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의 기적’ 입은 교회, 남녀노소 이웃을 품다

전병선 2024. 11. 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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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19> 수원 수성교회
수원 수성교회. 오병이어 기적에 나오는 물고기를 건물 디자인에 반영했다. 오병이어는 보리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다. 언뜻 보면 물고기 2마리 중 1마리만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2마리다. 화강석 판으로 붙인 물고기의 위에 또 한 마리가 있다. 머리가 반대쪽으로 놓인 물고기다. 건물 상단 부분의 곡선 형태를 고려하면 명확하게 보인다. 아래쪽 사진은 교회 전면과 측면 모습. 수원=신석현 포토그래퍼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에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신다. 오병이어는 보리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란 뜻이다. 당시 많은 이들이 예수님을 따랐다. 어느 날은 저녁 식사 때가 됐는데도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예수님은 한 어린아이가 갖고 있던 보리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를 놓고 축사해 5000명을 먹이셨다.

김용국 목사. 수원=신석현 포토그래퍼


수원 수성교회(김용국 목사)는 이 오병이어 기적을 교회 건물에 담았다. 물고기를 현대적인 이미지로 바꿔 건물 전면에 드러냈다. 유리를 붙여 만든 커튼월로 외벽 전체를 시공하고 물고기 모양으로 화강석 판을 붙여 포인트를 줬다. 물고기 눈은 십자가와 빛으로 형상화했고 불규칙한 창으로 물고기 비늘을 나타냈다. 오병이어의 콘셉트 디자인으로 수성교회는 2017년 국민일보가 주관하는 ‘제1회 대한민국 교회건축 대상’에서 설계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소그룹에 특화된 공간 활용

지난 24일 교회를 방문했다. 오병이어 기적을 아는 사람이라면 건물 전면에 있는 물고기 모양을 보고 이곳이 교회라는 것을 알고도 남았다. 그래도 이곳이 예수 믿는 공동체라는 것을 분명히 하려는 듯 건물 상단에 십자가를 붙였고 그것도 모자라 건물 측면에 화강석 판으로 십자가를 형상화했다. 이 십자가는 예수님이 어깨에 짊어지고 가던 십자가처럼 기울어진 형태였다.

수성교회의 이 건물이 네 번째로 건축한 성전이다. 1963년 다락방에서 개척한 교회는 1964년, 1975년, 1987년에 새 성전을 지었다. 현 성전은 2014년 건축을 시작해 2016년에 완공했다. 연면적 9107㎡로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다. 당시 지역 재개발로 보상을 받아 현 종교부지를 샀다. 세진예공이 설계하고 지우종합건설이 시공했다.

수성교회 성도들이 지난 24일 교회 4층 소그룹실에서 모임을 하고 있다.


수성교회는 외관 디자인이 눈길을 끌지만 설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실용성이다. 김용국 목사는 “교회 부지가 좁아서 화려한 디자인은 배제하고 좁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시했다”고 말했다. 이를 가장 잘 반영한 부분이 소그룹 공간이다. 이는 목양실, 찬양대 연습실, 세미나실과 함께 교회 4층에 배치됐는데 공간적인 볼륨감을 뺐다. 복도 쪽 벽면을 유리로 만들어 같은 공간이라도 넓게 보이도록 했고 테이블과 의자는 가볍고 단순한 사무용품을 배치했다. 교회 어른들이 사용하는 당회실도 푹신한 소파 대신 가벼운 의자를 놨다. 필요하면 당회실도 소그룹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수성교회는 소그룹을 통해 성장했다. 현 출석 인원이 1100여명이다. 김 목사가 부임한 후 25년간 성도가 4배 늘었는데 소그룹이 잘됐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에 열린 교회

수성교회 대예배당이다. 중이층 구조지만 1층 아래 기둥이 하나도 없다.

대예배당도 실용적인 면을 크게 고려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특성상 실내에 십자가가 없다. 중이층 구조지만 기둥이 없다. 이전에 예배당 증축 때 기둥을 너무 많이 세워서 시야를 다 가렸다. 그게 한이 돼 큰 비용을 감수하고 기둥을 없앴다. 그러다 보니 인근 초등학교가 학예회때 예배당을 빌려 사용한다. 학교 강당이 있지만 낡았고 운동장에서 행사를 하자니 더워서 쉽지 않았다고 했다. 교회를 안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흔쾌히 예배당에 들어와 행사에 집중한다고 했다.
수성교회 1층 카페와 이곳에서 자원봉사하는 성도들.


인근 동사무소도 이 교회 공간을 빌려 경로잔치를 연다. 지역의 어르신 400~500여명을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고 이벤트를 벌이는데 이곳만큼 쾌적한 곳이 없다는 평가를 듣는다. 수성교회는 자체적으로도 경로잔치를 한다. 1층 로비와 카페도 지역에 열려 있다. 인근은 주택가다. 근처에 카페가 있긴 하지만 이곳처럼 여유 있는 공간이 없다. 김 목사는 “성도가 아니어도 대환영을 하고,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항상 북적거린다”고 설명했다.

오병이어의 콘셉트 디자인이 호감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김 목사 설명이다. “시공사 한상업 대표가 ‘나중엔 건물 자체가 전도지가 될 겁니다’라고 했을 때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어요. 나중에 보니 새 신자로 등록한 이들 상당수가 이사를 와서 교회를 찾는데 건물 보고 교회인 줄 알고 방문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교회는 이 좋은 공간을 통해 복음을 전하려고 고민 중이다. 그중 하나가 일반인 대상 전 생애 돌봄 프로젝트다. 현재도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육아맘 카페’, 두세 살 아이들을 위한 아기 학교, 초등생 돌봄교실, 중고등생 멘토링, 신혼부부 멘토링, 경로대학 등을 운영한다. 대상이 지역 주민이다. 김 목사는 이를 더욱 활성화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채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수원=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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