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오른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구출 30주년' 잔치 열린다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에는 특별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높이가 31m, 둘레는 14m에 이르고 수령이 700년을 넘긴 노거수(老巨樹)로, 국내 은행나무 중 가장 나이가 많아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다. 천연기념물(제175호)로도 지정되어 있다.
수몰 위기 처한 은행나무 살려
이 나무는 ‘가장 값비싼 은행나무’로도 불린다. 1985년 당시 임하댐 건설 계획이 확정되고 수몰 위기에 처한 이 나무를 옮겨심기 위해 25억원에 달하는 공사비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무게가 500여t이나 되는 이 나무를 옮겨심는 데만 약 4년이 소요되는 대공사였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관련 기관과 전국 각지의 나무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나무가 자리 잡은 땅을 보강해 높이는 방식을 통해 ‘구출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나무를 그대로 15m가량 수직으로만 끌어올려 물에 잠기지 않게 하는 상식(上植) 작업을 통해서다. ‘상식’은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심는 이식(移植)과 달리 나무를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흙을 북돋워 올려 심는 작업을 말한다.
수십억의 사업비를 들여 나무를 옮겨심게 된 것은 주민들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주민들이 ‘이런 나무를 죽여버리면 돈으로도 살릴 수 없다’고 안동시와 한국수자원공사에 간청했고 해당 기관들도 이에 호응했다. 이 덕에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나무 이식 사례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다양한 이야기 품고 있는 나무
용계리 은행나무는 700여년의 세월을 살아온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안동시에 따르면 오래전 탁씨 성을 가진 처녀가 강가에서 은행나무 토막이 물에 둥둥 떠내려오는 것을 봤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해 은행나무를 주워 부뚜막에 묻어 놓고 물을 주고 정성을 들였더니 은행나무가 살아났다.
또 조선 선조 때는 훈련대장이었던 탁순창이 서울에서 내려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은행나무 계(契)를 만들어 이 나무를 보호하고, 매년 7월 나무 밑에 모여 친목을 도모했다고 하는 설화도 있다. 이밖에도 국가적으로 큰일이 있을 때면 나무가 짐승처럼 울어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줬으며, 어린이들이 나무에 올라가 놀다 떨어져도 다치지 않았다는 등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올해는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가 상식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국가유산청은 오는 5일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구출 30주년’을 맞아 열리는 잔치다.
상식 30주년 맞아 기념행사 개최
행사는 용계리 은행나무의 안녕을 기원하는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의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시작으로 ‘은행나무 상식 과정과 의미’ 영상 상영, 경과보고, 당산나무 할아버지 위촉식, 기념사·축사 및 유공자 표창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자연유산이 갖는 가치와 이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자연유산 보존과 활용의 새로운 기회를 발굴·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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