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면 에르메스 명품백 드려요"…지방 단지서 무슨일이

최경호 2024. 11.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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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고 있다. 연합뉴스


9000만원 할인에…“학원비도 드립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하면서 건설사들이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고가의 경품을 내거는 등 고육지책을 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사업장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분양보증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A건설사는 최근 전남 장성군에 분양한 아파트 계약자를 대상으로 에르메스·샤넬·디올·구찌 등 명품 가방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과거 가전제품·생활용품 등을 제공했던 아파트 입주 경품이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명품백으로 고급화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3월 청약 당시 총 175가구 중 62가구만 청약해 65%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았다.

앞서 광주광역시 남구에서는 지난 7월 B아파트 건설사가 미분양 80여 가구를 9000만원 할인해 분양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아파트 분양가는 84㎡형 기준 5억9600만원~6억2700만원 수준이었다. 이에 기존 분양자들은 “청약에 당첨돼 매입한 가격보다 분양가가 떨어졌다”며 소급적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8일 대구 서구 한 아파트 단지에 '1억 이상 파격 할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고 있다. 뉴스1


광주 미분양, 5년 새 14배 급증


이와 함께 광주 광산구에서 지난 1월 분양한 C아파트도 10% 할인 분양에 나섰다.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 당시 84㎡형이 4억9000만 원대였으나 미분양 50여 가구 분양가를 4억2000만 원대로 낮춰 미분양 물량을 털어냈다.

아파트 분양을 위해 자녀 학원비 지원을 내건 건설사도 있다. 광주 북구에 분양을 앞둔 D건설사는 “유명 학원이 단지 내에 입점하고, 입주민 자녀의 영어와 수학 학원비를 2년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떨이에 안간힘을 쏟는 것은 경기 침체로 아파트 거래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99가구 수준이던 광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올해 7091가구로 1321% 급증했다.

국토교통부 9월 주택 통계 중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 뉴시스


“건설사 위기, 대규모 분양사고 우려 커”


광주의 미분양 아파트가 5년 새 14배 이상 늘어난 사이 대구(9330가구), 부산(5958가구), 대전(4216가구), 울산(3366가구) 등 다른 대도시 미분양도 급증했다.

미분양 세대 급증은 주택경기 침체 속에 고물가와 건설 자재비 상승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정준호 의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사업장을 중심으로 미분양 세대가 급증하면서 건설업계 자금난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분양사고 발생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대구 서구 한 아파트에 '1억 이상 파격 할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건설사, ‘악성 미분양’에 벌벌


건설사들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하는 것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광주와 전남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각각 1294가구, 3825가구에 달한다. 광주와 전남지역 준공 후 미분양은 2022년 8월 각각 45가구, 680가구에 불과했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대도시 미분양도 급증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1만7262가구로 1개월새 4.9%(801가구)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대구(8864가구), 경북(7507가구), 경남(5507가구), 부산(4871가구) 등이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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