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교차와 꼬임의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핀란드는 1918년에 독립한 비교적 신생국이다. 20세기 도시인 수도 헬싱키는 전체가 디자인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수준 높은 공공시설들이 밀집해있다. 1998년 개관한 현대미술관 역시 건축 자체가 가장 중요한 컬렉션인 명작이다. 좁고 긴 사각형 건물과 바이킹의 뿔잔같이 휘어진 건물 두 개를 교차시켰다. 입구의 메인 로비는 이 두 건물의 교차가 만들어낸 미묘한 꼬임의 공간이다. 휘어진 벽을 따라 경사로는 사라지며 연속적인 공간을 암시하고, 천장에서 내려온 자연광이 석회 플라스터 벽면의 질감을 극대화한다.
이 미술관의 별칭인 ‘키아스마’는 교차와 꼬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로 X자 염색체를 가리키는 생물학 용어로 쓰인다. 518대 1의 경쟁을 뚫고 현상설계에서 당선한 스티븐 홀은 ‘개념과 현상학’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그는 자연에서 느끼는 영감과 시심에서 개념을 얻으며, 빛과 움직임과 질감 등 경험을 가능케 하는 공간을 추구한다. 전시실은 물론, 강당과 계단 홀 등 곳곳이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유발하는 미묘한 공간이다. 난해한 현상학적 해석을 접더라도 그의 감각적인 공간은 신비한 영감을 일으키는 현대 예술이다.
‘키아스마’의 결과, 외형의 한 면은 평면이고 다른 면은 유선형으로 4면이 모두 다르다. 외관 재료도 아연판·알루미늄·청동·유리·콘크리트 등 복합적이다. 이 ‘다름’은 4면이 처한 각각 다른 도시환경에 대응한 개념적 다름이다. 미술관이 위치한 곳은 도시의 중심부로, 에리엘 사리넨이 설계한 헬싱키 중앙역 인근이다. 국회의사당과 중앙 대성당, 국립박물관 등 국가적 상징이 밀집된 곳이다. 특히 이웃한 핀란디아 홀은 국민 건축가 알바르 알토의 작품이며, 2018년 개관한 ‘오디’는 가장 혁신적인 도서관으로 꼽힌 세계적 명소다. 키아스마는 이 숱한 명품들을 교차시키고 인간과 예술을 꼬아서 하나로 만드는 도시의 심장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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