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오빠 탐욕에 깨진 형제 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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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대하여 각 14분의 1 지분에 관하여 각 유류분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딸들이 오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 헌법재판소가 망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에게 망인이 증여한 재산은 유류분 배분에 있어서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 민법 유류분 규정에서 이런 사람의 기여분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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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대하여 각 14분의 1 지분에 관하여 각 유류분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그녀가 오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리라고는 꿈에라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를 포함한 여섯 명의 딸은 결국 ‘원고들’이 되어 부모의 모든 재산을 독차지한 오빠를 ‘피고’로 만들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올 일이 아니었다. 부모님 살아생전엔 형제들 간의 우애가 좋았다. 그래서 상속 문제가 닥쳤을 때 딸들은 유일한 아들인 오빠에게 딱 하나만 부탁했다. 형편이 어려운 막내딸에게 유산을 조금이나마 나눠달라고. 그러나 오빠는 단호히 거절했다. 이렇게 아들과 딸들 사이가 벌어지면서 이 사달이 났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제법 보유한 부모님은 사실 오빠밖에 몰랐다. 장남이기도 하고 유일한 아들이어서인지 오빠의 요구라면 뭐든 들어주었다. 딸들이 보기에 오빠는 항상 실패를 거듭했지만, 부모님은 땅을 팔아서라도 오빠를 뒷바라지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곧 한계에 도달했다. 집과 농사지을 땅만 남게 되자 부모님은 오빠에게 더 이상 지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오빠가 마지막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까지 하면서 막노동을 전전했지만, 부모님은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부모님으로부터 그 많은 혜택을 혼자 다 받다시피 한 오빠가 부모님을 부양할 수 없게 되자, 결국 딸들이 합심해 25년 동안 부모님을 돌보고 부양했다. 딸들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돌아가면서 부모님을 살폈다. 또 딸들은 오빠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오빠의 자식들을 돌보기도 하였고, 둘째 딸이 다니던 보험회사에 취직시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기도 했다. 딸들의 도움으로 오빠도 어느 정도 먹고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무슨 마음을 먹은 것인지, 4년 전 부모님을 모신다고 하면서 오빠가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딸들은 오빠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의아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했다. 오빠는 나름대로 열심히 연로하신 부모님을 돌봤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셨다. 이제 상속재산을 정리할 일만 남았다.
딸들과 오빠가 한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에서 오빠의 말을 들은 딸들은 기겁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재산을 모두 오빠에게 증여했단다. 등기를 확인했더니 오빠가 부모님 집에 들어간 지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모든 부동산이 증여됐고, 부모님 통장에도 몇백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일로 형제들끼리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딸들은 오빠에게 막내딸에게 조금만 나눠달라고 했다. 그러나 오빠는 딸들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을 4년 동안 모셨으니 내가 유산을 가질 자격이 충분해.”
딸들이 오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 헌법재판소가 망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에게 망인이 증여한 재산은 유류분 배분에 있어서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 민법 유류분 규정에서 이런 사람의 기여분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오빠는 소송에서 기여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산에 대한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부양 수준을 초과하면서 동시에 일반적인 부양의무를 넘어서는 정도의 ‘특별한 부양’을 해야 한다. 자식으로서 일반적인 부양의무를 제대로 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오빠의 탐욕에 딸들의 속은 썩어들어가고 있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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