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 경쟁에 뒤처진 한국 경쟁력… 주 52시간제 족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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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패권 경쟁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노동 시장에 적용된 경직된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재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고소득 전문직에는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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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선진국은 반도체 등 예외 인정
반도체특별법에 근로시간 규제 필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패권 경쟁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노동 시장에 적용된 경직된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재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재들이 제약 없이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산업 특성에 따라 추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와 국회가 입법 논의 중인 ‘반도체특별법’에 근로시간 규제 완화 조항을 포함하는 방안이 해법으로 꼽힌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최근 근로시간 규제로 인해 첨단 기술개발 경쟁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불리한 조건에 있다고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근로시간 규제를 시행하는 동시에 근로 유연성 역시 보완해 적용할 수 있는 제도를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주당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연장근로 시간제한은 따로 두지 않았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도 제한하지 않는다. 대신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면 추가 근로시간에 대해 정규 임금의 최소 1.5배를 받도록 했다. 근로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미국은 또 1938년부터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고위관리직·행정직·전문직·컴퓨터직·영업직에 해당하면서 주당 684달러 이상을 버는 근로자나 연 10만7432달러 이상의 고소득 근로자를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직무와 소득 요건을 갖춘 근로자에게 자동으로 적용된다.
재계에서는 미국의 이런 근로 환경이 전 세계 반도체 산업 패권을 쥐게 한 경쟁력이라고 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8월 엔비디아 직원들이 새벽 1~2시까지 일하고, 주 7일 근무할 때도 주기적으로 있다고 전했다. 필요한 시기 일에 끊임없이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인공지능(AI) 시대 엔비디아의 독주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지난 2018년 고소득 전문직을 노동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상품개발·애널리스트·신상품 연구개발·경영컨설턴트 등 생산직이 아닌 근로자 중 연 1075만엔 이상의 고소득자면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한다. 일본은 핵심 반도체 공급망 지위를 얻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직접 보조금을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 중이다. 국가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 모두 반도체 패권 경쟁에 최적화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처럼 기술개발 경쟁이 속도전으로 치열한 산업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유연한 노동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자발적으로 더 일하고 그만큼 더 많은 보상을 원하는 첨단산업 인력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규제 예외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근로시간에 대한 획일적인 규제를 개선하고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현재 협의 중인 반도체특별법에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 등을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고소득 전문직에는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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