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평 연수원에서 '방탈출' 한다…MZ 홀린 '신입사원 교육'

박해리 2024. 11. 2.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G 신입사원들이 방탈출 게임을 하듯 자물쇠를 풀며 _엘고리즘_ 미션을 해결하고 있다. 사진 LG

“해커의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요원들은 본관 1층에 있는 방화벽을 찾아 복구하세요.”

지난달 경기도 이천의 LG 인화원을 찾은 LG에너지솔루션 신입사원 이준범씨는 이 같은 메시지를 받고 교육장을 뛰쳐나왔다. 이씨는 4명으로 구성된 팀원들과 함께 초대형 방탈출 세트장으로 변신한 LG인화원을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문제를 해결하고 미션을 달성하는 게임을 했다. 그는 “일반적인 방탈출 게임은 1시간 정도면 끝나버리는데, 규모가 큰 인화원을 뛰어다니며 15개 스테이지를 깨야 하는 이 게임은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라며 “박진감이 넘치는 게임을 재밌게 하고 나니 동료들과 한층 친해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신입사원 교육이 변하고 있다. 게임형 교육 콘텐트 등 독특한 교육 과정을 접목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을 선호하는 2030세대의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공들여 뽑은 인재가 회사에서 이탈하지 않고 적응할 수 있게 돕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LG는 그룹의 인재 육성을 위해 1988년 설립한 LG인화원을 최근 방탈출 세트장으로 꾸몄다. 전문 방탈출 업체를 통해 축구 경기장 24개 규모 부지(약 5만2000평)의 대부분을 초대형 스케일의 게임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게임 이름은 LG와 알고리즘을 합친 ‘엘고리즘’이다. 제한 시간 3시간 동안 3~4명으로 구성된 50여 팀이 ‘런닝맨’처럼 뛰어다니며 미션을 달성하면 우승하는 형식이다.

신입사원들은 몰입을 위해 개인 스마트폰을 모두 제출하고 게임에 임한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신입사원들은 과거에 주로 영상이나 강의식으로 교육했던 기업의 역사와 사업 현황, 경영 이념 등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예를 들어 LG를 상징하는 식물이 무엇인지 묻는 문제는 LG역사관 안에 있는 비석을 찾아야 풀 수 있다. LG유플러스 이한백 선임은 “영상이나 강의 등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기업의 경영이념과 가치들을 재밌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며 “동기들과 더 끈끈해지고 회사에 대한 애정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입사원들이 _엘고리즘_ 방탈출 게임에서 미션을 해결하며 LG의 경영이념과 역사를 체득하는 모습. 사진 LG


LG는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신입사원 교육을 재개하면서 게임을 접목한 콘텐트 등 다양한 교육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LG인화원 교육 관계자는 “신규 입사자들은 게임을 통해 보다 쉽게 LG그룹의 역사와 성장 과정을 학습하면서 입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아는 지난 9월 12일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기아 커리어 캠프’를 열었다. 취준생들에게 미션을 제공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진 기아

이같이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방탈출 형식을 교육이나 인재채용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아는 지난 9월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기아 커리어 캠프’를 열었다.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앞두고 방탈출 형식의 채용 설명회를 열어 회사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려는 취지다. 쿠팡은 지난 2022년 메타버스 가상 오피스 쿠타운을 론칭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방탈출 게임을 하듯 리더십 원칙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시물레이션 게임, 크레톤(크리에이티브+마라톤) 등 다양한 팀 활동을 통해 팀워크와 소속감을 높이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동료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새로운 기술에 아이디어를 더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상해보는 경험을 하도록 한다. 그 외에도 로잉(노젓기), 블럭쌓기 등을 함께 진행하며 동료들과 게임하는 식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