제 학생을 시간제 특수학급에 배치하는 경우, 학교와 교육청은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지난 10월 24일 숨진 채로 발견된 인천 특수교사와 관련해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현실을 참작해 지원 인력을 3명 배치했다'고 했습니다. 지원 인력을 활용해 본 특수교사라면, 이 상황이 특수교사에게 얼마나 과부하인지 직감할 것입니다.
지원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의, 적절한 시간 배치, 행정적 지원이 필요한데, 여기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가 만만치 않아 이 부분에 많은 특수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원 인력이 장애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명확하지만, 특수교사 입장에서 이는 책임의 분산이 아니라 업무 과중과 인력관리의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학급당 법정 인원을 초과하지 않는 것'입니다. 학생 수에 맞게 교사가 배치되고, 동료 교사와 책임을 분산할 수 있을 때 지원 인력 또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쌓여 있는 종이들. |
ⓒ unsplash |
장애학생들과 각별한 관계를 맺어야 하기에, 특수교사에게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불안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학생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존재, 일반적인 방법으로 세상이 해석되지 않는 학생들에게 세상을 알려주는 존재, 배제가 아닌 참여를 촉진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입니다.
법과 제도, 교육환경이 특수교사의 에너지를 채워주기를, 아니 적어도 고갈을 방지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사면초가에 놓인 특수교사에게 인내와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교육환경 속에서, 특수교사는 보람을 느끼고 초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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