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집회서 '촛불' 언급 "심판하자"… 국민의힘 "선고 앞둔 방탄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거리집회를 열고 "2016년 촛불혁명 등 역사의 분기점마다 일어나 행동한 것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1심 재판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 방탄 집회임을 국민 모두가 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역~숭례문~시청으로 이어지는 4차로 도로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물론 170여명의 소속 의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집회 참가자가 약 3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행사 마지막에 직접 마이크를 잡고 30분 동안 연설했다. 그는 "1960년 4·19 혁명, 1980년 5·18 민중 항쟁, 1987년 6월 항쟁, 2016년 촛불혁명까지 일어나 행동한 것은 국민이다"며 "촛불로 몰아낸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의 비선 논란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과 빗댔다. 이 대표는 "2016년 겨울을 떠올려 보라. 가녀린 촛불로 부정한 권력을 무릎 꿇렸을 때 국정 농단은 영원히 사라질 줄 알았다"면서 "책임 없는 자들이 국정을 지배하고 비상식과 주술이 국정을 흔들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선 "국민의 압도적 주권 의지인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즉각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심판하자"고도 했다.
이 대표는 '탄핵'이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다. 스스로 "2016년 박근혜 정권을 질타하는 연설을 했을 땐 성남시장, 변방의 장수여서 자유롭게 말했지만 지금은 제1야당 대표라는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을 대신 말해줬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자신과 배우자의 비리를 덮는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됐다. 윤 대통령은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최고위원 역시 "윤석열 정권 심판 열차를 출발시키자. 썩은 이는 뽑아야 한다"고 했다.
그간 민주당은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 직접 언급을 피해왔는데 이번 집회에서 탄핵 주장이 공식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지역별 거리 집회와 천만인 서명운동 등으로 탄핵 분위기를 띄울 예정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용 집회'라며 평가절하했다. 이날 당 공식논평은 "정당한 구속영장 청구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면 민주당의 약속이 역시나 허무한 결론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이 모든 추태의 정점에 이재명 대표가 있다"고 비꼬았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사법리스크를 피하고 이재명 대표를 구하려고 또 스스로 방탄하려고 사활이 돼 있다"고 밝혔고,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과 4범 출신의 당사자가 도덕성을 운운하고 있으니 세상이 거꾸로 간다"며 "탄핵 1순위는 이재명 대표"라고 했다. 한동훈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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