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불참 예고 윤 대통령에 "부인 잘못 때문에 여의도 안 오나"

복건우 2024. 11. 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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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일각에서도 불참 비판... 민주당 탓한 국힘 원내 지도부 "총리 대독 많았다"

[복건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에 이어 4일로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까지 불참할 가능성이 커지자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직접 나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협조를 구하는 한편, 김건희 여사 논란과 명태균씨와의 통화 등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물밑에서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에 참석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대통령실은 불참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시정연설 총리 대독에 문제가 없다면서 옹호하고 나섰다.

목소리 높인 민주당... "대통령 자리가 장난이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2025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로 한 윤 대통령을 겨냥해 "대통령 집무실 명패에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낸다고 해놓고 정작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뒤에 숨는 비겁한 태도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라며 "잘못했으면 직접 소명하고 그에 걸맞은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게 공인의 태도이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어 "개원식도 오기 싫고 시정연설도 하기 싫다니 대통령 자리가 장난이냐"라며 "취임식 날 대통령의 임무를 다하겠노라 선언했던 윤 대통령은 하고 싶은 일만 골라 하려는 건지 끝내 시정연설마저 포기하나 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국회 개원식 불참 기록을 남기더니 이번에는 대통령 시정연설 패스다"라고 힐난했다.

그는 또 "시정연설은 한 해 국가를 꾸려갈 살림을 설명하고 행정부 수반으로 국회 협조를 구하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깊은 양해와 도움을 구하는 자리"라며 "국민의 소중한 혈세 677조 원을 어찌 쓸지 국민에게 정중히 허락을 구할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명태균씨 녹취가 불러온 파장과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의료 대란 등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할 부분도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시정연설은 이 복잡하고 시끄러운 현안에 책임 있는 답을 하고 대통령의 최소 의무를 다하는 일"이라며 "윤 대통령은 내일 반드시 국회에 직접 나와 예산안에 대해 몸을 낮춰 협조를 구하고 국민께 직접 해명해야 한다. 아내를 보호하고 위하는 김 여사 남편 노릇은 집에서나 하시고 국민을 위해 할 일을 하시라"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직접 시정연설을 하지 않는다면 2013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 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2023년도와 2024년도 예산안의 경우에는 시정연설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매년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지난 9월 현직 대통령으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 참석 관례를 깨뜨렸다.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은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태균 게이트는 단순히 정치자급법 위반 사건이 아니다. 윤석열·김건희 공천·당무 개입 의혹, 대통령 부부와 주요 정치인들이 연루된 여론조사 조작 의혹, 국가산업단지 청부 개발·유출 의혹 등 비리 종합선물세트 같은 사건"이라며 "내일 일정이 참 많던데 오전 10시 시정연설에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다니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 목소리... 원내 지도부는 대통령 불참 엄호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일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내일 국회에 와서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하셔야 한다. 이건 총리 대독을 시킬 일이 아니다. 야당이 돌을 던져도 맞을 각오로 와야 한다"라며 "김 여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빠른 시일 내에 결단해서 국민 앞에 사죄하고 해법을 제시하시라"라고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의료대란, 북한군 우크라이나 파병, 오물풍선 살포 등 국내외 현안들을 언급했다.

"김 여사 문제가 국정의 전부는 아니지 않나.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은 물론 중요한 국가적 현안들에 대한 정부 정책을 밝히고 의회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 이 총체적 위기에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국민 앞에 직접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고 의회의 협력을 구하는 일보다 더 당연하고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는가. 부인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비난받을 일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김 여사 의혹 와중에도 해외순방은 잘도 다니면서 어떻게 이 중요한 시정연설에 용산에서 여의도까지 짧은 거리를 오지 않을 수 있나"라며 "야당이 고함을 지르고 막말을 퍼붓더라도 대통령은 끝까지 진지하게 시정연설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을 야당 탓으로 돌리며 엄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 관련 질문을 받고 "국무총리가 대독하지 않을까"라며 "아시다시피 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거리로 나서는 분위기 속에서 차분한 시정연설이 되겠느냐. 정쟁의 한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로 총리께서 대독한 적도 많았다. 다만 최근 10여 년간에는 대통령이 직접 와서 시정연설을 했지만 이를 앞두고 거대 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며 장외로 나가서 투쟁한 적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는 오는 4일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 7일부터 8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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