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삼성전자의 쓸쓸한 55살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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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쓸쓸하게 55살 생일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이 1969년 1월 13일 설립한 삼성전자공업㈜이 전신이지만, 1987년 선친 타계 후 회장에 오른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반도체통신과의 합병을 이뤄낸 1988년 그해 11월 1일을 창립 기념일로 바꿔 지내 왔다.
통상 기념일은 5년을 주기로 대규모 행사를 치르곤 하는데 삼성전자는 지난해나 2022년처럼 올해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별다른 메시지 없이 조용하게 생일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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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쓸쓸하게 55살 생일을 보냈다. 회사를 둘러싼 위기론이 증폭하는 가운데 지난 1일 창립 기념일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이 1969년 1월 13일 설립한 삼성전자공업㈜이 전신이지만, 1987년 선친 타계 후 회장에 오른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반도체통신과의 합병을 이뤄낸 1988년 그해 11월 1일을 창립 기념일로 바꿔 지내 왔다. 통상 기념일은 5년을 주기로 대규모 행사를 치르곤 하는데 삼성전자는 지난해나 2022년처럼 올해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별다른 메시지 없이 조용하게 생일을 넘겼다.
이 회장을 대신해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이 공동 명의 창립 기념사에서 밝힌 몇 가지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들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현 가능한 목표 수립’ ‘의사결정 사항은 민첩하게 실행하기’ ‘부서, 리더, 구성원 간 이기주의와 사일로 제거’ ‘비효율적이고 관습적인 업무 방식과 시스템 개선’을 강조하며 조직이 처한 현실을 직시했다. 지난 10여년치 창립 기념사 논조와는 결이 달랐다. 전 부회장이 앞서 삼성전자 3분기 부진한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성문을 쓰기도 했지만 둘은 이번에도 “과거 성과에 안주해 승부 근성과 절실함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미래보다는 현실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경영진부터 냉철하게 되돌아보겠다”고 재차 머리를 숙였다. “세상에 없는 기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면서 기술력 열위와 신사업 부재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삼성전자 위기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실기로 SK하이닉스에 영업이익을 역전당하면서 불이 붙었지만 사실 그것은 트리거에 불과할 뿐 가장 큰 원인은 내부에 있을지 모른다는 인식이 삼성전자 최고위층에 퍼진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한 상황을 단순히 인지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위기 극복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쏟아지는 삼성 위기론의 실체는 대체로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위기의 근원지 첫 순위로 거버넌스를 지목한다. 지배 구조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체계를 말하는데, 요지는 기술을 잘 아는 엔지니어 출신의 입김이 약한 반면 재무나 법무 등 관리형 인재가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게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올 연말 인사에서 이 회장이 지금과 같은 거버넌스에 변화를 주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한두 번은 위기를 넘긴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미래가 결코 희망적이진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두 부회장의 말대로 삼성전자가 보신주의로 물든 것은 기술적 아이디어가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 쌓이거나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 이기주의와 사일로 타파를 외친들 한 번 바뀐 조직문화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긴 힘들다.
지난해 5월 찾은 대만에서는 정부와 국민이 TSMC와 한 몸으로 움직인다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현지에서 만난 대만인은 TSMC가 산(山)과 같은 존재라면서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대만 정부가 TSMC를 지원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찾을 수 없었다. TSMC처럼 삼성전자는 여전히 한국의 자랑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임이 틀림없다. 삼성맨의 긍지를 가진 전 세계 26만여명의 직원들이 다시 강건한 조직문화 아래에서 뛸 수 있도록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력이 필요한 때다. 우리 정부도 해외 경쟁사와 최소한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김혜원 산업1부 차장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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