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넘었는데 "소리질러"…민원 넣어도 안 바뀌는 '동네 축제'
서울 양천구에 사는 양모(31)씨는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27일 신정네거리역 인근 자택 바로 앞 6차선 도로에서 열린 ‘제1회 양천가족 거리축제’ 소음에 시달렸다. 그는 “집 앞에 설치된 야외무대에서 하루종일 북소리 등 악기 공연과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며 “해외 출장 후 귀국해 시차 적응도 안 됐는데, 밤 9시 넘어서도 이어진 초대가수의 공연과 환호성에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축제 장소인 신정네거리역부터 서울남부지법 방향 600m 대로변 일대엔 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 주거지가 형성돼 있다. 축제 당일 주최 측인 양천구청의 온라인 게시판에는 소음과 도로 교통통제 관련 민원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양천구 관계자는 “축제 한 달 전부터 주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설명회를 두 차례 진행했고, 학원과 상점 일대를 일일이 방문해 양해를 구했다”며 “신정 1동·4동 거주민들의 소음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무대 방향을 행사장 안쪽으로 돌리는 등 구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전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구 단위가 주최하는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 가운데, 야외 축제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일부 주민들이 생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접수된 소음·진동 민원은 2019년 5만2868건에서 지난해 6만3452건으로 증가했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주거지역 등에서 오전 7시~오후 6시(주간)엔 65dB(데시벨), 이 밖의 시간(야간)엔 60dB 이하로 소음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고정형 확성기, 공사장, 공장 등에 의한 생활 소음에 국한될 뿐, 야외 페스티벌이나 공연 소음은 따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도 지역 축제에 대한 안전관리 계획 수립과 그에 따른 조치 사안은 명시돼 있지만, 소음 관리에 대한 규정은 언급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 축제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지자체장이 축제 시행 이전 소음저감계획을 수립하는 등 지자체의 자율적인 노력에 맡겨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축제 소음 기준은 자치구별로 고시를 통해 지정하게 돼 있다”며 “소음 금지 구역 등 구체적인 제한 규정이 없다. 사실상 생활소음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리돼야 하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주거지 코앞에서 반복되는 축제 소음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은평구 주민 이모씨는 매년 봄·가을마다 집 앞 불광천에서 열리는 축제가 달갑지 않다. 아파트 9층까지 올라오는 행사장 소음 때문이다. 그는 “주말엔 구청 공무원도 근무를 안 해 전화 연결이 안 된다”며 “다산 콜센터로 수차례 민원을 넣어도 개선 안 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2021년 지자체에 축제 소음 관리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으나, 권고 사항일 뿐 실제 법적 효력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1년 서울 강서구 주민 A씨 집 뒤편 공원에서 열린 공연 소음에 시달리다 강서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A씨가 겪은 소음 피해가 사회생활상 통상 참을 수 있을 정도를 초과한다고 보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역 상권 활성화 등 축제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큰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사전에 소음저감 대책과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합의 가능한 소음 수준에 대한 의견을 일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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