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해태 왕조’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4. 11. 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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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2017년 우승 뒤 다음 해 5위로 추락…연속우승 실패
최형우·양현종·나성범·김선빈 등 주축 선수들의 고령화도 문제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어우타(어차피 우승은 타이거즈)'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불패 기록은 올해도 깨지지 않았다. 타이거즈 야구 역사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말은 용납되지 않았다. KIA 타이거즈는 2024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4승1패 전적으로 해태 시절을 포함해 12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KIA 타이거즈'로만 한정하면 2009년, 2017년에 이어 3번째 통합우승이다. 이범호 감독(43)은 팀이 어수선할 때 지휘봉을 잡아 1980년대생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왕좌에 올랐다. 이제 의문은 하나다.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가 끝난 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인터뷰실에서 나온 질문도 같았다. 타이거즈는 과연 다시 한번 '왕조'를 이룰 수 있을까.

2020년대 프로야구는 춘추전국시대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다 달랐다. 2020년에는 양의지를 앞세워 NC 다이노스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21년에는 KT 위즈가 이강철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역시 창단 이후 첫 왕좌에 올랐다. 2022년에는 SSG 랜더스(전 SK 와이번스)가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개막전부터 시즌 종료 때까지 계속 1위를 유지하는 것) 신화를 이뤄냈다. 2023년에는 LG 트윈스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거뒀다. 그리고 올해 KIA다.

10월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 타이거즈 선수들이 이범호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영의 뒤를 받쳐줄 선수들 나와야 

KIA는 올 시즌 가장 안정적인 투타 전력을 뽐냈다. 팀타율 1위(0.301), 팀홈런 3위(163개), 평균자책점 1위(4.40)였다. 투타 밸런스 속에 2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가 9경기나 나는 절대 독주(87승55패2무·승률 0.613)였다. KIA의 정규리그 득점권 타율은 0.308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을 넘겼다. 그만큼 타선의 집중력이 좋았다는 얘기다. 한국시리즈 때도 KIA는 팀타율 0.302, 팀 평균자책점은 2.86으로 삼성을 압도했다.

내년 시즌에도 KIA 타선은 변함이 없다. 시즌 38홈런-40도루를 기록한 김도영이 프로 4년 차가 되고, 박찬호는 예비 FA 신분이 된다. 베테랑 포수 김태군이 한국시리즈에서 생애 첫 만루홈런을 기록하는 등 자신감을 얻은 것도 큰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올 시즌 동안 김도영(15개·1위)에 이어 팀내에서 결승타(12개)를 가장 많이 쳐낸 최형우(41)가 내년이면 리그 최고령 타자가 되고, 1989년생인 나성범·김선빈·김태군·서건창 등도 3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된다. 1~2년 내 이들을 뒷받침할 선수가 나와야만 '왕조'의 틀을 만들 수 있다. 다른 팀에서 김도영에 대한 분석을 더 철저하게 할 상황에서 김도영만으로는 안 된다. 이우성이나 변우혁, 한준수 등이 더 분발해야만 한다. 

KIA는 투타 모든 지표에서 상위권이었으나 실책 또한 1위(경기당 평균 1.01개)였다. 3루수 김도영(30개)과 유격수 박찬호(23개)가 나란히 실책 부문 1·2위에 올랐다. 내야가 불안하다는 뜻이다. 올 시즌에는 강력한 타선으로 실책을 상쇄했으나 이는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KIA는 4차례 실책을 범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범호 감독은 한국시리즈 뒤 다음 시즌 과제로 "세밀한 부분을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실책 줄이기를 의미한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의리가 내년 후반기에나 팀에 합류하기 때문에 선발진 재편도 필요하다. 10년 연속 170이닝을 던진 1987년생 양현종의 나이를 고려해야 한다. 올해 윌 크로우·이의리·윤영철·네일 등이 차례대로 부상을 당하며 선발진이 붕괴한 상황에서 그나마 대체 선발로 투입된 황동하·김도현이 훌륭한 '잇몸' 역할을 해줬던 것이 희망적인 요소다.

특히 지난 2월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김도현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평균 구속으로 선발에서도, 불펜에서도 제 역할을 해냈다. 시즌 중 4승6패3홀드, 평균자책점 4.92의 성적을 낸 김도현은 한국시리즈 2경기에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황동하 또한 2경기 1⅓이닝 무실점의 성적을 냈다. 김도현은 2000년생, 황동하는 2002년생이다.

10월28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 나선 KIA 김도영 ⓒ뉴시스

우승 확정 후 곧바로 전략회의, 내년 준비

불펜진에서는 전상현·곽도규·정해영이 내년에도 건재하다. FA 자격을 얻은 장현식과의 재계약과는 별도로 최지민의 반등은 필요하다. 내년 시즌부터 피치클락이 도입되기 때문에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적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했던 LG는 올해 불펜진이 무너지면서 정규리그 3위에 그쳤다. 고우석이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하고, 이정용이 입대(상무)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SSG의 경우는 선수 고령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우승 시즌 다음 해 3위를 했고, 곧바로 김원형 감독이 경질됐다. 두 구단의 사례는 KIA에 충분한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재학 KIA 단장은 여러 사례를 데이터화해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는 전략가이기 때문이다. 심 단장은 "우승에 대한 기쁨은 하루 만으로 충분한 것 같다"면서 "전력 유지만으로는 내년에 우승을 못 한다. 더 두꺼운 선수층을 만들기 위한 빌드업이 지금부터 필요하다"고 했다. KIA 구단은 7년 만의 우승 확정 이후 이틀 만에 전략회의를 갖고 팀 중장기 계획을 논의했다.

선수 시절인 2017년 통합우승을 하고 이듬해(2018년) 곧바로 정규리그 5위로 미끄러진 경험이 있는 이범호 감독은 "우승의 기쁨은 올해로 끝난다.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면서 "KIA에는 좋은 젊은 선수가 많고 능력 좋은 베테랑 선수도 많다. 더 발전하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지난 2월 중순에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에 이번 겨울이 팀 사령탑으로서 처음부터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는 첫해가 된다. KIA는 2009년에도 우승 뒤 2010년 5위로 시즌을 마감했었다. 

KIA 선수들은 왕조 건설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인다. 김도영은 "한 선수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는 선수들이 매번 나왔고 팀워크도 좋았다. KIA 왕조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김선빈은 "선수들이 부상만 조심한다면 우리가 장기집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태군은 "장기집권은 당연히 할 수 있는데, 조건이 있다"면서 "우승했다고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어떻게 연습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놓고 다시 한번 (선수들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내년 시즌 개막 때 1승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다시 리셋된다. 다만 KIA는 정복자 입장에서 다른 9개 구단의 도전을 받게 된다. KIA는 2020년대 첫 왕조를 이룰 수 있을까. 답은 오프 시즌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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