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의 카나리아' 신호 보냈다…메마른 아마존이 불러올 재앙 [세계한잔]
브라질에 2년 연속 극심한 가뭄이 이어져 남아메리카의 젖줄 아마존강이 말라가고 있다. 일부 지역의 수위는 하루 20㎝ 가까이 떨어지며 12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아마존강은 복잡한 수로를 따라 흐르던 풍부한 유량이 거의 사라지고 거북등처럼 메마른 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최근 CNN방송과 가디언·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브라질은 1950년 기상 관측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수도 브라질리아를 포함한 일부 도시는 160일 이상 비가 내리지 않고 있고, 국토 60% 이상이 가뭄의 영향권에 포함됐다. 브라질 국립 자연재해 모니터링 및 조기경보센터의 연구원인 아나 파울라쿠냐는 지난달 "브라질 북부에서 남동부까지 가뭄이 퍼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가뭄"이라고 전했다.
최악의 가뭄에 아마존강이 직격탄을 맞았다. 아마존강은 나일강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긴 강으로, 유량은 미시시피강(미국)·나일강(이집트)·장강(중국)을 합친 것보다 많다. 페루 안데스 산맥에서 발원해 브라질·콜롬비아·볼리비아·에콰도르·베네수엘라 등 남미 8개국에 걸쳐 흐르며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젖줄 역할을 한다. 강줄기의 대부분이 브라질 영토에 속해 있다.
가장 큰 지류인 리오네그로강도 브라질 북부의 아마조네스주(州)에 위치했다. 브라질 지질당국에 따르면, 최근 리오네그로의 수위가 하루에 7인치(약 18㎝)씩 떨어지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마나우스 항구 인근에서 측정한 수위는 지난달 4일 기준 12.66m로, 정상 수위인 21m에 비해 9m 가량 낮아졌다. 브라질이 강 수위 측정을 시작한 1967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마나우스의 수문학 관리자인 안드레 마르티넬리는 리오네그로 상류 지역 강수량이 예년 대비 현저히 적어, 수위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달 말까지 리오네그로 수위가 12m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고 현지 매체에 전했다.
아마존의 또다른 주요 지류인 솔리모에스와 마데이라의 수위도 역사상 가장 낮다. 평소 회갈색의 풍부한 유량이 특징이던 솔리모에스는 올 들어 곳곳에 강바닥이 드러나 거대한 모래사장처럼 바뀌었다. 지난 9월엔 18세기에 축조된 요새 흔적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포르투밸류 항구에서 잰 마데이라의 수위는 지난 7월 기준 2m로 떨어졌다. 평소 이곳의 수심은 5.3m 이상이었다.
교통로 막히고, 단전·단수 이어져
아마존강이 가뭄으로 말라가자, 남미 대다수 지역 거주민들의 삶과 지역 경제가 통째로 뒤집히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아마존강 물줄기는 남미 8개국 3000만 명을 부양하고 있다. 남미의 수력발전, 식수 및 생활용수 공급, 상업과 유통 등이 아마존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특히 아마존강의 여러 지류들은 아마존 열대 우림의 외딴 지역까지 핏줄처럼 뻗어 있어 각 지역사회를 연결하고 물자를 전달하는 유일한 교통로 역할을 해왔다. 강물 수위가 낮아지자 마을 곳곳의 아이들을 학교로 실어나르고 먼 마을에서 약·식량·식수를 배달하던 배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NYT는 아마존의 여러 마을이 고립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단전과 단수도 이어지고 있다. 에콰도르는 하루 최대 14시간 에너지 감축을 시행 중이며 인터넷도 끊겼다. 콜롬비아 정부는 정기적으로 단수를 시행하고 있으며,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가족 공동 샤워'를 권장하고 있다.
생태계 피해도 심각하다. 건조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산불도 급증했다. 에콰도르에선 올해 2만3450㏊의 나무가 불탔다. 이는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넓이의 69배 넓이에 해당한다. 파라과이의 세계 최대 열대 습지인 판타날은 올 1~6월까지 3000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해 62만7000㏊ 습지가 초토화됐다.
불법 벌목과 온난화 가속…"악순환 고리에 빠졌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극심한 가뭄의 주요 원인이 기후 온난화와 산림 벌채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산타카타리나 연방 대학의 연구원인 베르나르도 플로레스는 아마존의 일부 지역은 1980년 대 이후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화씨 3.6도 상승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지구 전체 평균 기온은 1.5도 오른 것에 비해 아마존의 기온 상승 속도가 현저히 빠른 셈이다. 브라질 기상학자 카를로스 노브레는 "이 수치는 브라질에서 온난화가 특히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면서 "굉장히 두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아마존 기온 상승 속도가 빠른 원인으로는 열대우림에서 벌어지는 무차별적인 불법 벌목이 꼽힌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데, 벌목으로 인해 온난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NYT는 열대우림 내부의 습도와 지하수 등 수분을 보호하는 나무가 사라지면서 정글에 보호 장막이 걷혔고, 이로 인해 이 지역이 강렬한 햇빛에 무방비로 노출돼 건조와 기온 상승의 악순환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마존강을 연구하는 과학자 280명으로 구성된 협력 프로젝트인 '더 아마존 위 원트'는 아마존강 일부 지역에서 1970년 대비 비가 오지 않는 건기가 한달 더 길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2022년 발표한 바 있다. 아마존환경연구소의 안나 알렌카 과학 담당 국장은 "아마존강은 회복할 기회를 잃었고, 상황이 악화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폭염과 가뭄의 직접적 원인이 된 엘리뇨가 라니냐로 전환되면서 남미 전역에 강수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의 연구 과학자인 링컨 알베스는 "이는 올 연말까지 일시적으로 상황이 호전되는 것일뿐, 이 지역 가뭄과 기온 상승의 큰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재난경보센터(Cemaden) 연구원인 아드리아나 쿠아르타스도 "11월까지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 셀레스테 사울로는 아마존의 상황에 대해 "기후 변화의 위험을 알리는 '탄광의 카나리아'가 보내는 신호"라며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존강과 같은 담수 자원의 고갈은 곧바로 식수 공급의 위험을 야기해, 이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2050년이면 세계 50억 명이 최소 한달 이상 물을 충분히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울로 총장은 "기후 변화와 물 공급 위기를 막기 위해 국경 없는 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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