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아닌 ‘쾌락’에 몰두하는 동물 있다? [강영운의 ‘야! 한 생각, 아! 한 생각’]

2024. 11.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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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아마존강돌고래의 비밀

핑크빛의 맨들맨들한 피부. 삐쭉 내민 주둥이에 작은 눈. 한번 보면 그 귀여운 모습에 경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생명체. 바로 ‘아마존강돌고래’다. 더없이 착하고 순진해 보이는 녀석들이지만, 겉모습만 보고 속지 마시길. 녀석들 성생활은 ‘색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짝이 없더라도 혼자서도 즐길 정도로 왕성한 성욕을 자랑한다. 마침 또 10월 24일이 ‘국제 민물 돌고래’의 날이었다. 그들의 성생활을 훔쳐보기 위해 돌고래 침실 속으로 들어가본다.

일러스트 : 강유나
수초에 그곳 문지르고 물고기로 자위를

높은 지능 덕에 서로 만져주고 핥아주는 동물

이곳은 녀석이 서식하는 아마존강. 수컷 둘이서 천덕꾸러기처럼 서로 뒤엉켜 장난을 치고 있는 중이다. 어찌 된 일인지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 녀석이 지느러미를 이용해 다른 녀석의 ‘그곳’을 문질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창 즐거운 표정인 녀석이 보은이라도 하려는 듯 다른 녀석에게 ‘립서비스’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돌고래들이 동성끼리 ‘전희’ 활동을 하고 있던 것이다.

돌고래 성욕은 인간만큼이나 왕성하기 그지없다. 짝이 없을 때 혼자서 즐기는 경우도 왕왕 목격된다. 수초에 그곳을 문지르는 녀석, 먹잇감인 물고기를 ‘기구’로 활용하는 녀석 등 자위 양상도 다양하다. 절정에 달했을 때 바닷속에 쾌락의 결과물을 쏟아낸다. 만족해하는 녀석은 깨달음을 얻은 철학자처럼 사색에 잠긴다.

자위행위는 수컷의 전유물이 아니다. 암컷 핑크돌고래 역시 수컷처럼 혼자 즐기는 경우가 많다. 팔과 손은 없지만, 그곳을 문지르는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때로는 친구끼리 그곳을 문질러주면서 서로에게 만족감을 선물한다. 쾌락을 위한 섹스는 오직 인간만이 가능하다는 편견을 돌고래가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성행위는 돌고래의 높은 지능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돌고래 성기를 문질러준다는 것은 이들이 사회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쾌락을 위해 서로가 협력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동물이 돌고래다. 서로에게 기쁨을 준 돌고래들은 먹이를 잡을 때도, 짝짓기에 나설 때도 함께한다. 인간 다음으로 가장 똑똑한 생명체를 꼽을 때 돌고래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짝짓기할 때도 협력하는 돌고래

수중 교미 어려워…수컷끼리 연습하기도

돌고래의 협력은 ‘자위’가 아닌 ‘짝짓기’에도 빛을 발한다. 맘에 드는 암컷이 발견되면 수컷 여럿이 둘러싼다. 한 녀석이 일을 끝내면, 다른 녀석이 교합을 시도한다. 서너 마리가 한 팀이 돼 암컷을 공유한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신문 사회면에 ‘집단 강간’ 같은 제목이 붙을 만한 일이지만, 녀석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바로 진화론적인 이유다. 돌고래는 물속에 살지만 폐로 숨을 쉬는 포유류다. 교미 또한 수컷의 성기가 암컷 생식기에 삽입이 돼야 하는 ‘체내 수정’ 형태로 이뤄진다. 쉽게 체외 수정을 하는 여타 어류와는 다른 모습이다.

경험이 있는 분(?)도 있겠지만 물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유롭게 유영하는 암컷은 언제든 수컷의 ‘그곳’을 피해 도망갈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수컷들이 집단을 이뤄 짝짓기 연습을 하면서 합을 맞추는 이유다. 두 마리가 암컷의 자세를 잡아주고, 다른 한 마리가 교미를 하는 식이다. 번식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음에도, 녀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암컷을 공유한다. 협력하지 않으면 짝짓기는 더욱 어려워지기에. 수컷 돌고래들이 다른 동물에 비해 고환이 큰 배경이 여기에 있다. 한번 교미할 때 최대한 많은 정액과 정자를 쏟아내야 자신의 새끼가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그렇다고 돌고래 생식기를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커다란 성기를 내놓고 물속을 헤엄칠 경우 큰 에너지가 소비되기에 이를 숨길 수 있게끔 진화했다. 수영 선수들이 털 한 올이라도 제거하고 타이트한 수영복을 입는 것과 같은 원리다.

수컷 돌고래들은 암컷이 없는 경우에도 짝짓기를 연습한다.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역할을 하고, 나머지 수컷이 교미를 시도하는 방식이다. 배를 뒤집어 서로의 피부를 접촉하고 쓰다듬는 일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연습에 너무 지나치게 열중한 나머지, 녀석들은 때로 선(?)을 넘기도 한다. 돌고래 세계에서 동성애가 종종 목격되는 이유다(실제로 동성애는 인간을 비롯한 여러 종에서 발견된다).

수컷들은 이런 성교 연습과 동성애를 통해 유대감을 강화한다. 수컷끼리 서로 애정을 전달함으로써 추후 ‘실전 짝짓기(?)’가 이뤄질 때 환상의 팀워크가 완성된다. 돌고래가 사회적 동물로 통하는 이유다. 사랑을 하는 데 성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건 인간만이 아닌 셈이다.

어려운 교미를 통해 임신한 암컷 돌고래는 11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친다. 새끼가 태어나면 4살이 될 때까지 힘을 다해 양육한다. 그들의 협력 수준은 놀라운 수준이어서 다른 암컷이 양육을 돕기도 한다. 돌고래 세계에서도 어린이집 같은 공동 육아 시스템이 존재하는 셈이다.

핑크색으로 이름난 아마존강돌고래 모습. (디오고 루이스)
돌고래의 놀라운 지능

물속에서 의사소통…다친 동료 보살피기도

돌고래의 놀라움은 오직 침대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물속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돌고래는 휘파람을 불듯 소리를 내고는 하는데, 각 개체를 부를 때마다 다른 소리를 낼 정도로 정교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두목 돌고래는 휘파람 소리를 통해 먹이 위치를 공유한다. 감성은 또 어찌나 풍부한지 다친 동료를 보호하고 보살피는 일에도 진심을 다한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돌고래가 범상치 않은 동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멋진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높은 수준의 지능은 언제나 경이를 자아냈다. 고대 그리스는 돌고래를 도우미로 여겼을 정도다. 사랑의 전령 큐피드는 종종 돌고래를 탄 소년으로 묘사되고는 했다. 돌고래가 사랑과 연관이 있다는 걸 고대인도 잘 알고 있던 셈이다. 힌두 신화에서도 핑크돌고래는 갠지스강의 신인 갠과의 동물로 묘사된다.

옛 프랑스 왕위 계승자를 ‘도팽(Dauphin de France)’이라고 부른다. 불어로 돌고래라는 의미다. 프랑스 남동부 비엔누아 지역을 통치하던 기 백작이 자신의 가문 문장과 칭호로 돌고래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 이 지역이 나중에 프랑스 왕가에 매각되면서 왕자의 칭호로 ‘도팽’이 도입됐다. 돌고래와 우리 인간의 교류가 깊고도 깊은 셈이다.

민물 돌고래는 그러나 존재를 위협받고 있다. 인간이 쏟아내는 플라스틱 때문이다. 민물에 불법 투기한 플라스틱을 먹은 민물 돌고래가 생식 능력 저하에 직면했다고 학계는 보고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돌고래는 음파를 통해 먹이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이 음파가 플라스틱 파편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다. 먹이 위치 파악에 애를 먹고, 나아가 천적이 다가올 때도 이를 감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그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우리 인간의 무지, 그리고 이기 때문이다.

[강영운 매일경제신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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