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몸 녹이는 茶, ‘이렇게’ 따라야 더 맛있다 [주방 속 과학]

이슬비 기자 2024. 11. 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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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선
살을 에는 시린 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차 한 잔이 떠오른다. 한 모금을 꿀꺽 목구멍으로 넘기면, 식도를 중심으로 따뜻함이 온몸으로 번지면서 금세 코에서 나오는 공기로 주변도 후끈해진다. 건강에도 좋다. 심신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차를 우릴 때 작은 변화를 더하면, 맛까지 올라가 차를 마시는 순간을 200% 즐길 수 있다.

◇감칠맛은 저온, 쌉싸름한 맛은 고온에서 나와
차는 찻잎을 우려내는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차 속에서 건강을 이롭게 하고, 맛도 좋게 하는 대표적인 생리활성 물질 세 가지가 있다. 카테킨, 카페인, 그리고 L-테이닌이다. 맛에만 초점을 맞추자면 카테킨과 카페인은 떫고 쓴 맛을 내고, L-테이닌은 감칠맛과 단맛을 담당한다. 카테킨과 카페인은 높은 온도에서만 녹는다. 반면 아미노산류인 L-테이닌은 낮은 온도에서도 비교적 잘 녹는다. 쓴맛이 싫고 차의 감칠맛을 은은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은 섭씨 50도 정도 저온으로 서서히 우려내서 차를 마시면 좋다. 차의 쌉싸름한 맛을 좋아하거나, 건강을 생각해 항산화 성분을 더 많이 섭취하고 싶다면 섭씨 80도의 고온으로 우려내 마시는 게 낫다. 카테킨과 카페인 함량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성질 탓에 우려내는 시간에 따라서도 차의 맛이 달라진다. L-테아닌은 2분 정도만 우려내도 용해된다. 카테킨과 카페인은 우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한다. 마찬가지로 옅은 차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2분만, 떫은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2분 이상 오래 찻잎을 우려내 마시면 된다. 일반적으로 티백 차보다 잎 차가 맛있다고 하는 이유는 티백이 우려내는 속도를 늦춰 떫은 맛이 더 많이 나게 하기 때문이다.

간혹 떫은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차를 오래, 많이 우려 마시기도 한다. 세 번 이상 우려 마시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두 번만 우려도 L-테아닌은 90%, 카테킨은 80% 정도 추출된다. 세 번이상 우리면 더 이상 생리활성물질은 나오지 않는다.

한편, 차의 종류에 따라 세 성분의 함량이 다른데, 카테킨은 녹차와 백차에 가장 많고, 카페인은 홍차와 흑차에 풍부하다. L-테아닌은 모든 차에 비슷하게 함유돼 있다.

◇‘와인처럼’ 물 높은 곳에서 따르면 차 맛 좋아져
물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잎 차나 티백에 끓인 물을 부을 때는 주전자를 약간 높게 드는 걸 추천한다. 찻잎이 물속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며 맛과 향이 우러나는걸 '점핑'이라고 하는데, 점핑이 잘 될수록 맛이 좋다. 위치 에너지를 높여 물을 따르면 물과 잎이 부딪힐 때 더 큰 에너지가 전달돼, 점핑이 잘 된다. 물이 잔에 들어가기 전 낮게 따랐을 때보다 더 많은 공기를 함유하는 것도 점핑에 도움이 된다. 주전자에 찻잎을 넣고 끓인 뒤 컵에 따라 마실 때는 낮고 빠르게 따라야 향이 흩어지지 않는다.

떫은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전자레인지로 찻잎과 물을 함께 데워 먹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의 하나다. 호주 뉴캐슬대 연구 결과, 가스레인지보다 전자레인지로 차를 끓였을 때 더 많은 생리 활성 물질이 추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초를 돌리고, 1분 기다렸다가 마시면 된다.

◇레몬즙 첨가하면 풍미 살아나
시간·온도 등 모든 요인을 신경 쓰기 싫다면, 차를 우릴 때 레몬즙이나 감귤의 말린 껍질만 조금 추가해 보자. 풍미가 더 올라간다. 산성도가 높은 물은 공기와 차 사이에 막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스웨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팀은 찻잎을 우려낼 때 공기와 물 경계면에 만들어지는 얇은 막의 생성 조건을 분석했다. 이 막이 두꺼워질수록 마실 때 차향이 덜 나 풍미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산성을 띠는 첨가물을 넣었을 때 막이 만들어지는 비율이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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