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장 탄핵에 특활비 삭감…野 흔들기에 코너 몰린 검찰
4일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677조원 규모의 정부안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한 가운데, 특히 검찰 특수활동비를 정조준하고 있어서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과 장경태 법사위 예산결산소위원장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80억원의 검찰 특활비 중 목적·금액·대상 등 그 필요성이 증빙되지 않는 항목은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예산결산소위에 영수증 첨부가 되지 않은 특활비는 전액 삭감하라고 특별 지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9월부터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에게 검찰 특활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한 정 위원장이 예산국회 시기가 다가오면서 예산 삭감을 공식화한 것이다.
검찰 특활비는 법무부 예산으로 책정된다. 마약·첨단범죄·국민생활침해범죄·사회공정성저해범죄 등 범죄 분야별로 특활비가 배정되면 법무부가 이를 검찰총장에게 내려 일선 수사 현장에서 활용된다. 다만 구체적인 사용 내역이나 영수증을 남기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깜깜이 예산’이란 비판이 제기돼, 문재인 정부에선 검찰의 특활비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2017년 179억원이던 특활비는 142억원(2018년)→116억원(2019년)→94억원(2020년)→84억원(2021년)으로 줄었고, 올해 배정된 금액은 72억원에 불과하다.
국회 법사위는 6~7일 예산결산소위를 열고 검찰 특활비 처리 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의 전까지 검찰 특활비에 대한 증빙서류가 제출되지 않으면 특활비를 전액 삭감하겠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특활비 삭감이 의결될 경우 더 이상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사위에서 의결한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재차 심사하지만, 이 단계에서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선 법사위원장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활비 전액삭감 엄포에 난감해하고 있다. 매년 특활비 예산이 줄어 이미 일선 수사 현장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미 마약·기술유출·조직폭력 등의 범죄 수사를 위한 정보원 관리망이 부실해졌고, 압수수색 등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수사 과정에서도 예산 부족으로 일선 검사·수사관들의 고충이 커졌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특활비 삭감 기조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지휘부에 대한 탄핵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을 ‘편파 수사’로 규정한 민주당은 그 책임자인 이창수 중앙지검장과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이르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그 즉시 이 지검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업무에 복귀할 수 있지만 탄핵심판 심리에 걸리는 기간만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입장에선 전국 최대 검찰청인 중앙지검이 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검사장 없이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리스크를 안게 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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