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나은 결과 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

거제신문 2024. 11. 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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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거제 남부면 갈곶 출신 '바다의 사나이'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거제신문]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 해양경찰청
"고향 향한 그리움, 마음만은 항상 거제 바다를 향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순경 출신 청장이라는 입지전적 신화를 기록하며 지난해 1월 취임한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가장 낮은 계급에서 출발해 해양경찰의 수장인 청장이라는 최고 지위에 오른 영예 뒷면엔 탁월한 책임감과 성실성·추진력·현장경험 등이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하면 된다'는 좌우명처럼 늘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해왔다는 그는 어떠한 난관과 험한 파도에도 미리 겁먹고 피하기 위한 변명거리를 찾기보다는 일단 부딪쳤고, 문제가 생기면 우회하거나 항로를 변경하는 등 기어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거제시 동부면 갈곶리(현재 남부면으로 분리) 갯가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을 바다와 부대끼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터전이었다.

바다를 헤엄치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수산 관련 학교를 졸업하고 해양전투경찰로 군복무를 마쳤다. 짧은 기간이지만 항해사로 바다를 누볐으며, 해양경찰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바다의 치안과 안전을 책임지는 조직의 총수가 됐다. 청장이 된 후 분신처럼 여기는 trS(무전기)와 24시간 함께 한다는 그는 꽃게잡이 철을 맞아 늘 서해바다를 바라보면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다.

<거제신문>은 퇴임 2개월을 앞둔 거제 출신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을 청장실에서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소회·현안·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거제신문 김동성 대표이사와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의 대담 모습
ⓒ 해양경찰청
- 취임 1년 10개월을 돌이켜 본다면?

"작년 1월 취임 후 지금까지 가장 바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오직 국가 안위와 국민 안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무엇보다 국민이 안전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강인한 해양경찰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또 미래 해양안보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인공위성 기반의 첨단경비체계인 해양 정보융합플랫폼(MDA)과 AI・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행정업무 혁신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자유와 평화·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바다를 통한 국가간 연대와 협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에 베트남에 해양경찰 퇴역함정을 양여했고, 아시아 해양치안기관장 회의(HACGAM)를 최초 개최했다. 필리핀과 해양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역내 국가들과 포괄적 해양안보・안전 협력을 지속 확대하고자 했다.

앞으로도 해양경찰은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하고 더욱 유능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전문성과 역량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 공직문화 혁신계획 진단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장 임무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점수를 준다면?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고 현장에 강한' 해양경찰이 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왔다. 경직된 인사제도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도입한 '속진형 간부 후보제'와 '저성과자 관리방안' 등이 혁신 모범사례로 언급되고 있고, 청년세대 중심의 조직문화 개선그룹을 운영해 혁신과제를 발굴하고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감사하게도 국무조정실·인사혁신처 등이 주관하는 각종 기관평가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져 '인사혁신 수준진단'에서 중앙행정기관 중 2위(외청 중 1위), '정부업무평가' 중 적극행정(5년연속), 행정관리역량(3년연속) 부문에서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제 개인에 대한 평가를 하기보다 해양경찰청이 좋은 평가를 받아 감사하고,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전남 신안군 어선 청보호 전복사고 관련해 수중수색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모습
ⓒ 해양경찰청
- 고향 거제 이야기에 대해 들려달라.

"거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깨끗한 바다로, 수산 동·식물이 많은 명품도시다. 대한민국 어느 바다를 가도 거제도만큼 아름다운 곳은 보지 못했다. 이런 바다에서 꿈을 키우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어릴 적 거제도 전역을 자전거로 누빈 기억이 많다.

사회생활도 거제도와 인접한 통영에서 시작했다. 여러 친구와 어울려 다녔던 추억이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초·중·고를 거제에서 다니며 친구들과 호연지기를 꿈꿨고 순수하게 어울리면서 성장했다. 학창시절을 같이 보냈던 친구들은 지금도 소중한 인연으로 남아 있다.

특히 어머니의 4남1녀 중 막내아들에 대한 헌신·노력·기도 덕분에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갓집의 정치망·굴어장에서 일손을 도와주고 논밭을 갈아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늘 헌신하신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이 많은 친구와 어울리고 사회성이 풍부한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 해양경찰에 입문한 계기는?

"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항해사로 일하던 시절, 바다에서 해양경찰 경비함정을 만나 검문검색을 당한 적이 있다. 멋진 경비정을 타고 나타나 검문검색을 하던 해양경찰관은 물론 군 복무 중이던 전투경찰순경도 멋있어 보였다.

이후 해양경찰 전투경찰 순경으로 군 복무할 때 함께 근무했던 여러 경찰관께서 "제대 후 해경에 투신하면 좋겠다"고 많이 이야기 해줬다. 아무래도 바다와 함께 살아왔고, 또 바다 관련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늘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해양이나 수산 관련 직업이라 생각했다.

가족 중 삼촌들은 군인 출신이었고, 형님들은 육상경찰로 근무했다. 경찰관으로의 생활과 조직에 대한 기본적인 책무·일과 공부를 양립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도 해양경찰의 공직 생활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투신하게 됐다."
 마약범죄 공조 관련 양해각서 교환식
ⓒ 해양경찰청
- 좌우명과 가족관계?

"'하면 된다'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왔다.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하게 되면 정성을 다했고,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

해야 하는 일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미리 겁먹고 피하기 위한 변명거리를 찾기보다는 일단 부딪쳐 보고 문제가 생기면 우회하거나 항로를 변경하는 방법을 찾아가면서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타입이다. 돌아보면 '한 번 해보자! 하면 된다!'라는 태도가 나를 키워온 핵심가치라 할 수 있다.

아내와 쌍둥이 딸을 두고 있다. 쌍둥이는 거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통영과 울산을 거쳐 인천까지 이동과 전학이 잦았다. 무려 다섯 번째에 초등학교를 졸업할 정도였다.

아내의 내조 덕분에 쌍둥이는 반복되는 전학에도 잘 적응했고 적극적으로 리더 역할을 맡는 등 씩씩하게 성장했다. 항상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 해경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해양경찰에 꿈을 갖고, 천직이라 생각하며 일했으면 좋겠다. 꿈을 가지고 입직했다면 단순하게 '회사에 취직했다'는 마인드보다 처음 선서한 대로 경찰공무원으로서 해양경찰 제복을 입고 국가에 몸과 마음을 바쳐서 투신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라면, 과연 나는 해양경찰과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뭘 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비전을 세울 수 있다. 지금부터 탄탄하게 기술을 연마하고 업무를 익히며 바다에서 국민의 부름에 답할 수 있는 그런 마인드와 체력을 다져야 한다. 또 업무능력도 채워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기본에 충실하고 현장에 강해야 한다.

기본이란 말은 굉장히 무서운 말이다. 기본이 돼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탄탄한 내면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사람이다. 기본이 돼 있는 해양경찰로 제 몫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샌프란시스코 해양치안기관장 회의
ⓒ 해양경찰청
- 거제시민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향 거제에 대한 사랑과 애향심은 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나, 해양경찰청장은 바다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마다 무한 책임을 지는 위치이다 보니 자주 가보지 못한다. 하지만 마음만은 항상 거제바다를 향하고 있다. 평생을 떠돌아다니며 생활하는 여우도 죽음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고향을 떠올린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이야기처럼, 제 마음에는 항상 고향 거제를 향한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도 거제에는 많은 가족과 친척·친구들이 살고, 어린 시절부터 많은 추억들이 깃든 곳인 만큼 거제시민 한분 한분이 저에게는 가족 같은 느낌이다.

지방의 많은 도시들이 인구감소와 경제문제를 겪고 있고, 거제도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거제시민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 모든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갈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항상 거제 여러분들을 응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과 보람은?

"해양경찰로 생활하면서 많은 시간을 수사·형사로 근무했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을 처리하면서 바쁘고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그만큼 많은 보람과 추억도 있다.

약 13년간 통영·거제 등 관할 해상과 해안가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처리하면서 형사반장·계장으로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이중 가장 기억나는 사건 하나를 꼽는다면 농아 일가족 실종 사건을 해결한 것이다.

당시 장승포에서 통발어선을 타고 나와 조업하던 농아 일가족 5명이 '기상이 좋지 않아 입항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딸에게 남긴 후 실종됐다. 몇 달간 끈질긴 수사와 결정적 제보를 통해 상선 한 척이 항해 중 충돌해 어선을 침몰시키고 싱가포르로 도주한 것을 밝힐 수 있었다.

이후 한국인이던 해당 상선의 항해사를 입국과 동시에 구속수사 후 송치했고, P&I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자칫 묻힐 뻔했던 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고인이 된 일가족 5명의 영혼을 달래 줄 수 있었다.

사회적 약자인 농아 일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기도 했지만, 고향 거제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더욱 열정적으로 수사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사건해결 후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 외지에 나가 있는데, 거제 출신으로서 거제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거제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늘 위기 극복의 현장이자 중심이었다. 임진왜란 때에는 이순신 장군의 23전23승 신화의 주요 무대였고, 한국전쟁 때에는 메리디스 빅토리호가 도착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이뤄진 곳이다.

또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거제는 우리나라 조선업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 1등 공신이자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처럼 거제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섬이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큰 역할을 했던 곳이다.

더불어 거제가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체험활동이 가능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국내에서는 아직 블루오션으로 통하는 요트·리조트 등 다양한 마리나 산업의 활성화를 시켜 거제의 조선소에서 요트를 생산·수리까지 한다면 세계 수준의 해양레저도시로 거듭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국제회의나 전시·박람회 유치를 통한 MICE산업도 거제의 미래 성장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타지생활을 오래 하면서 이런 거제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거제의 발전될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 마음이 벅차오르는 감동이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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