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선도’ 못해”…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앞두고 시끌

권중혁 2024. 11. 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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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화한 1기 신도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전경. 국민일보 DB

30년 이상 노후화된 1기 신도시(경기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의 순차적인 정비를 위해 정부가 이달 중 선도지구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선도지구가 돼도 걱정”이라는 비관론이 감지된다.

분당은 ‘승자의 저주’를 걱정하고, 일산에서는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최대 3만9000가구가 2027년 착공 전까지 이주해야 하는데, 정부 대책이 현실성 없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지난달 30일 분당에서 만난 50대 남성 김모씨는 “‘풀베팅’해서 선도지구로 선정됐을 때 분담금이 커지면 주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분당에서는 경쟁 과열로 인한 ‘승자의 저주’가 언급된다.

분당의 경우 ‘가점’이 변수로 등장했다. 국토교통부는 주민 갈등이 극심한 재건축 특성을 고려해 ‘주민동의 여부’ 항목에 가장 높은 60점(중동은 70점)을 분당에 부여했다.

분당은 강남 접근성, 비교적 높은 집값, 낮은 평균 용적률 등으로 평균 주민동의율이 90.7%에 이른다. 5기 신도시 중 가장 치열했다. 95%를 넘으면 60점을 챙기게 된다. 일부 단지에선 동의서 미제출한 가구를 공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쟁이 격해지면서 1~2점 차로 당락이 갈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기자 분당의 일부 단지들은 가점 카드를 만졌다. 성남시는 세부 평가 기준으로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배점 15점)에 가점 항목을 넣었다. 이주대책 지원, 구역 정형화, 소규모 구역 결합, 장수명 주택 인증, 공공기여 추가 제공 등에 추가 점수가 주어진다.

하지만 공공기여나 장수명 주택(수명 100년을 목표로 내구성·가변성·수리 용이성을 높인 주택)은 주민 분담금을 높일 수 있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사는 “선도지구가 과연 ‘선도’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몇몇 단지에선 벌써 잡음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모신청 과정에서 공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분당에 사는 A씨는 “주민 재산권과 직결되니 알려달라 요구해도 재건축준비위원회는 묵묵부답”이라며 “‘일단 되고 보자’는 마인드로 깜깜이 진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일산의 상황은 또 다르다. 일산에서는 낮은 기준용적률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산 신도시 10여개 구역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들은 오는 9일 기준용적률 상향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을 계획 중이다. 장성희 일산재건축추진협의회(준) 임시 위원장은 국민일보에 “일산은 선도지구가 돼도 집값이 높지 않아 재건축이 어렵다”며 “재건축 핵심은 용적률인데 기준용적률이 5개 신도시 중 가장 낮다”고 말했다.

기준용적률을 초과하면 공공기여를 늘려야 해 사업성이 떨어진다. 최대용적률은 5개 신도시 모두 450%인데 기준용적률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기준용적률은 일산 300%, 분당 326%, 평촌·산본 330%, 중동 350%다.

중동(226%) 산본(205%) 평촌(204%)은 평균용적률이 비교적 높아 재건축시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용적률을 높여 일반분양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업성을 높인다. 일반분양을 많이 늘려야 조합원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중동·산본·일산 신도시는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낮아 공사비가 급등한 시기에 사업성 확보가 간단찮을 전망이다.

평촌의 한 공인중개사는 “동의서 받을 때는 모두 장밋빛 미래를 얘기했지만, 구체적 분담금 액수가 나오면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평촌 주민은 “선도지구조차 안 되면 한없이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대책에도 물음표가 따른다. 정부는 선도지구 선정 이후 ‘특별정비구역 지정(2025년)→시행계획 및 관리처분(2026년)→착공(2027년)→입주(2030년)’라는 시간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대로 진행되기에는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달 선도지구 2만6000가구(최대 3만9000가구)가 선정되면, 2027년 착공 전까지 이주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이를 수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주하는 기간에 전·월세 시장 혼란 등도 우려된다.

국토부가 제시한 이주대책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잖다. 이주대책을 세울 때는 기존 입주자의 주거 안정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입주자 동의절차와 대체 주택 제공 및 재건축 소요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토부가 제시한 이주 대책 중 하나는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이다. 입지가 좋고 밀도가 낮은 영구임대주택을 초고층 주상복합형태로 개발해 이주민을 수용한다는 방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도 예산안 분석’에서 “(국토부가) 영구임대주택의 재건축과 관련해 어떤 계획도 수립하지 않아 유의미한 이주대책이 될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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