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 이후 바둑이 승률만 따져… AI로는 명국 안 나와"
이세돌 전 바둑기사가 "인공지능(AI) 알파고 이후 바둑 세계가 승률만을 계산해 기괴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바둑을 예술로 배운 마지막 세대"라며 성적 지향의 최근 바둑계 문화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1일 서울대에서 열린 '인공지능과 창의성의 미래' 특별 강연에 나섰다. 이세돌은 "AI는 승률이 높은 수만 둘 뿐 명국(名局)을 둘 순 없다. 그게 인간 바둑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2016년 3월 이세돌이 구글에서 개발한 AI 알파고와 대국에서 1승을 거두자, 전 세계 언론들은 "인간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날 이세돌은 "알파고에 승리한 대국 때문에 은퇴했다"고 말했다. 최선의 수를 찾는 인간과 달리, AI는 승률이 높은 수를 두기 때문에 당시 대국은 바둑이 아닌 보드 게임에 가까웠다는 이유에서다.
이세돌은 승패가 바둑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승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그 순간 끝난 게 아니다"며 "복기할 때 가장 창의적인 수가 나오는데 AI는 ‘승률이 높아서 이렇게 뒀다’고 하겠지만 그러면 결코 명국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둑 인생에서 정수(正手)를 둬 명국을 두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은퇴까지 명국을 두지 못했다"면서 "내가 바둑을 예술로 배운 마지막 세대일 것"이라고도 했다.
AI가 바둑에 미친 영향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제 혼자 생각하거나 공동 연구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돌려서 AI를 흉내 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예술은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이세돌은 구글과 인터뷰에서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과 무관하게 AI는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선 AI가 너무 필요하기 때문에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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