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升堂矣 未入於室也(승당의 미입어실야)
2024. 11. 4. 00:21
제자 자로가 공자 앞에서 적잖이 으스대며 비파를 연주했다. 그야말로,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쓴’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어허! 이 실력으로 어찌 내 앞에서 연주를 한다는 말인가?” 곁에 있던 다른 제자들이 덩달아 자로를 깔보았다. 그러자, 공자가 정색하고 말했다. “자로는 당(堂)에 올랐다. 아직 실(室)에 들지 못했을 뿐”이라고.
중국 전통 가옥은 맨 앞에 문과 문간채를 배치하고, 그다음 정원 건너에 배치한 게 ‘당(堂)’이다. 주로 손님맞이 대청으로 사용한다. 다시 뜰을 지나 세 번째 열부터는 사적 공간인 ‘실(室)’ 혹은 ‘방(房)’을 둔다. ‘오실(奧室: 깊숙한 방)’ ‘규방(閨房: 부녀자의 방)’ 등이 바로 그런 공간이다. 학문이나 예술의 경지를 이런 가옥 구조에 비유하여 막 대문에 들어선 초보 수준을 ‘입문(入門)’이라 하고, 웬만큼 터득한 높은 수준을 ‘입실(入室)’이라 하며, 입문과 입실의 중간 단계를 ‘당’에 오른 정도라는 뜻에서 ‘승당(升堂)’이라 한다. 바로 자로가 이른 수준이다.
승당자가 입실의 경지에 이른 양 자만해도 안 되고, 입문자가 승당 수준에 이른 선배를 깔봐서도 안 된다. 천하도처유상수(天下到處有上手)! 가는 곳마다 나보다 상수, 고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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