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명예회장’ 시조시인 이일향 별세
시조 시인 이일향씨가 지난 2일 별세했다고 사조그룹이 3일 밝혔다. 94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고(故) 이일향 시인은 사조그룹과 푸른그룹의 명예회장을 지냈다. 고인은 고 이설주 시인의 딸이기도 했다. 이설주 시인은 1989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은관 서훈을 받은 시조계 거장이다. 2011년 한국 현대 시문학과 시조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설주 문학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 시인은 1930년 대구에서 태어나 1949년 사조산업 창업자인 고 주인용 선대 회장과 결혼으로 연을 맺고 슬하에 2남 3녀를 뒀다. 회사 경영은 주인용 회장 별세 후 장남인 주진우 회장이 이어받았다.
이일향 시인은 지난 1979년 남편과 사별한 후 정완영 선생으로부터 시조를 배우며 그리움과 상실감을 극복했다. 이후 1983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하며 본격적으로 시조시인의 길을 걸었다.
작품집으로는 『지환을 끼고』, 『밀물과 썰물 사이』, 『석일당시초』 등 15권이 있다. 2016년에도 시조집 『노래는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다』를 출간하는 등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고인은 1989년 중앙일보 주최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윤동주문학상, 노산문학상, 정운이영도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1992년 신사임당상으로 추대됐다. 가장 최근작인 『노래는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다』는 구상문학상을 받았다.
삶에 대해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과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시인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여성시조문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사조산업 이사, 명예회장에 오르는 등 시조 작품 활동 외에 사조산업 경영에도 참여했다. 특히 1983년 남편의 호를 딴 취암장학재단을 세우고 이사장을 맡아 인재양성과 교육발전에 헌신했다.
유족은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 주영주 전 이화여대 교수, 주연아, 주안나씨 등이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5일이며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천주교용인공원묘원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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