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족의 마음 보듬는 11월의 크리스마스…웃음과 즐거움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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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가명·73)씨는 11년 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막내 아들 A씨를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행사에는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자살 유족과 자원봉사자 70여명이 참석했다.
아울러 라이프호프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자살 유족 커뮤니티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하다(미고사)'와 자살예방법 개정과 자살 유족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1만명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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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센터 설립 위한 1만명 서명 운동 전개
조성희(가명·73)씨는 11년 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막내 아들 A씨를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냈다. 작곡가이자 살가운 아들이었던 A씨는 갑작스러운 사업 위기로 알코올중독에 빠졌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씨는 “아들이 떠난 후 가족은 완전히 와해했고 큰아들과는 지금까지 연락하지 않는다”며 “살기 위해 내 몸을 학대할 때도 있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위해선 자신을 혹사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11년간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는 조씨가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은 자살 유족과 있을 때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대표 조성돈 교수)가 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11월의 크리스마스’를 개최했다. 세계자살유가족의 날은 매년 11월 셋째 주 토요일로, 부친을 자살로 잃은 미국 상원의원 해리 레이드가 1999년 처음 발의했다. 자살 유가족을 위로하고 상처를 치유하자는 취지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행사에는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자살 유족과 자원봉사자 70여명이 참석했다.
조씨는 “자조 모임에서는 슬픈 이야기만 해서 우울감이 심해지는데 11월의 크리스마스에 오면 굉장히 즐거운 시간만 보내다 간다”면서 “그런 부분이 좋아서 1회 때부터 매년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세 개의 조로 나뉘어 현장에 설치된 부스를 돌며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슬픔과 적막이 감도는 분위기 대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025년 달력을 꾸미면서 미래를 준비하거나 몸의 대화로 아픔을 치유하고, 탁상 조명을 만들며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념식에서는 상품 추첨과 인사 시간이 이어졌다. 조성돈 교수는 “사회에서 유족은 편히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이들”이라며 “오늘만큼은 유년 시절 크리스마스처럼 즐거움만 가득한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자살 유족들이 연대하며 표출되기 시작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선 이들에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들이 용기 내 꺼낸 이야기가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마중물이 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법 개정, 입법 청원, 지원 서비스 보완책 등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라이프호프는 자살 유족과 함께 하는 공개 모임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순회 포럼은 올해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대전과 전북 전주, 부산에서 ‘자살, 말할 수 있는 죽음’을 주제로 5차례 진행됐다.
아울러 라이프호프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자살 유족 커뮤니티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하다(미고사)’와 자살예방법 개정과 자살 유족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1만명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조 교수는 “유족은 숨어 지내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자살 유족 센터 설립을 위한 법 개정과 유가족협회 설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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