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 1개월…임금 500만원씩 날렸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조합원들 평균 500만~600만원 임금 손실
파업 길어질수록 조합원 손해만 커져…'임금손실 보전 이면합의'는 옛말
임금손실 보전시 사측 노동법 위반,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

현대트랜스시스 노동조합(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트랜시스서산지회)이 한 달 가까이 파업을 이어가며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통상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교섭 타결 조건으로 사측과 이면합의를 통해 파업에 따른 임금손실을 보전해 줄 것이라고 설득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조합원들이 손실을 고스란히 덮어 써야 하는 실정이다.
3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 기간이 지난 1일로 19일차에 이르면서 조합원 개인당 최대 600만원 가까운 임금 손실을 입게 될 전망이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달 8일부터 10일까지 현대트랜시스 최대 사업장이자 국내 최대 자동변속기 생산거점인 충남 서산 지곡공장에 대한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같은 달 11일부터는 전면파업으로 확대하면서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주말 이후인 4일까지 전면파업을 이어간 뒤 이날 교섭에서 사측이 전향적인 제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다시 파업 지침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4일까지만 파업을 이어가도 한 달 통상 근무일수인 20일을 채우게 된다. 현대트랜시스 생산직 근로자들의 한 달 평균 임금 500~6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 셈이다.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 결렬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한 뒤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하지만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일수만큼의 임금을 받을 수 없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4조제1항을 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교섭 과정에서 타결 조건으로 파업에 따른 임금손실을 보전해달라는 이면합의를 요구하고, 사측도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을 견디다 못해 합의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사측이 노동법 위반과 배임에 따른 처벌까지 감수해가며 이면합의를 해주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집행부의 지침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만 임금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최근 상법과 근로 관련 법률 및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다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법규정 준수의식도 높아지면서 과거처럼 노조와 사측 간 이면합의 등을 통해 파업에 따른 임금손실을 보전해 주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회사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어기고 임금 손실은 보전해 준다면, 노동법 위반은 물론 법인에 경제적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면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성실하게 근무를 수행한 근로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회사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업 장기화로 임금손실액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생산물량 이관, 신변 불안 등으로 인해 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니 ‘블라인드’에는 ‘10월 임금 손실, 11월에도 임금손실 이어지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삼성이나 완성차만 봐도 파업해서 임금손실 보전해 준 사례 없는데, 너무 힘들다’, ‘한 달째 집에만 있다 보니 아내와 아이들에게 부끄럽다’, ‘변속기 신규 라인 현대차 울산공장에 뺏기는 거 아니냐’ 등 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는 게시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애초에 너무 무리한 요구를 내놓고 강성 일변도로 대응하며 스스로 퇴로를 막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트랜시스는 지난 6월부터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해왔으나 노조가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면서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요구하는 기본급 인상폭은 모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임단협 타결안(호봉승급분 포함 11만2000원)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또, 노조가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전년도 매출액의 2%는 약 2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1169억원)의 2배에 달한다.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전액을 성과급으로 내놓는 것으로도 모자라,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금융권에서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성과금은 영업실적을 기반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게 상식인데, 영업이익의 2배를 초과하는 성과급을 빚을 내서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노조가 수용 불가능한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서 내세울 경우 교섭 타결은 요원해진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가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변속기 등 부품 내재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장기적으로 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의 고용 안정을 뒤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조합원들의 임금손실은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감안해 노조 집행부가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파업 사례만 보더라도 파업 참여 정도에 따라 조합원 1인당 200~500만원까지 임금손실이 발생하면서 25일 만에 현업에 복귀했다”면서 “현대트랜시스의 모기업인 현대차‧기아 같은 경우도 회사측이 강력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그 영향으로 현대차는 6년, 기아는 4년째 무분규 타결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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