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할 때 빛난 주민규 ‘킬러 본능’…울산 3연패

피주영 2024. 11. 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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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강원 FC와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울산 HD의 주민규(왼쪽)와 이청용. [뉴스1]

“역사적인 우승을 확정하는 경기에서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울산 HD의 공격수 주민규(34)는 프로축구 K리그1 3연패를 이끈 뒤 이렇게 밝혔다.

김판곤(55)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A(1~6위) 36라운드 경기에서 루빅손의 선제골과 주민규의 결승 골에 힘입어 강원 FC를 2-1로 물리쳤다. 승점 3을 추가한 울산(승점 68)은 2위 강원(승점 61)과의 격차를 승점 7로 벌리며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울산은 이로써 지난 2022시즌부터 3년 연속이자 통산 5번째 K리그1 우승을 달성했다.

K리그에서 3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구단은 성남 일화(1993~95년, 2001~03년 이상 2회)와 전북 현대(2017~21년)에 이어 울산이 세 번째다.

주민규는 울산이 1-0으로 앞선 후반 8분 골망을 흔들었다. 이청용의 크로스를 올리자 주민규가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2경기 연속 골이자 시즌 10호 골. 강원이 후반 14분 만회 골을 넣으면서 주민규의 득점은 울산의 우승을 확정 짓는 결승 골이 됐다. 이로써 주민규는 기나긴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지난 3월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태국전) 기록을 세웠다. 지난 6월 싱가포르전에선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소속 팀에선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다. 주민규는 울산에선 지난 7월부터 3개월 넘도록 골 맛을 보지 못했다. 그러자 일부 팬은 “한물간 골잡이”라며 조롱했다.

그러나 주민규는 우승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서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35라운드 경기(울산 2-0승)에서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후반 19분 쐐기 골(시즌 9호)을 넣었다. 덕분에 울산은 강원, 김천 상무 등 경쟁 팀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 강원전에서 팀이 가장 필요로 한순간 다시 한번 ‘킬러 본능’을 발휘해 골을 터뜨렸다.

주민규는 “이렇게 길게 침묵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감독님과 코치진, 동료들이 함께 해줬기에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다. 어시스트해준 (이)청용이 형과 함께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김판곤 감독은 울산에 부임한 지 3개월여 만에 ‘우승 감독’이 됐다. 홍명보 감독이 축구대표팀을 맡으면서 팀을 떠나자 울산은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을 지낸 김 감독을 ‘소방수’로 불러들였다. 당시 울산은 2연패에 빠지며 4위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왕권(우승)에 도전하려면 상대에게 무자비해야 한다”며 각성을 촉구하는 등 혼란스러운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했다. 울산은 김 감독 부임 후 8승 2무 1패를 기록했다. 김판곤 감독은 선수(1996년 울산)와 감독으로 모두 K리그에서 우승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김 감독은 “26년간의 지도자 생활 동안 우승 기회가 없었는데 큰 영광이다. 나를 불러준 구단과 함께 뛰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FC 안양은 지난 2일 벌어진 K리그2(2부) 38라운드 경기에서 부천 FC와 0-0으로 비겨 남은 한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안양은 내년부터 K리그1에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울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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