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멈추지 않는 가왕 [하재근의 이슈분석]
11월 1일에 조용필의 정규 20집인 '20'이 발매됐다. 2022년과 23년에 걸쳐 'Road to 20 - Prelude 1, 'Road to 20 - Prelude 2' 등을 통해 선공개된 ‘찰나’, ‘세렝게티처럼’, ‘Feeling Of You(필링 오브 유)’, ‘라’ 등 4곡과 타이틀곡인 '그래도 돼'를 비롯해 ‘Timing(타이밍)’, ‘왜’ 등 3곡의 신곡이 담겼다.
원래 예정보다 상당히 늦게 나왔다. 조용필이 그동안 수백여 곡을 교체하면서 고심을 해왔다고 한다. 완벽주의 때문일 것이다. 그는 그런 완벽주의로 오랫동안 최고의 노래, 최고의 공연을 선보여왔다. 이번에도 앨범 발표 후에 공연이 예정돼 있다.
조용필은 어렸을 때 록음악에 심취해 미8군 무대에서 기타를 쳤다. 그러던 중 밴드 보컬이 입대하자 노래까지 부르게 됐다. 군복무를 마치고 74년에 ‘조용필과 그림자’를 결성했지만 무명가수 생활이 이어졌다.
72년에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발표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이 노래는 원래 1970년에 김해일에 의해 ‘돌아와요 충무항에’라는 제목으로 발표됐었다. 작곡가 황선우가 처음엔 ‘돌아와요 부산항에’라고 썼다가 김해일에게 곡을 주면서 제목이 ‘충무항에’로 바뀌었다고 한다.
‘꽃피는 미륵산에 봄이 왔건만 님 떠난 충무항은 갈매기만 슬피 우네’로 시작하는 노래였는데 그때 유행했던 트로트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반향이 없었고 입대한 김해일이 71년에 휴가 나왔다가 대연각 화제 사건으로 사망하고 만다. 경남 통영시에는 지금도 ‘돌아와요 충무항에’ 노래비가 있다.
이 노래를 만든 황선우는, ‘곡이 이대로 묻히는 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 조용필 등의 몇몇 가수에게 다시 부르게 했다. 그때 ‘돌아와요 부산항에’라고 다시 제목이 바뀌었다. 이 노래는 조용필 같지 않은 느낌의 정통 트로트 창법이고 반주는 통키타 포크 느낌이다. 아마 당시는 조용필이 보컬로 전향한지 얼마 안 된 시점이어서 자신만의 창법이 완성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또는 워낙 무명 신인이라 하라는 대로만 했을 수도 있다. 그때 유행했던 양대 장르가 정통 트로트와 통키타 포크였는데 이 두 가지 코드를 모두 활용한 느낌이다. 그런 상업적 노림수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반향이 없었다.
실력 있는 조용필이 밤무대만 전전하자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전국적 유명인이었던 이회택이 매니저로 나섰다. 이회택은 당시 인기 작곡자였던 안치행에게 부탁해 조용필 앨범을 내게 한다. 그리하여 1976년에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다시 발표한 것이다.
이때 비로소 조용필만의 음악이 나타났다. 76년판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정통 트로트가 아니라 트로트에 록을 섞은 것이었다. 반주도 보다 템포가 빠른 밴드음악 느낌이었다. 이게 초대박을 쳤다. 이 노래가 비장한 느낌을 주면서도 왠지 신나고 응원가로도 많이 쓰이게 된 것은 바탕에 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1980년에 공식 정규 1집인 ‘조용필 대표곡 모음’을 내면서 이 곡의 편곡을 다시 바꿨다. 76년판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사운드가 더 강렬해졌고 조용필의 목소리는 더 비장해졌다. 그후 많이 통용된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80년판이다.
1집이 성공하면서 80년대는 조용필의 시대로 자리매김한다. 조용필은 그야말로 국민스타였다. 초등학생을 비롯한 어린 세대에겐 아이돌과 같은 인기를 누렸고 노년 세대 국민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초등학생부터 최고령 국민까지 열렬히 사랑한 가수는 조용필 이후론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조용필이 그렇게 폭 넓은 사랑을 받은 것은 다양한 음악을 했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도 그는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전진하고 도전했다. 창작을 멈추지 않았고 최고의 사운드를 구현한 공연도 멈추지 않았다.
2013년 19집 '헬로‘로 큰 충격을 줬다. 젊은 인디밴드들이나 하는 모던록을 노거장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번 20집에도 록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들을 시도했다. 대선배가 이렇게 끝없이 정진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것이 모든 케이팝 후배들에게 전범이 될 것이다.
아마 이번 앨범 작업이 물리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던 것 같다. 앨범으로선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약간 미쳐 가지고 21집까지 낼지는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부디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후에 체력이 잘 회복돼서 언젠가 그가 다시 미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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