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너무 무섭다” [편집장 레터]
“중국이 너무 무섭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중국이 지금 경제가 여러모로 어렵지만 제조업 경쟁력만큼은 이제 한국이 부러워해야 할 만큼 대단한 수준이다. 중국을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이었죠.
실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산업 진흥책 ‘중국제조 2025’가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블룸버그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13개 핵심 기술 중 전기차·리튬배터리, 무인항공기(UAV), 태양광 패널, 그래핀(차세대 나노 신소재의 일종), 고속철 등 5개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라는 진단입니다. ‘중국제조 2025’ 발표 당시인 2015년 3개였던 글로벌 선두 기술이 이제 5개로 늘어났죠. 2030년에는 LNG 수송선까지 추가돼 6개가 된다는 전망입니다.
다들 본인이 관심 있는 아이템이 세계사를 바꿨다고 주장합니다. 향신료가 세계사를 바꿨다, 설탕이 세계사를 바꿨다, 소금이 세계사를 바꿨다 등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가 없습니다. tea에 지극한 애정이 있는 저는 ‘tea가 세계사를 바꿨다’고 믿지요.
아편전쟁은 tea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중국으로부터 tea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영국은 중국도 영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콧방귀만 껴댔죠. “세상의 중심인 중국이 변방인 영국으로부터 무얼 들어오랴”는 자신감이었습니다. 도자기와 차 등 중국에 수입 대금을 지급하느라 은이 무한대로 나가는 것에 걱정하던 영국이 고안해낸 전략이 아편이었습니다. 아편을 들이밀면서 그 대가로 은자를 요구했고 그래서 일방적으로 영국에서 중국으로 흘러가던 은의 흐름이 멈췄습니다.
그에 격분한 임칙서가 ‘호문소연(‘호문’이라는 지역에서 ‘아편을 소각한다’)’을 일으켰지만 결국 그 때문에 아편전쟁이 일어났고 전쟁을 거치면서 서구는 중국이 종이호랑이임을 알아차립니다. 동양에서 서구로 추가 넘어가는 모멘텀이 발생한 거죠.
또 있습니다. 보스턴 티파티. 영국은 식민지인 미국에 차를 보내면서 엄청난 세금을 물립니다. 격분한 미국인이 보스턴 항구에 차를 가득 싣고 도착한 영국 상선에 올라 차를 다 바다에 던져버린 게 ‘보스턴 티파티’입니다. 이를 계기로 전 세계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갔으니, 역시 차가 세계사를 바꾼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미국을 가장 괴롭히는 요인 중 하나인 마약 ‘펜타닐’이 알고 보니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는 원료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서구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는 전문가가 꽤 있습니다. 서구로부터 당한 아편전쟁의 수모를 펜타닐로 되갚음하고 있다는 분석이죠. ‘펜타닐은 가십일 뿐’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의 현재 진행형을 보면 결코 ‘G2는 옛말’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한 중국 경제 심층 진단’을 해본 배경입니다. 복잡한 심경이 기사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p.22~34).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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