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변수는 유증 일정과 국민연금
고려아연의 2조5000원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임시 주주총회 개최 여부와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등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가 가능해졌다.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은 지난 1일 고려아연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지난달 28일 고려아연 이사회에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소집 절차를 밟지 않자 법원에 판단을 요청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요즘 법원은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하면 대부분 받아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주총·유증 일정 따라 지분율 싸움 양상 달라져
문제는 임시 주총이 언제 열리느냐다. 법원에 신청서를 내고 두세 달 뒤에 열리는 게 보통이다. 고려아연은 최대주주로서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난 3월27일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고, 법원은 두 달 뒤인 5월20일 소집을 허가했다. 최종적으로 6월20일 열린 서린상사 임시 주총에서 고려아연은 서린상사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번 영풍이 소집 요청한 이사회는 오는 12월 말부터 내년 1월 사이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MBK는 임시 주총에서 신규 이사 14명 선임과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안건이다. 의결 여부는 결국 ‘표 대결’, 즉 지분율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지분율은 영풍·MBK가 38.47%, 최 회장과 그의 우호 지분은 35.4%로 3%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유상증자가 끝나면 우호 지분 확보로 최 회장 측의 지분이 영풍·MBK를 역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유상증자 일정과 임시 주총 일정의 선후 관계에 따라 주총 표 대결 양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 공시를 보면,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 상장·유통은 오는 12월 18일로 예정돼 있다. 임시 주총은 그 이후에 열릴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금감원이 지난달 31일 브리핑을 갖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위법 여부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금감원이 유상증자 과정에 문제를 포착 증권신고서 정정요구 등 제동을 걸면 유상증자 일정이 미뤄지거나, 결국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최 회장 측은 임시 주총에서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표 대결을 해야 한다.
다만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고려아연이 상장폐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한 것이어서 꼭 임시 주총 전에 해야한다는 식의 일정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월평균 거래량이 2만주를 밑돌거나 일반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가 유동주식 수의 5% 미만이면 추후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금감원 조사 따라 국민연금 판단 달라지나
국민연금 수탁자책임활동에관한지침은 ‘기금은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은 수익성과 함께 공공성 등도 기금운용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금감원이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다고 칼을 빼들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영풍·MBK 손을 들어주면 국가기간산업이 사모펀드에 넘어가는 것을 방관한다는 비판이, 고려아연 손을 들어주면 유상증자로 주주 가치 훼손하는 쪽 편을 들었다는 비판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국민연금 선택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영풍은 대법원에서 폐수 무단 배출로 1개월 30일 조업정지 처분이 확정됐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9년 오염 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시설을 설치·이용했다가 환경부 점검에서 적발됐다. 구체적인 조업정지 일정은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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