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소프트파워가 역전됐다...日상 파고드는 K서비스 [스페셜리포트]
# 장면 1. 현대카드가 금융업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일본 ‘빅3’ 신용카드사 중 하나인 ‘SMCC(Sumitomo Mitsui Card Company)’에 수출했다. 유니버스는 현대카드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고객 초개인화 AI 플랫폼. 이번 계약으로 현대카드는 수백억원을 벌어들이게 됐다.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 단일 소프트웨어 수출 기록도 세웠다. SMCC 측은 “올해 2월부터 6개월간 현대카드와 기술 실증(PoC·Proof of Concept)을 진행, 철저한 검증 끝에 유니버스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도입을 결정했다”며 “현대카드가 세계 최고 수준 데이터 분석·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장면 2. 미용 기술 선진국 하면 흔히 일본을 떠올리는 이가 많다. 국내 유명 메이크업, 헤어디자이너 중에 일본 유학파도 꽤 있다. 그런데 최근 역전 현상이 감지된다. 준오헤어가 그 선봉장에 있다. 준오헤어 소속 강사들은 일본 점유율 1위 염모제 회사 호유가 주최하는 ‘룩앤런’ 세미나에 초청받아 강연을 진행했는가 하면 올해 10월에는 일본 쉐논(CHAINON)헤어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마스터프랜차이즈란 해외 업체가 한국 업체의 상표권·교육·운영 노하우 등에 대해 로열티를 내고 현지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방식을 뜻한다. 한국인이 미용 기술을 배우러 갔던 일본이 이제 한국을 배우는 시대가 된 셈이다.
한국 소프트파워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소프트파워는 문화예술, 정보과학 등을 앞세워 해당 국가에 부드러운 변화를 이끄는 힘을 뜻한다. 외교 용어로 쓰여왔으나 최근에는 경제 분야에서 비제조업 상품·서비스 점유율이 높아질 때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일본이 압도적인 선진국이었던 시절만 해도 한국은 일본 문화나 기술 등을 받아들이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런데 K컬처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제는 한국에서 유행 혹은 각광받는 문화·서비스 등 무형 상품을 일본이 먼저 반영하려 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지난해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억4000만달러를 기록, 또 한 번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1년 이전만 해도 이 분야는 만성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일본과의 교역에서 지재권 수지가 눈에 띈다. 무역수지 부문에서는 여전히 만년 적자다. 그러나 지재권만큼은 흑자(상반기 1000만달러)로 돌아섰다. 지식재산권은 크게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나뉘는데 현대카드 사례처럼 IT·소프트웨어 부문은 물론 K컬처·뷰티·패션·웹툰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일본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AI 마케팅·협업툴 등 노하우 이식
현대카드 사례 외에도 IT 분야에서 빠르게 시장 변화를 알아채고 현지 시장에 깊이 침투한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이 꽤 많다. 모바일 메신저 부문 ‘현지 국민 앱’이 된 네이버의 라인을 필두로 원격제어 서비스(알서포트), 협업툴(플로우), AI 솔루션(올거나이즈), 이커머스 솔루션(유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 문화 콘텐츠 인기는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로 확장되고 있다”며 “특히 제조업 강국인 일본은 최근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IT 시스템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AI,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등에서 앞선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을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일찌감치 일본에 진출, 제조, 통신, 금융 등 2만3000여개 현지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있는 알서포트가 대표적인 성공 진출 사례다. 알서포트는 일본 인력난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현지 맞춤형 원격제어 서비스 ‘리모트뷰’를 선보였다. 2020년 들어서는 발 빠르게 클라우드 기반 원격 솔루션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마침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현지 업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 덕에 2021년부터 해당 분야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일본 MIC 경제연구소 자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알서포트 매출의 60%가 해외, 이 중 상당 부분이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누적 수출액은 2억달러를 돌파했다.
AI 기술 수출에 성공한 기업도 있다. 올거나이즈다.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SMBC)을 비롯해, 노무라증권, 아사카은행, 다이와증권 등 일본 굴지의 금융사와 대기업 150여곳이 이 회사 AI 시스템을 쓴다. 올거나이즈는 기업 업무 생산성을 혁신하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이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도록 LLM 모델 개발부터 프레임워크, 애플리케이션을 한 번에 제공한다.
가장 매출이 높은 제품은 검색증강생성(RAG)을 중심으로 하는 생성형 AI다. 고객사 내부에 있는 다양한 문서나 관련 법령을 학습해 사용자가 물어보면 답을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올거나이즈의 차별점은 사용자가 질문하면 내용이 여러 폴더에 흩어져 있어도 답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답변할 내용이 법률에도 있고 시행령, 지침 등에도 있다면 AI가 차례차례 봐야 할 것이 많다. 이때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답변을 할지 확인하기 위해 에이전트가 필요하다. 사용자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넘어, 어떤 업무든 필요하면 도울 수 있는 ‘업무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에 올거나이즈는 가장 집중하고 있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일본의 첫 금융권 고객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다른 AI 서비스를 쓰고 있었는데 상담사들이 매주 데이터를 일일이 모아 AI에 학습시키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해서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며 “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올거나이즈 제품을 시험 도입해보더니 해당 부서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 현재 SMBC 계열사 서비스 120개에 올거나이즈 제품이 전부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후 입소문이 돌면서 다른 일본 금융사에서도 서비스를 도입, 일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올거나이즈는 내친김에 일본 상장도 추진 중이다.
이미 일본 법인을 설립한 상태이며, 한국과 싱가포르 소재 인력이 사업은 물론 세일즈 지원을 하고 있다.
협업툴 분야에서도 한류가 시작됐다.
토종 협업툴 ‘플로우(법인명 마드라스체크)’는 2023년부터 일본 도쿄 현지 지사를 열어 일본 현지 상주 직원을 배치하고 글로벌 협업툴 ‘모닝메이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진출하자마자 일본 IT 기업 MJS에서 2000여명 전 직원이 쓸 수 있게 계약했다. 이후 모닝메이트는 1년 만에 70여 현지 유료 기업 고객을 확보하며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마드라스체크 해외법인 중 가장 빠른 성장세다.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현지화 전략.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는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과 달리 일본 기업은 신뢰성과 안정성,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을 중시하는데 이런 고객 니즈에 맞춰준 것이 주효했다”며 “경쟁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 온프레미스(사내구축형) 모델을 제공해 차별성을 강화하고 일본 시장 내에서의 입지를 확고히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용·교육·업무 효율화 다양~
한국 소프트파워가 이제는 일본의 일상생활 속으로도 깊이 스며들고 있다. 성형, 미용, 교육,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서비스가 일본 현지에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용 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는 일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강남언니는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많은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가입한 서비스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시점은 2019년. 처음에는 “일본인 환자들이 강남언니 앱을 번역해 병원을 찾는다”는 한국 의사 피드백에 일본 환자들이 한국 병원을 찾는 ‘크로스보더(나라를 넘나드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3개월 만에 병원 상담 신청 건수가 매월 150% 상승하는 등 급성장했다. 이후 강남언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국인 환자 입국이 불가능해지면서 현지화를 선택, 본격적으로 일본 내 성형외과와 피부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전환했다. 특히 2020년 8월 일본의 동종 2위 서비스였던 ‘루쿠모(Lucmo)’를 인수하며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 코로나19가 점차 줄어든 2022년부터는 임시 중단했던 크로스보더 서비스를 재개했다. 현재 강남언니는 일본 내 110만명의 고객과 1300여개의 병원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고객 서비스 후기 건수도 15만건에 이른다.
한국 도심 곳곳에서 간판을 볼 수 있는 준오헤어 역시 일본 미용 시장에의 성공적인 진출로 주목받는다. 2000년대 초반 한류 붐을 타고 일본에 진출한 준오헤어는 최근 일본 복합문화유통그룹인 컬처컨비니언스그룹(CCC)과 MOU 체결, 일본 쉐논헤어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체결을 통해 현지 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준오헤어 관계자는 “일본 고객이 선호하는 세심한 스타일링과 한국의 미용 기술을 결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현재 오사카와 후쿠오카에서 연간 5개 매장을 열 계획이며,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쇼핑몰 마루이와 후쿠오카, 오사카, 신주쿠 등에 입점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들려줬다.
교육 분야에서도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빛을 발하고 있다. 에듀테크 기업 호두랩스는 닌텐도와 협업, 영어 교육 RPG 게임 ‘호두잉글리시’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일본 시장에 선보였다. 그 덕에 현지에서 6만명 이상 회원을 확보했다. 2022년 일본 대표 에듀테크 행사인 ‘아시아 에듀테크 서밋(AES)’에서는 우수상(GOLD PRIZE)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그 덕에 일본 내 10여개 거점 사무실을 보유한 교육 기업 가쿠쇼(Gakusho)와 만나게 되면서 지금은 일본의 학교·학원 등 전통 교육기관에 호두랩스 프로그램을 이식하고 있다.
호두랩스 관계자는 “올해는 주력 상품인 호두잉글리시뿐 아니라, 생성형 AI 기반의 영어 말하기 솔루션 ‘톡트리’도 일본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일본에서 영어와 디지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현장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업무 효율화 분야에서는 명함 관리 서비스로 유명한 ‘리멤버’가 일본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일본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명함 교환이 중요한 문화적 관습으로 자리 잡고 있어 일본을 첫 해외 진출 국가로 선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리멤버는 일본에서는 생소한 AI 기반 명함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약 150만명의 일본 회원을 확보했다. 현재 일본 법인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본격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기업용 명함관리(B2B) 솔루션을 일정 부분 유료로 제공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멤버 관계자는 “한국에서 쌓은 명함 관리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 현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높은 만족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 사용자가 뽑은 올해의 명함 관리 앱으로 5년 연속 만족도 1위에 뽑히기도 했다”고 들려줬다.
뷰티·패션 시장 ‘장악’
바야흐로 ‘K컬처’의 황금기다. 일본에서 역시 뷰티, 패션, 게임, 웹툰 등 다양한 K컬처 콘텐츠들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간 일본이 K컬처 콘텐츠를 한국을 이해해가는 문화 수용 수준으로만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한류를 일본 사회 속의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는 문화 융합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특히 K뷰티는 일본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 중 하나다. 티르티르, 마녀공장, 롬앤, 브이티코스메틱, 미샤 등이 코로나19 시절 일본 시장을 개척했다면 이후 아누아, 어뮤즈, 루나, 조선미녀 등 2세대 K뷰티가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형국이다. K뷰티를 온라인으로 적극 소개했던 이베이재팬(서비스명 큐텐재팬)은 순식간에 업계 3위권 플랫폼으로 급부상했다. 그러자 라쿠텐, 야후재팬, 조조타운 등 현지 플랫폼의 K뷰티 입점 전쟁이 일어났고 엣코스메, 돈키호테, 편의점그룹 등 오프라인 매장 역시 이 시장에 참전하기 시작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미츠코시백화점 역시 K뷰티 팝업 매장을 연 뒤 그 영향력을 확인, 최근에는 K뷰티 브랜드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K패션 바람 역시 만만찮다. 이미 마르디메크르디, 마뗑킴, 이미스, 안다르, 젝시믹스, 아더에러, 디스이즈네버댓, 키르시, 바잘 등은 현지 매장 혹은 자사몰을 내고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유통사의 직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대표적인 예다. 무신사는 최근 일본 도쿄 긴자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며 일본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렸다. 긴자는 일본 패션의 중심지로, 유니클로와 같은 일본의 토종 브랜드들이 밀집한 곳이다. 무신사가 해외에서 팝업스토어가 아닌 상설 매장을 오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내 무신사 인기는 상당하다. 무신사 일본 글로벌 스토어 거래액은 지난 7월 150% 달성 이후, 8월 120%, 9월 100% 등 세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최근 롯데면세점 긴자점에 새롭게 문을 연 무신사관에 한국 패션 브랜드를 찾는 일본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들려줬다.
무신사뿐 아니라 백화점업계도 일본 시장에서 K패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2월 15일까지 일본 도쿄 파르코백화점 시부야점에서 ‘2차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진행 중이다. 앞서 5~7월 진행한 1차 팝업의 경우 2개월간 3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목표 매출의 150%를 달성했다. 역대 파르코백화점 팝업스토어 중 매출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본에서 K콘텐츠가 잘되는 요인 중 하나는 한국 문화에 대한 팬덤 덕분”이라며 “초기에는 한국의 노래, 영화 등 문화적인 콘텐츠 위주로 인기를 끌었다면, 해당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점차 코스메틱으로 이동했고, 현재는 패션까지 넘어온 상태”라고 들려줬다.
신세계백화점은 K패션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구 K패션82)’를 통해 일본 진출에 나선다.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가 14개 국내 패션 브랜드와 함께하는 이번 팝업은 한큐 우메다 본점 3층에서 연말까지 이어진다.
넥슨 ‘블루 아카이브’ 현지 1위
일본은 오랫동안 ‘만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 웹툰이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일본의 전통적인 만화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일본 만화 매체들이 “한국 웹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만화 강국 일본에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일본 웹툰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1위 경쟁이 치열하다.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닷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인 ‘라인망가’는 지난 9월 비게임 앱 중 일본에서 iOS(아이폰 운영체제)와 구글플레이 통합수익 1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까지 카카오그룹 자회사 ‘카카오픽코마’에 밀려 줄곧 비게임 앱 종합 2위에 머무르던 라인망가는 5월, 6월 연속 1위를 차지했고 7월 카카오픽코마가 1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8월, 9월에는 라인망가가 다시 1위에 올랐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 ‘입학용병’ ‘재혼 황후’ ‘상남자’ 등 한국 웹툰이 큰 인기를 얻었으며 ‘신혈의 구세주’ 등 경쟁력 있는 현지
웹툰 발굴이 이어지면서 이용자와 창작자가 모두 증가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고 들려줬다. 특히 카카오의 웹툰 IP를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 ‘무빙’이 디즈니플러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웹툰 IP 기반 콘텐츠의 영향력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일본 전자 만화 시장은 한국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448억엔이 증가한 5647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왕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서 K게임 역시 속속 침투 중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전 세계 유력 게임 시장인 일본으로 눈을 돌리는 와중이다.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출시 후 3일 만에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으며, 곧이어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지난 3년간 누적 5억달러(약 6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넥슨은 하드코어 액션 RPG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통해 일본 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NHN은 일본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게임사 중 하나다.
‘라인 디즈니 츠무츠무’ ‘요괴워치 뿌니뿌니’ 등의 IP를 통해 현지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역시 일본 시장에서 1년 6개월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3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면서 현지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 크래프톤은 일본 개발사인 탱고게임웍스를 매입해 현지 시장을 두드리는 중이다.
라인페이 부진에 사업 철수
물론 일본 시장에서 ‘K’만 붙인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라인’이 현지에서 성공했지만 산하 서비스 중에는 실패한 사례도 꽤 많다. 라인페이가 대표적이다. 라인페이는 네이버가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출시한 간편결제 서비스였다. 하지만 부진 끝에 2021년 8월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와 서비스 연동, 사실상 페이페이에 흡수됐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일본 시장은 상당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PoC(사전 검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인내심을 갖고 현지 인재를 적극 고용해서 일본 시장 내 안착할 수 있게 현지화 전략을 펼칠 수 없다면 ‘K’소프트파워 바람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日 금융사 뚫으니 유통 회사서도 문의 빗발쳐
Q. 현대카드 유니버스는 어떤 건가.
A. ‘고객 초개인화 AI 플랫폼’이다. 현대카드가 마케팅이나 리스크(위험 요인), 운영 등 사업 활용 목적으로 자체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소프트웨어다. 현대카드만의 독창적인 데이터 구조화 기법(Tag)·노하우를 담았다. 데이터 전문 지식이 없어도 고객 분석(행동, 성향 등), AI 기반 비즈니스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고객의 성향, 구매 주기, 가맹점 등을 사전에 AI가 파악·분석 후, 할인 쿠폰 제공 등 특정 제안(Offer)을 적시에 제공해 반응률·카드 사용 금액을 크게 높일 수 있게 했다. 실제 카드 사업에 적용해본 결과 신용 판매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존 대비 수 배에 달하는 정량적인 효과가 입증됐다.
Q. 카드사가 이런 사업 모델을 만든 건 처음인데 애초 이처럼 수출이나 판매를 염두에 뒀나.
A. 그렇다. 기술 개발 후 내부 비즈니스에 효과를 확인하자 본격적으로 외부에 판매하기 위한 상용 솔루션으로서 패키징을 시작했다. 단순히 기술(소프트웨어) 플랫폼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비즈니스 적용 사례와 노하우를 함께 판매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Q. 금융사 외 유통사 등 다른 업종에서도 도입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들었다.
A. 유니버스는 고객, 상품, 거래(트랜잭션) 구조의 대규모 데이터에 최적화돼 있다. 고객 구매 기록이 있는 곳이면 대부분 쓸 수 있다. 특히 대형 유통사는 유니버스를 적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고객 성향을 파악해 어떤 상품을 선호할지 알 수 있고, 최근 행동(거래)의 순서를 분석해 다음 구매할 상품이 무엇인지도 예측 가능하며, 더 나아가 예상 구매 시점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초개인화 마케팅이 가능하다. 이미 현대카드는 PLCC 프로그램을 통해 유통사(코스트코, SSG, 이마트 등)의 마케팅을 이미 지원해왔고 성과를 낸 바 있어 유통사 문의가 더 많이 들어오는 듯하다. 지난해 비자(VISA)와 체결한 전략적 데이터 파트너십을 통해 유니버스의 해외 판매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CEMEA) 기업과도 면밀히 협의 중이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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