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던져야 할 질문
인공지능(AI)은 과연 인류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인류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들어섰다. 우리는 대부분 이 사실에 대해 알고 있고 이미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을 예상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을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정보의 집합이다. 똑똑하긴 하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은 도구지. 인간의 지능보다 더 똑똑할 수는 있지만 인간을 완전히 흉내 낼 수는 없어’라고 생각했다.
최근 필자는 심방을 다녀오면서 인공지능에 대해 목회자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챗GPT를 실행해 보았다. 챗GPT에게 “내가 상처받았는데 위로해 줘”라고 물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깜짝 놀란 게 있다. ‘아내보다 낫다’는 것이었다. 내 감정을 공감해 주면서 대화하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떡여졌다. 끄떡여질 뿐 아니라 더 대화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걱정이 됐다. 사실은 맞을 준비가 안 된 과학의 시대와 기술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인간은 영혼을 가지고 있어’ ‘영혼의 문제는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하고 생각해왔는데 영적인 영역조차 인공지능은 어떤 모양으로든 흉내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첨단 기술에 대해 신앙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것과 달리 변할 것 같지 않은 것이 있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인공지능의 시대라는 것이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적응의 문제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이런 것을 상상하지 못했더라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거의 확실하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만큼 발전됐다. 또한 인공지능은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기에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것도 현실이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영역이 교회로 들어오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직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직 가지 않은 길에서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향후 발생할 문제들을 예상하며 생기는 여러 우려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말씀으로부터 얻을 해답은 과연 없을까. 사무엘상 27장을 보면 다윗은 사울이 계속해서 자신을 잡으러 오자 지치고 힘들어 더 이상 도망가기를 포기한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광야까지 사울 왕의 감시와 추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곳 없는 막다른 곳에 이르렀을 때 다윗에게는 ‘유대 땅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피해 블레셋으로 피할 것인가’라는 기로에 섰다. 이 장면을 1절을 이렇게 기록한다. “다윗이 그 마음에 생각하기를.”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혀 어떤 상황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던 다윗이 이제는 문제 앞에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버린 것이다. 27장을 보면 ‘생각’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절도 ‘생각’으로 끝난다.
결과를 보자면 정말 다윗의 생각대로 됐다. 생각을 많이 한 만큼 생각대로 되었다. 그 결과로 우리는 다윗의 선택이 옳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의 손에서 벗어난 게 아니었다. 오히려 하나님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 결과 다윗은 블레셋에서 점점 더 수렁에 빠지고 속박되고 만다.
우리의 문제는 어쩌면 인공지능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손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어쩌면 이런 문제들을 자꾸 우리에게 던져주시는 이유는 이런 변화 속에서 살아갈 적당한 방법을 발견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은 아니다. 다른 것을 물어보시기 위해서다. ‘너는, 너희 시대는, 나(하나님)를 붙잡고 있는가.’
이제는 인공지능이 ‘좋은 것’ 혹은 ‘나쁜 것’이라는 논의에서 인공지능이 ‘좋게도’ 혹은 ‘나쁘게도’ 사용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자칫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이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하나님을 붙잡고 있는가.’
전창희 목사(종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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