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녹취 공개·김건희 특검 상정 놓고…11월 정국 격랑 속으로

김은지 2024. 11. 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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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가동
14일 '김건희 특검법' 국회 처리 총력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왼쪽)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선거 브로커 명태균 씨의 '공천개입 의혹' 관련 통화 녹음을 고리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날로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에서 통화 녹취를 전격 공개 한 것을 계기로 야당 곳곳에서 '탄핵론' '조기대선론' 등이 분출되는 가운데, 급기야 통화 녹취를 두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국기문란 범죄'"라고 하는 규정까지 나왔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가 전격 공개된 이후 뒤숭숭한 정국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윤 대통령과 명 씨가 나눈 통화 내용을 겨냥해 "공무원의 경선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공천관리위원회 업무를 방해한 형법 제314조 제1항 위반"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음은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5월 9일 이뤄진 통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전 의원이 6·1 재보선 공천을 받기 직전 이뤄진 것으로, 이튿날 김 전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을 확정받아 경남 창원의창에서 5선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 박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당시 당선인 신분 등) 법적인 문제를 일일이 따지기 전에 우리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표현도 불사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통화는 불법적이고, 불공정하며, 몰상식하고, 구린내 나는 공천거래가 실제로 이뤄졌음을 증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자체 제보센터를 통해 통화 녹음 파일과 녹취를 확보하고 있는데, 제보 양이 방대해 지난 1일 기준 3분의 1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춰, 추가로 윤석열 대통령, 이어 김건희 여사의 육성이라도 공개될 경우 관련한 파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녹취본 등) 자료는 많이 있다"면서도 "김 여사의 육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 녹취 공개를 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4일 열리는 국회 내년도 예산 시정연설에 불참할 예정인 데 대해서도 "시정연설에 참석해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라"고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을 멀리 하지 말고 시정연설에 꼭 참석해달라"며 "국민의 대표 앞에서 나라 예산을 어떻게 이끌지 얘기해달라. 책임을 더 미루지 말고 명 씨(녹취록 등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것) 뿐 아니라 모든 의혹들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시각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거리로 나서는 상황에서 차분한 시정연설이 되겠느냐"라고 맞받았다.

또한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녹취를 입수한 것이 있으면 빨리 공개하라"며 "이게 40부작 드라마도 아니고 흥행을 겨냥해서 할 부분은 아니다"고 응수했다. 추 원내대표는 "사실이 있다면 빠르게 공개하고, 수습할 것은 수습하고, 우리가 일할 미래, 안보, 민생을 위해 국회가 돌아가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명 씨 통화 녹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불참은 김 여사를 둘러싼 관련 각종 의혹, 지지율이 하락해 10%대에 진입한 지표가 나오는 상황 등을 고려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명 씨와 녹취를 내세워 야당이 정권 퇴진 운동을 강화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명태균 게이트를 규명한 진상조사단의 본격 가동을 알리는 등 강공 수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선거 브로커 명태균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라 명명했다.

민주당은 조사단의 진상 규명 범위를 '비리종합선물세트 같은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전열을 정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및 당무개입 의혹 ▲대통령 부부와 주요 정치인들이 연루된 여론조사 조작 의혹 ▲창원산업단지 선정 국정 개입 등 국가산업단지 청부 개발 및 유출 의혹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천헌금 의혹 등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조사단은 지난달 31일 공개된 윤 대통령과 명 씨가 나눈 육성 녹음을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재보선 당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결정적 물증"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조사단장을 맡은 서영교 의원은 취재진을 만나 '진상조사를 통해 윤 대통령과 명 씨 관련 문제가 추가로 발견되면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강도 높게 추진할 계획이냐'고 묻는 질문에 "당 법률본부를 통해 법 위반이 엄청나다는 의견이 나오면 체계적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법 위반 사례들은 탄핵의 기본 조건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조사단에는 무려 15명의 현역 의원이 포진해 있으며 4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이 같은 민주당의 움직임을 두고는 '탄핵 여론전'이란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특히 민주당이 이번 11월 국회 운영 방안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천명한 상황이라, 해당 녹취를 공천개입의 물증이라 보는 민주당의 대정부 공세 행보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민주당이 재재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국정개입 및 인사개입 의혹·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 대한 구명로비 의혹을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관련자로 꼽히는 명태균 씨 관련 의혹의 규명을 새롭게 추가했다는 점에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오는 14일 예고된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박찬대 원내대표는 통화 녹취 논란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윤 대통령이 사는 길은 '김건희 특검' 수용밖에 없다는 압박까지 가했는데, 이는 '화전양면술'로 김 여사 특검이 윤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라는 여권 내 인식도 팽배한 상황이다. 정작 민주당이 실제 김 여사의 음성을 확보했을 지와, 이를 공개할지 여부가 추가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당분간 여야는 명 씨와 관련한 김 여사의 육성 존재와 공개 여부, 김 여사 특검법의 본회의 상정,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따른 재표결 등을 놓고 극한 대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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