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돼지의 왕'→'지옥2'…"10년 넘게 들끓는 논쟁, 그래도 행복" [엑's 인터뷰]

김유진 기자 2024. 11. 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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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연상호 감독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쉼 없이 내놓은 다양한 작품의 결과들을 돌아보며 계속된 새로운 시도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1997년 영화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풍경'으로 데뷔한 연 감독은 2011년 개봉해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비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통해 대중과 본격적으로 소통을 시작했다.

'사이비'(2013) 등 애니메이션에 이어 2016년에는 상업영화 데뷔작인 '부산행'으로 1156만 관객을 동원하며 단숨에 충무로의 주목 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이후 '염력'(2018), '반도'(2020), 넷플릭스 영화 '정이'(2023)와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지옥' 시즌1(2021), '기생수: 더 그레이'(2024)에 이어 지난 달 25일 공개된 '지옥' 시즌2의 연출까지 각본, 제작 등 다양한 역할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펼쳐 왔다.

'부산행'을 통해 상업영화 시장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 영화감독, 또 창작자의 삶에 대해 꾸준히 고민을 이어왔다고 말해왔던 연 감독은 최근 2018년 직접 쓰고 그린 동명 만화 '얼굴'을 실사화 한 제작비 2억 원의 저예산 독립영화 '얼굴'로 작가주의적 시선을 전할 예정이다.

최근 '지옥2' 공개와 함께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연 감독은 "'부산행'이 개봉했을 때, 생각보다 흥행이 너무 많이 됐다. 제게는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부산행' 이후로 지금까지 작업을 하면서, 대중이 바라보는 일종의 성적이기도 한 상업성과 대중성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하면서 작업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얘기했다.

'지옥2'는 숫자로 보여지는 상업적인 성공 지표가 아닌, 작품 자체로 이야기할 수 있어 스스로에게는 의미가 컸다고 밝혔다.

연 감독은 "'부산행' 이후에 모든 작품이 대중성을 만족시켰냐 한다면 아닐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저는 대중성을 항상 여러 생각의 최우선에 놓고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또 "투자자 같은, 저와 작업하고 싶어하는 분들은 대중성에 대한 생각을 더 한 것이지, 저의 예술성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렇게 말하면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늘 그렇게 하는 것은 무책임할 수 있지만, 적어도 열 번에 한 번은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무언가 제 안에 제대로 들어가서 일할 수 있는 판이 '지옥2' 작업이었다"고 강조하면서, "그 기회가 생긴 것이 너무 좋고, 많은 분들이 떠들썩하게 얘기해주시는 지금 이 상황을 맞이한 것도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보였다.

애니메이션 위주로 작업하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다소 극단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대중의 극과 극 반응들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있는 속내도 털어놓았다.

연 감독은 "늘 제가 새 작품을 낼 때마다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었다. '돼지의 왕' 때부터 10년이 넘게 지났는데, '호불호'라는 말도 있지만 저는 '여전히 들끓는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칭송을 계속 받기 시작하면 불안해질 것 같다. '언제 떨어질까'의 문제라기보다는,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다. 여전히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작업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계기는 최근 겪었던 건강 관련 상황도 자리하고 있었다.

"굳이 얘기드릴 필요는 없지만, 사실 제가 최근에 몸이 좀 아팠다"며 조심스레 말을 이은 연 감독은 "가끔 보시는 분들이 '살이 많이 빠졌다'고 하시더라. 원래 혈관 쪽이 조금 좋지 않았는데, 최근에 심근경색이 와서 석 달 전 쯤 스탠스 시술을 받았다. 작업을 많이 해서 그랬던 것이냐고 한다면, 그 인과관계는 잘 모르겠다. 요즘에는 오히려 더 건강해졌는데, 그 이후로 작업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담담히 털어놓았다.

연 감독은 "눈치를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다시 '연상호'화 시켜서 작업을 하고 있다"며 달라진 마음들을 덧붙였다.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시도해 보는 것이다. 제가 보는 연상호라는 사람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너무 잘 알아서 (저예산 '얼굴'을 촬영한 것처럼) 극단적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옛날에는 1억, 2억에도 작품을 만들었던 사람인데 지금의 연상호는 그런 것을 못하는 사람이 돼 버린 것 아닌가. 극단적 상황으로 들어갔을 때 어떻게 될 지 일종의 궁금증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지옥2' 이후에도 영화 '계시록', 총괄 프로듀서이자 각본을 맡은 일본 넷플릭스 시리즈 '가스인간' 작업 등 쉼 없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연 감독은 "무언가에 능숙해지는 것의 끝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예술을 창작하는 것에서 완벽하게 능숙해진 예술가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든다"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고민의 시간들을 귀띔했다.

사진 = 넷플릭스, 각 영화 스틸컷·포스터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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