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출신' 한수진, GS 주전 리베로 자격 증명

양형석 2024. 11. 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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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일 페퍼저축은행전 리시브47.83%-26디그로 맹활약, GS 시즌 첫 승

[양형석 기자]

GS칼텍스가 적지에서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4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영택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1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6-25,26-24,25-20,25-23)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 후 3경기 연속 0-3 패배를 당하며 최악의 출발을 했던 GS칼텍스는 새 외국인 선수 테일러 프리카노가 출전하지 못한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1승3패).

GS칼텍스는 주포 지젤 실바가 47.62%의 성공률로 32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스테파니 와일러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8득점, 미들블로커 오세연도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0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한다혜 리베로(페퍼저축은행) 이적 후 GS칼텍스의 새 주전 리베로가 된 한수진은 이날 47.83%의 리시브 효율과 함께 26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GS칼텍스의 첫 승을 견인했다.

GS칼텍스의 V3를 이끌었던 리베로들
 한수진은 한다혜 리베로가 페퍼저축은행으로 떠난 후 GS칼텍스의 새 주전 리베로가 됐다.
ⓒ GS칼텍스KIXX
사실 GS칼텍스는 V리그 출범 후 김해란 리베로처럼 국가대표 붙박이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던 배구팬들에게 익숙한 걸출한 리베로를 보유한 적이 없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지난 시즌까지 20번의 시즌을 치르면서 리베로 문제로 고민을 했던 시즌이 한 번도 없었다. 매 시즌 팀의 후위 수비를 든든하게 책임졌던 3명의 리베로 계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V리그가 출범하자마자 GS칼텍스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한 선수는 남지연 리베로였다. 김해란 리베로의 라이벌이기도 한 남지연 리베로는 프로 원년부터 2006-2007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수비상을 휩쓸며 최고의 리베로로 군림했다. GS칼텍스가 2007-2008 시즌 김연경이 버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스를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의 주전 리베로 역시 남지연이었다.

그렇게 리그 정상급 리베로로 꾸준히 활약하던 남지연 리베로는 2012년 트레이드를 통해 신생팀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했다. GS칼텍스는 2가지 이유 때문에 팀의 수비를 책임지던 베테랑 리베로 남지연을 과감하게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먼저 이숙자(KBS N 스포츠 해설위원)와 정지윤의 뒤를 이을 세터 유망주(이나연)가 필요했고 팀 내에 남지연을 대체할 젊은 리베로 나현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8-200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나현정은 2012-2013 시즌부터 GS칼텍스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고 2013-2014 시즌 GS의 두 번째 챔프전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나현정은 2014-2015 시즌과 2015-2016 시즌 리베로 부문 BEST7에 선정될 정도로 리그 최고 수준의 리베로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8-2019 시즌 초 팀을 이탈한 후 그대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나현정 리베로가 '준비된 차세대 주전 리베로'였다면 나현정의 뒤를 이은 한다혜 리베로는 갑작스레 주전으로 나서며 많은 우려를 안고 시작했다. 하지만 한다혜 리베로는 특유의 안정된 수비를 통해 2020-2021 시즌 GS칼텍스의 트레블 달성에 크게 기여했고 지난 4월 3년 8억 7000만 원을 받고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한다혜 리베로의 이적으로 인해 한수진 리베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리시브 5위-디그 3위의 준수한 활약
 한수진은 개막 4번째 경기에서 안정되면서도 날렵한 수비를 선보이면서 GS칼텍스의 첫 승을 견인했다.
ⓒ GS칼텍스 KIXX
한수진은 수원전산여고 재학시절 아웃사이드히터와 세터,리베로를 오가며 활약하던 만능 선수였다. 확실한 대어급 선수가 부족하다고 평가 받았던 2017-201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GS칼텍스는 과감하게 신장 166cm에 불과한 한수진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바뀌지 않고 있는 V리그 신인 드래프트 역대 최단신 1순위 지명 기록이다.

한수진은 고교 시절 공격에서도 재능을 보였지만 프로에서 공격수로 활약하기에 166cm의 신장은 너무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한수진은 루키 시즌 25경기에서 35.29%의 성공률로 19득점을 올렸지만 당시 GS칼텍스는 '쌍소자매' 이소영(정관장 레드스파크스)과 강소휘(도로공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GS칼텍스가 신장의 핸디캡이 있는 한수진을 아웃사이드히터로 키울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결국 세터와 리베로 등 공격과 상관없는 포지션을 전전하던 한수진은 2019-2020 시즌부터 전문 리베로로 자리를 잡았다. 한수진은 수비의 안정감은 한다혜에게 뒤졌지만 뛰어난 순발력으로 많은 디그를 기록했고 GS의 두 번째 리베로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GS칼텍스에서 꾸준히 활약한 한수진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다혜 리베로가 팀을 옮기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 리베로로 활약할 기회를 잡았다.

이제 막 4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팀 성적도 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시즌 초반 한수진의 활약은 분명 기대 이상이다. 한수진은 이번 시즌 GS칼텍스가 치른 4경기에 모두 주전으로 출전해 41.07%의 리시브 효율(5위)과 세트당 4.38개의 디그(3위)를 기록하면서 수비 부문에서 세트당 6.15개로 전체 5위에 올라 있다. 이는 지난 시즌까지 GS의 주전으로 활약했던 한다혜(세트당 5.63개, 7위)보다 높은 순위다.

GS칼텍스는 프로 2년 차 리베로 유가람이 이번 시즌 서베로(서브+리베로)로 활약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리시브의 19.38%와 디그의 26.82%를 책임지는 한수진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한수진 역시 아직 붙박이 주전 리베로로서 이영택 감독의 완전한 신뢰를 받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주전으로서 첫 시즌임을 고려하면 한수진이 나쁘지 않은 초반을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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