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러닝 크루

한승주 2024. 11. 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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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상 선수 스티브 프리폰테인(1951~75)과 그의 코치 빌 바우어만(1911~99)은 달리기를 운동에서 문화로 바꾼 인물이다.

프리폰테인은 미국에서 중장거리 육상 7종목을 휩쓸며 '러닝계의 록스타'로 불렸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 '러닝 크루'(달리기 모임)가 등장했다.

그런데 러닝 크루 열풍이 불면서 뜻밖의 부작용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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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미국 육상 선수 스티브 프리폰테인(1951~75)과 그의 코치 빌 바우어만(1911~99)은 달리기를 운동에서 문화로 바꾼 인물이다. 프리폰테인은 미국에서 중장거리 육상 7종목을 휩쓸며 ‘러닝계의 록스타’로 불렸다. 당시만 해도 달리기는 민폐에 가까워 운전자들이 달리기를 하는 사람에게 쓰레기를 던질 정도였지만, 프리폰테인은 실력과 특유의 쇼맨십으로 이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바우어만은 프리폰테인의 발에 맞는 신발을 직접 제작하다 필 나이트와 함께 ‘나이키’를 공동 창업했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 ‘러닝 크루’(달리기 모임)가 등장했다. 러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적극 환영했다는 점이 그전 모임과는 달랐다. 실력과 기록에 대한 부담감이나 엄격한 규칙이 없어지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같이 달리니 더 멀리 뛸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러닝 크루가 큰 인기를 얻게 된 계기였다. 안전하게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러닝 크루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인증샷’을 올리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자유롭게 시간과 장소를 정해 함께 달리고, 끝나면 뒤풀이 없이 해산하는 문화는 젊은 층의 구미에 맞았다.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간편함에 건강도 챙길 수 있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러닝 크루 열풍이 불면서 뜻밖의 부작용도 생겼다. 길을 점령한 러닝 크루가 걷거나 혼자 달리는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고, 때로는 소음을 일으겼다. 이런 민원이 많아지자 러닝 크루 활동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생겼다.

우르르 무리 지어 달리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달리기로도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는 동안은 오직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된다고 했다.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에 감사했다. 하늘은 파랗고 나뭇잎은 색색으로 물드는 11월이다. 혼자든, 함께든 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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