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내년이 한국의 G7플러스 가입 호기
서울국제포럼이 주관하는 한국-캐나다 포럼의 21차 회의가 10월 24일부터 사흘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렸다. 한국-캐나다 포럼은 대표적 중견국인 한국·캐나다의 국제관계 전문가와 외교관들이 매년 양국을 오가며 중요한 글로벌 의제를 논의하는 1.5트랙 회의다. 특히 이번 포럼은 내년도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캐나다와 G7플러스 의제를 논의하는 의미 있는 모임이 되었다.
외교이론에 따르면 국제사회에서 중견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기준 중 하나만 만족시키면 된다. 국제체제 내 상대적 국력, 지정학적 중요성, 인도주의적 국제 규범과 법질서의 존중, 그리고 국제평화를 위한 다자체제 적극 동참의 기준 중 한 가지만 충족되면 중견국으로 간주된다. 대다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견국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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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G7 의장국, 한국 가입 공감
이를 위한 한·캐나다 협력 중요
한·호주 등 증원해 G7 변신 필요
」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강대국들과 함께 주요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몇 안 되는 중견국들은 일반적 중견국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G7 회원국인 캐나다,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인 호주·인도·인도네시아, 그리고 네덜란드·스페인 등 몇몇 유럽국가가 중추적 중견국이다. 국내총생산 3만 달러 이상 및 50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30-50클럽’의 7대 회원국 한국도 중추적 중견국이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양성평등 등을 수호하거나 다자체제를 활용한 세계 평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국제 규범과 법질서를 만들고 지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지역 질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력이 뒷받침되는 국가들이다.
중추적 중견국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사이에서 양쪽 눈치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효율적이지 못한 거대 다자체제에 의지하고만 있을 수도 없다. 필요한 경우 소다자체제를 통해 강대국에 맞서기도 하고, 약소국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도 하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국-캐나다 포럼에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제들이 포함되었다. 먼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공세적 행태와 더불어 북한의 불법적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확전 가능성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심각한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만해협에서의 현상 유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북한의 핵 위협 및 핵확산 억지를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되었다.
나아가 방위산업 협력, 유엔군사령부에서 캐나다의 역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해군 협력, 장관급 외교·국방(2+2) 회의의 필요성, 사이버 안보 협력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기후변화 의제 중에서 청정에너지, 소형모듈원전(SMR),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술, 희귀광물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되었다. 물론 2022년 체결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증진을 위한 고위급 경제안보대화를 강화하는 방안과 올해 시작된 ‘한국·캐나다 문화교류의 해’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캐나다 측에서는 우주 산업 발전을 위해 양국 우주항공청의 과학·기술·전략 및 경제적 협력 가능성을 지적했고, 한국 측에서는 G7에 한국과 호주와 같은 중추적 중견국이 가입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이 G7플러스 회원국이 될 경우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공감하기도 했다.
주요 글로벌 안보 공공재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중국과 러시아의 빈번한 거부권 행사로 인해 그 기능을 상실해 가고, 경제 공공재인 세계무역기구(WTO)도 미·중 무역전쟁 심화와 미국의 주도적 역할의 축소로 인해 삐걱거린다. G20도 회원국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가 예전 같지 않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중추적 중견국 간 양자체제 및 소다자체제 운용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내년도 G7 의장국인 캐나다와의 다각적 협력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캐나다 포럼에 즈음하여 자유민주주의 선진국들로 구성된 G7의 글로벌 거버넌스 역할을 기대하고, 한국·호주 등 중추적 중견국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증원하는 G7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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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상 연세대 명예교수·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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