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정체비용 물릴 것" 드라이브 스루 전국 최다 도시 초강수
지난 1일 오후 12시 10분쯤 부산 연제구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 드라이브스루(DT) 매장. 인도 위를 가로지른 매장 진입로를 통해 점심을 사려는 차량 여러 대가 드나들었다. 시청 인근이고 중앙대로 왕복 6차로를 낀 곳에 자리해 이 매장 앞엔 늘 유동인구와 차량이 많다. 이곳을 지나던 직장인 정모(42)씨는 “불쑥 드나드는 차 때문에 길을 걷다 자주 놀란다”며 “매장 대기 차량이 꼬리를 물면 중앙대로 차량 흐름이 엉키거나 밀리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부산시 첫 성과감사, DT매장 겨눴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 있는 DT매장은 78곳이다. 1992년 해운대구에 부산 1호 DT매장이 생겼다. 이후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DT매장이 빠르게 늘었다. 전국 특ㆍ광역시 가운데 부산의 DT매장이 가장 많다. 이어 대구(70곳), 서울(55곳) 순이다.
이에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2개월간 시내 DT매장 78곳을 전수조사하는 성과감사를 벌였다. 성과감사는 시민에게 더 나은 행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한다. 부산시 감사위가 성과감사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통유발부담금 ‘찔끔’ 교통영향평가는 0
감사 결과 DT매장 관련 교통영향평가나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방식 등 기존 체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위에 따르면 기존 DT매장 78곳 중 교통영향평가를 받은 곳은 한 곳도 없다. 교통영향평가는 건축 허가에 앞서 해당 시설물이 생길 경우 일대 교통 흐름이나 안전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필요하면 보완책을 마련케 하는 제도다.
DT매장은 맞닿은 인도ㆍ차로의 교통 흐름과 안전에 모두 영향을 주는 시설이다. 이런 DT매장 교통영향평가가 면제된 데 대해 감사위는 “DT매장 면적은 300~500㎡ 안팎으로 조례상 교통영향평가 대상 기준(8000㎡)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감사위는 앞으로 지어지는 DT매장에 대해선 교통영향평가가 이뤄지도록 해당 조례를 개정하라고 부산시에 권고했다. 감사위는 “지자체는 국토교통부와 사전 협의해 특정 시설에 대한 교통영향평가 면적 기준을 조례로 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DT매장이 인근에 미칠 교통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기존 인도와는 구분되는 진출입로 마련 등 보완책을 지자체가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위는 DT 매장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 부담금은 교통혼잡을 일으키는 시설에 매기는 비용이다. 하지만 도시교통정비법의 면적 기준(1000㎡ 이상)에 따라 DT매장 78곳 중 이 부담금을 내는 곳은 12곳뿐이다. 이마저 매장당 금액이 연간 14만~86만원 수준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감사위는 부산시가 이 법 개정을 국토부에 건의하라고 권고했다. 교통유발부담금 면적 기준을 삭제하고, 부담금 산정 근거가 되는 교통유발계수 또한 지자체가 높일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반사경ㆍ방지턱 등 시설 보강도 필요”
감사 결과 각 자치구에는 ‘승차 구매점(DT매장) 조례’ 개정이 권고됐다. 감사위가 매장 78곳을 실사한 결과 차량 진·출입이 잦은데도 법이 규정한 반사경과 과속방지턱, 경보장치 등 시설 설치가 미흡했다고 한다. 조례가 개정되면 자치구는 도로점용허가를 받으려는 시설에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할 수 있게 된다.
감사위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DT매장 인근 보행 환경 안전성이 떨어지며(응답률 52.9%), 규제책이 필요하다는 의견(78.5%)이 지배적이었다”며 “권고 사항이 이행되면 DT 매장에 대한 평가ㆍ비용 현실화 및 안전 설비 확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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