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꽁꽁, 수출 주춤한 데 미·중 갈등까지 커지면 [무너진 상저하고③]

맹찬호 2024. 11.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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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회복 더딘데 경제 버팀목 수출 어쩌나
2022년 4분기 이후 첫 마이너스…7분기 만
“트럼프 재집권 땐 무역적자 해결 최우선”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확실히 살아난다던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6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던 수출마저 전 분기 대비 0.4%의 감소하면서 GDP 성장률을 1%p(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내수·수출 모두 부진한 침체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출 경고음은 지난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발표 직후 더 커졌다.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전 분기보다 0.4% 감소하면서 GDP 성장률을 1%포인트(p) 가까이 끌어내렸다. 2022년 4분기(-3.7%) 이후 1년 9개월 만에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수출 회복세는 불과 약 1년 만에 눈에 띄게 둔화했다.

수출 회복세가 오래 이어지지 못한 배경에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 지나치게 쏠린 수출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수출이 조정받아 증가세가 둔화했고, 전기차 수요 부진과 완성차·부품업체 파업 등은 수출을 흔드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구조적인 경쟁력 부족 등으로 서비스 수출은 제자리에 머물며 반등의 계기를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약하게 나온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내수 부분은 예상대로 회복되는데 수출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올해 성장률 자체는 4분기 성장률과 무관하게 잠재성장률 이상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에 불확실성이 커진 점에는 정부 내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더 커진 수출 불확실성…‘관세 국가’ 재확인한 트럼프

2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규모 실내 유세가 열리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 덜루스의 가우스사우스 아레나가 지지자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꼽혀온 수출이 주춤하면서 미국 대선의 결과가 전 세계는 물론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급격히 부상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불확실성을 더 짙게 하는 요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할 경우 중국산에는 60%, 나머지 국가 수입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이른바 ‘관세국가’를 천명하며 집권 시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작년 역대 최대(444억 달러)로 나타났다. 올해 1~9월에도 399억 달러를 기록해 앞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펴낸 ‘트럼프 재선 시 통상 정책 변화와 우리의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중국, USMCA(멕시코, 캐나다), 유럽연합, 일본, 베트남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지만 최근 3년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증가율은 연평균 27.5%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해 미국 측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한국 경제는 보다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뜻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은 중국의 생산 활동이 한국의 생산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내수 침체 속에서 잘나가던 수출이 침체로 돌아서게 되면 한국 경제 성장 동력은 힘을 잃게될 가능성이 크다.

부문별로 보면 3분기 민간소비 성장률은 물가 둔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0.2%)보다 0.7%p 성장한 0.5%로 증가 전환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 도입으로 2분기(-1.2%) 감소에서 3분기(6.9%) 증가로 돌아섰다.

반면 건설투자는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2.8% 감소하며 2분기(-1.7%)보다 부진이 심화했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줄고 신규 착공이 감소하면서 건물건설과 토목건설 모두 줄었다.

한편, 한국은행은 올해 전망한 성장률(2.4%)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2.4%(한은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일찍 마주한 저성장, 거품 뺀 냉정한 현실 직시 필요 [무너진 상저하고④]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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