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놀래키다 킬러로봇에 움찔... 박수만 칠 때가 아니다
[남희한 기자]
"이게 단 기가, 떫은 기가?"
어머니가 와인 한 병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며 혼잣말을 한다. 평소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분이지만, 아들과 함께하는 식사에서만큼은 와인을 즐긴다. 다른 술은 입에 안 맞는데 와인만은 다르다는 그녀. 어느새 들고 있던 와인을 카트에 담고 보드카를 들고 똑같은 독백을 시전하는 그녀를 위해 나는 급히 스마트폰을 꺼낸다.
"어머니, 잠시만요!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 어머니를 위해 ChatGPT와 달콤한 와인을 찾았다. 왼쪽 와인은 탈락. 오른쪽 와인은 합격. |
ⓒ 남희한 |
AI와 맺은 파트너십
AI(인공지능)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그 열기에 나도 함께 녹아들어, 매일 챗지피티와 함께 하고 있다. 몇 달 전 유료 구독을 한 이후 더욱더 가까워진 우리. 적어도 나만은 챗지피티와 절친이 됐다고 믿고 있다.
AI와 함께 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 영어 공부, 여행 정보 습득 및 계획, 학습 도우미, 방탈출 게임을 위한 시나리오 제작까지. 물론 어머니를 위한 와인 선택도 빼놓을 수 없다. 익숙한 분야든 낯선 분야든 AI는 나를 훌륭히 보필한다.
회사에서도 AI는 나의 강력한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AI로 탐색하고 구현하며 놀라운 효과를 보고 있다.
▲ 파트너가 된 AI 챗지피티를 이용해 생성한 이미지. 이제 AI가 없으면 많이 불편할 것 같다. |
ⓒ 남희한 |
물론 모든 것이 자동일리 없다. 챗지피티의 답변을 그대로 믿을 수도 없고,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보고 자료로 만들 수도 없는 일이다. 작성된 내용에 대해 지피티에게 설명을 요청하고 조금씩 높아진 이해도를 바탕으로 추가 자료를 찾고 다시 사실 확인을 했다. 덕분에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지식이 쌓이고 경험의 영역이 확장되는 효과를 얻었다. 빠르게 원하는 것을 얻고 성장하는 AI 활용의 선례다.
"벌써 다 했다고?"
팀장님의 놀란 반응을 보며 다시 한 번 짜릿함을 느꼈다. AI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시간과 노력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은 이런 경험들로 더 공고해진다.
최근엔 아이들 학습에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계획 중이다. 학원비 대신 디바이스와 AI 서비스 구독 비용을 계산하고 있다. 이제는 가르침을 잘 받는 것보다 주체적으로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이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물론 학교 학습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 역시 깔려있다. 내 입맛대로, 내 능력에 맞는 맞춤형 개인 강사를 적시적소에 '창조'해서 도움을 받는 것. 잘만 활용하면 지치지 않고 항시 대기 중인 능력자를 파트너로 두는 것과 같을 테다.
AI 진지하게 이해하기
그렇다면 어떻게 창조하고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AI가 대단한 능력자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활용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몫이다. 필요한 능력자의 '창조'는 그저 이뤄지지 않는다. 그만한 이해가 동반될수록 조금 더 잘 활용하고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책 <박태웅의 AI 강의 2025>(한빛비즈 펴냄)는 이런 고민에 답을 준다. 그리고 AI 활용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경험적 확신에 통계와 논리로 힘을 실어준다. AI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실제 활용 사례들을 상세히 다루고 있는 동시에 그 원리를 상세히 설명한다.
그와 더불어 그동안 편리함에 취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던 관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바로 AI를 마주해야 하는 우리의 태도다.
인류는 사상 유례없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실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셜미디어에서 한 차례 큰 실패를 했고, 지금도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서는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요? - <박태웅의 AI 강의 2025> 중에서
종전과는 달리 AI 모델 정보 공개에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는 거대 기업과 AI가 생성한 정보로 인해 심해지는 오리지널의 왜곡, 그리고 AI가 태생적으로 지닌 윤리적 한계와 위험 등 많은 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산화탄소를 낮추는 과업을 실현하기 위해 AI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요인을 제거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놀랐다. AI로서는 당연한 결론일 수 있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름이 돋았다.
지난 5월 참석한 ISACA(Information Systems Audit and Control Association, 정보시스템감사통제협회) 북미 컨퍼런스에서도 이런 우려와 문제 제기를 접했었다. 정보 시스템(IS), 사이버 보안, 거버넌스 및 디지털 신뢰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이는 글로벌 행사에서 한 강연자의 AI 트렌드 발표 후에 누군가 '킬러 로봇'의 현실화에 대해 물었다.
강연장엔 순간 웃음이 터졌지만 곧바로 진지한 논의의 장으로 변모했다. 강연자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인정했고 그에 대한 방안은 관련 정책과 규범 마련이 시급하다는 정도였다. 맞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는 지금 아마도 산업혁명 이래 가장 큰 인류적 사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모든 사람들에게 AI 리터러시가 아주 긴요합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대응책도 찾을 수 있습니다. - <박태웅의 AI 강의 2025> 중에서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던 AI 발전 방향이 비공개로 틀어진 것과 해결이 요원해 보이는 윤리 문제는 쉽게 합의를 이루거나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우려와 문제는 등한시하고 두 팔 벌려 환호하던 나의 팔이 차분히 내려앉은 이유다.
▲ 박태웅의 AI 강의 유익함에 취해 눈 여겨 보지 않았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
ⓒ 남희한 |
창조를 위해서는 내가 필요한 것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시도를 통한 경험이다. AI가 거의 모든 것을 알아보고 처리해준다지만, 입력 없이는 출력이 있을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출력을 얻기 위해 올바른 데이터를 만들고 똑똑한 질문을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진행 중인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통계적 지식이 필요해졌을 때, 로또를 잘 사지 않는 근거로나 사용하던 확률과 통계 지식을 끌어올려야 했다. 당연하게도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챗지피티는 만능이 아니었다.
챗지피티와 대화를 이어가며 도서관에서 기초 서적을 2~3권 빌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정말로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방향을 모른 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방향을 가늠하며 그 길을 헤맬 때, 그리고 AI가 내놓은 답을 어느 정도는 평가할 수 있을 때 AI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잡이가 된다.
AI를 정말 잘 활용하려면 열린 자세와 유연한 사고,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과 학습이 필요하다. 와인과 통계에 대해 자세히 몰랐던 내가 AI와 함께 시도하고 경험했던 과정처럼 말이다.
사람의 적극적 참여와 판단은 불명확한 정보나 왜곡된 답변으로부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AI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AI를 사용하다보면 마주치는 이 문구의 무거움을 반드시 기억해야겠다. AI가 골라 준 두 병의 와인 중 하나가 별로여도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망칠 수는 없으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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