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친윤서도 "尹결단 기대"…尹지지율 급락에 여권 공멸 위기감
김건희 여사에게 쏠렸던 ‘명태균 리스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번지면서 여권이 휘청이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주저앉자 범친윤계에서조차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간의 통화 녹음 공개 여파에 대해 “국민 우려에 상응하는 대응을 당은 당대로, 용산 대통령실은 (대통령실대로) 깊게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부를 믿고 신뢰하면서 지지하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정국 상황과 최근 지지율이 워낙 좋지 않게 나타난 상황을 절대 가볍게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간 대통령실 관련 언급을 자제해왔던 추 원내대표지만, 이날은 달랐다. 당 관계자는 “그만큼 여론 추이를 심각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당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파 상관없이 터져 나왔다. 반윤 성향의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의 심판은 지난 총선에서 쓰나미처럼 분출된 바 있다”며 “지지율 폭락의 대위기를 탈출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께서 진솔하게 성찰하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국정 기조의 대전환을 결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기감은 친윤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범친윤계 중진은 통화에서 “대통령의 문제가 당으로 번져 일어난 일”이라며 “의원 상당수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인 10일을 전후로 윤 대통령이 직접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과 관련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바람도 나왔다. 친윤계 초선은 “문제의 원인이 분명하고, 그 원인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고, 또 다른 초선은 “김 여사 특검 표결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선고일인 11월 중순 이전에 대통령의 결단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끄러운 당과 달리 한 대표는 녹취 공개 후 이날까지 나흘째 침묵 기조를 유지했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 대표는 친윤 중진을 포함한 개별 의원들과 접촉하며 광범위하게 의견을 듣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이 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직접 나와야 한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면 2013년 이후 11년만”이라며 “국민 여론이 상당히 안 좋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재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대표의 건의에도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하겠다고 거리에 나서는 분위기에서 차분한 시정연설이 되겠느냐”며 “아마 총리가 대독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표의 정중동 행보에 대해 윤 대통령과 섣부른 차별화를 꾀할 경우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를 지닌 지지층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표는 4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당내 의견 수렴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의 국정 쇄신 요구 등을 포함한 메시지를 낼 방침이다.
한 대표를 향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말고 ▶당정 화합과 ▶대야 공세 강화를 주문하는 쓴소리도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의 시ㆍ도지사 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임기 후반기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 (대통령의) 적극적인 국민과의 소통 및 국정쇄신이 필요하다”면서도 “한 대표는 패권싸움으로 비치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당정 일체와 당의 단합에 역량을 집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용산은 용산이고 당은 당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며 “지금은 전쟁을 일으킨 이들과 싸워야 할 때”라고 썼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신경식·이상배·유흥수 상임고문 등 당 원로가 회동했다. 회동 후 이들은 “당정 화합이 굉장히 중요하다. 대통령과 당이 힘을 합쳐서 구국의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취임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판단해 달라. 한 대표는 당내 화합, 대야 투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덧붙였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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