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형제' 서울대 보냈다…중졸 막노동꾼 아빠의 교육법
「 hello! Parents 특별기획 6부작 ‘그 엄마의 비밀’⑥ 」
" 돈 말고 시간을 투자하세요 "
경제력도, 정보력도, 학력도 없는 아빠가 두 아들을 서울대에 보냈다. 중졸(中卒)의 막노동꾼 출신 아빠 노태권(67)씨다. 노씨는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 두 아들을 서울대까지 보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양육자의 관심과 보살핌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너무 당연한 말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관심과 보살핌을 돈으로 해결하고 있진 않나요?”
노씨네 삼부자는 모두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노씨는 난독증으로 중학교도 간신히 졸업했다. 노씨의 첫째는 게임에 빠져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고, 둘째는 아토피가 심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다. 노씨 삼부자가 모두 중졸이 되자 가장 속상해한 건 노씨의 아버지였다. 공무원이었던 노씨의 아버지는 자식 교육에 헌신적이었다. 노씨의 두 남동생을 연세대에 보낼 정도로 교육열이 높았다. 아버지는 “손자 둘 다 (춘천에서) 서울로 보내라. 내가 가르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빠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노씨는 춘천에서 사교육 한 번 없이 두 아들을 직접 가르쳐 서울대에 보냈다. 첫째는 2011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둘째는 2015년 서울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노씨는 “난 공부 머리를 타고난 사람이 아니다. 애들도 서울대 보내려고 공부시킨 게 아니었다”고 했다. 난독증 아빠는 공부와 담쌓은 두 아들을 어떻게 가르쳤을까? 지난 7일 그를 만나 물었다.
🦸♂️ 행동으로 보여줬다
노씨는 자신을 “빵점도 아닌 마이너스 백점 아빠였다”고 소개했다. 아이들이 학교를 관둔 것도 자신 탓이라고 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뒤늦게 시작한 한글 공부에 정신이 팔려 정작 아이들은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거다. 아이들은 무관심한 아빠를 외면했다. 첫째가 중학교 3학년 때 쓴 어버이날 카드에는 ‘우리 아빠는 무식하고 별 볼 일 없는 막노동꾼’이라고 적혀 있었다. 노씨는 “부모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학습 문제의 불씨”라고 했다. 아이를 충분히 보살피지 않으면 정서 불안이 커지고 결국 학습 의지를 꺾는다는 거다. 그가 “공부하라고 말하기 전에 좋은 관계부터 쌓으라”고 하는 건 그래서다.
Q : 두 아들이 학교를 관둔 게 아빠 탓이라고요?
A :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공부를 포기한 게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수많은 신호가 있었어요. 게임에 집착하고, 가출하고…. 친구들은 막노동꾼 자식이라고 놀리지, 엄마·아빠는 일하느라 바쁘지, 게임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었겠죠. 게다가 제가 마흔 넘어 한글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늦깎이 공부한다고 신경을 더 못 썼죠. 부모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할 때였는데,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겁니다. 그러니 삐뚤어질 수밖예요.
Q :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A : 결핍을 채워 줘야죠. 그런데 돈도, 학력도, 직업도 변변치 않은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더군요. 제가 가진 걸 내어 주는 것 외 엔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고 국제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습니다. 운 좋게 절 후원하겠다는 분을 만나 수능 준비도 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다 접었어요. 애들이 꿈을 잃었는데, 제 꿈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일도, 공부도 다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Q :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생계도 있는데요.
A : 아이들에게는 ‘내 편’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저는 한참 늦었죠. 제 아버지도 그러셨어요. 글자도 못 읽는 바보란 소리를 듣고 다녔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직접 가르치셨어요. 제가 중학교까지나마 마친 건 다 아버지 덕이죠. 다만 방식이 싫었어요. 겁주고 야단치면서 가르치셨는데, 그럴수록 더 위축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절대 화내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했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다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니까요. 제 모든 걸 접은 건 그래서예요. 대신 아내가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Q : 공부와 담쌓고, 학교까지 관둔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A :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줬습니다. 행동이 변화를 만든다는 게 제 신조거든요. 제가 선택한 건 걷기였어요. 아이들 데리고 소양강을 따라 왕복 24㎞, 하루 8시간을 걸었습니다. 걷기가 두 발로 하는 철학이라고 하잖아요. 걷다 보면 머릿속이 정리됩니다. 굳이 대화하지 않고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요. 물론 애들이 순순히 안 따라나섭니다. 그래서 거래를 했어요. 하루 8시간만 함께 걸으면 게임하지 말란 말 안 하겠다고요. 그렇게 어르고 달래서 나왔지만, 막상 서먹했습니다. 말을 걸면 들은 척도 안 해요. 어쩔 땐 화가 납니다. ‘그래도 내가 아빤데’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꾹 참았어요. ‘꼰대’가 되지 않기로 다짐했거든요. 섣부르게 미안하다는 말도 안 했습니다. 기다렸어요. 아이들 마음이 풀릴 때까지요.
Q : 너무 아이 중심 아닌가요? 버릇만 더 나빠지면 어쩌죠?
A : 모든 걸 허용했다는 건 아닙니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게 했습니다. 특히 생계와 관련된 건 투명하게 공개했어요. 아내의 식당 일만으로는 우리 네 식구 먹고살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쌀통에 쌀이 없다. 이제 아빠도 일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도 같이 가겠다더군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집에 남아 게임을 하는 것보다 함께 있는 게 나으니까요. 아들이랑 전국을 돌며 공사장, 주유소에서 일했습니다. 애가 학교 안 가고 일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수군거립니다. 그때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제 과거를 그대로 밟는 거잖아요.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때마다 전 아이를 더 감쌌어요. 사람들한테는 “홈스쿨링하는 중이다. 우리 애 나쁜 애 아니다”고 했고, 애한텐 “주눅들지 마라. 공부 안 해도 너만 당당하면 된다. 아빠만 따라와라” 했어요. 제가 아이에 대한 확신을 갖고 방패막이가 돼준 거죠.
행군을 시작한 지 일 년, 아빠와 두 아들은 8000㎞를 걸었다. 노씨의 절실함을 이해한 건지 “다시 공부해보겠느냐”는 노씨의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 베푸는 습관부터 길렀다
마음의 문을 연 아이들이 차츰 공부에도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노씨는 서두르지 않았다. 공부는 장기전이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노씨가 두 아들에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부터 찾아보자”고 한 것도 그래서였다. 노씨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야 어떻게 공부할지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노씨의 두 아들은 어떻게 공부의 이유를 찾았을까?
중졸 두 아들을 위해 공부 의지를 불태운 난독증 아빠.
공부 방법에는 세 가지 전략이 숨어 있었는데요. 말보다는 행동, 아이와 함게 걸어준 것 외에 나머지 두 가지 비결은 무엇일까요. 남은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구독 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중졸 두 아들 서울대 보냈다, 중졸 막노동꾼 아빠의 전략 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5210
■ hello! Parents 특별기획 6부작 - 서울대 ‘그 엄마의 비밀’
「 ① “경제력도 정보력도 아니다” 서울대 보낸 엄마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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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초등땐 놀려라, 한달만 빼고”…‘서울대 삼형제’ 엄마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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