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해 '한국인 피해' 알리겠다"

윤성효 2024. 11. 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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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장

[윤성효 기자]

[기사 수정 : 2일 오후 10시]

"원폭 피해자가 한국인도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핵은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안된다. 세계 여러 피해자들의 연대를 강화할 것이다."

오는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초청을 받은 정원술(81)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과 원폭 피해 2세인 이태재(65)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장이 각각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강조한 말이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단체인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히단쿄, 아래 '피단협')의 시상식에 일본인이 아닌 사람으로 유일하게 정원술·이태재 회장이 초청을 받았다. 수상단체의 시상식 참가 인원은 30명으로, 브라질에 사는 일본 이민자 1명이 원폭피해자로 함께 하고 나머지는 모두 일본인이다.

정·이 회장은 일본 피단협으로부터 지난 1일 시상식 참석 초청을 통지받았다. 두 사람은 12월 7일 출국해 시상식에 참석했다가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정·이 회장은 시상식 참석과 관련한 항공권 등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일본에 있는 한국원폭피해자지원모임에서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이 회장은 고마움을 나타내고, 추후 해당 단체에 찬조할 생각이다.

정원술 회장 "한국인 원폭 피해자도 있다는 사실을 알릴 것"
 정원술(81)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
ⓒ 윤성효
정원술 회장은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여는 한국에도 원폭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런 계기를 만들어 준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와 피단협에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단협이 핵반대운동을 해서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원폭 투하로 한국인들이 많이 죽었고, 살아 남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그동안 비인도적, 차별을 받아 왔다.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그야말로 빈곤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라며 "한국에도 원폭 피해자가 있는지조차 잘 모른다. 우리 국민들이 모르는데 외국은 더할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한국에도 원폭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는데 한 몫을 할 것이다"라고 했다.

핵 사용을 우려한 정 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라든지 중동에서도 전쟁이 났다는 뉴스를 보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라며 "전쟁으로 인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생명들이 죽어나가고 있고, 많은 피란민이 생겨 안타깝다. 더군다나 핵무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인류 공멸이다"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일제강점기 경남 합천에서 일본으로 강제동원된 부모님 사이에서 1943년 9월 9일 태어났고, 2살 때인 1945년 8월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피폭되었다.

이태재 회장 "세계 곳곳 핵 관련 피해자들과 연대"
 이태재(65)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장
ⓒ 윤성효
이태재 회장은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어제 오후 3시경 받았다. 영광이다"라며 "우리 정부나 관련 공공기관 차원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라고 했다.

이 회장은 "흔히 원폭 피해자는 일본인만 있는 줄 알고 있는데, 그 피해자 1/10 이상이 한국인이다. 이같은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런 사실을 일본 피단협도 잘 알기에 이번 시상식에 한국인 2명을 초청한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한국인 생존자 1662명이 협회에, 후손 3100여명이 후손회에 등록이 되어 있다. 이번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이런 사실을 알리면서 더 이상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에 핵전쟁으로 인한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로 만들 것이다.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핵 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이 아직 가입하지 않았고, 핵우산에 있는 일본과 한국도 가입하지 않아 이번 기회에 모두가 가입하도록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핵을 만들거나 사용, 이동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이 회장은 "정원술 회장을 비롯해 일본 참가자들도 거의 고령이다. 어르신들을 도와 시상식에 참여할 것 같다"라며 "무엇보다 정 회장이나 일본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정리해서 알리고, 여러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역할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는 핵실험이라든지, 핵발전소(원전), 핵물질 등으로 인한 피해자가 많다. 이들과 연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내년이 원폭투하 80년이 되는 해인데, 이를 계기로 핵(무기) 철폐 운동을 세계에 대대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다."

미국에 대해 이 회장은 "원폭투하로 인한 피해자는 있는데 아직 가해자가 없는 셈이 되고 있다. 미국이 인정도,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가해자의 사과도 받아내야 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일본에 대해 그는 "전범국가의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우리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면서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강제노역, 징용으로 끌려가고, 식민지에서 이중삼중 고통을 겪었다"라며 "해방이 되어 귀국했던 사람들은 계속 피해를 입었고, 2세와 3세로 대를 이어 고통이다. 그런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라고 했다.

"지금 우리 정부는 쉬쉬 한다. 원폭 피해자 지원과 관련한 특별법이 2016년에 제정되면서 1세대만 해당이 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1세대들이 돌아가시면서 합천에 있는 원폭피해자복지회관도 텅텅 비어 간다. 2세, 3세도 피해자로 하는 특별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 회장은 "요즘 한반도가 전쟁위기라 걱정이다. 더군다나 핵 사용은 절대 안된다. 핵은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사용을 한다면 인류 공멸이다"라며 "세계가 이번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으로 핵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1945년 8월 일본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고, 당시 발생한 피폭자는 약 74만명, 한국인 피폭자는 10만여명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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