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의 윤석열 '섭정', 판도라 상자 열렸다 [정기수 칼럼]
“나는 명 씨와 단절했지만, 아내는 달래려고 노력”
무엇을 달래려 했는지 설명 안 할 수 없는 상황 몰려
탁현민, 허은아까지 만나려 한 여사 오지랖 끝 어딘지….
민주당이 11월 대공세를 위해 준비한 ‘회심의 한 방’을 터뜨렸다.
윤석열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일 때(취임 전날, 2022년 5월 9일) 경선 당시 그와 ‘거래’를 한 바 있는 정치 마케터(Marketer, 시장 기획-홍보 전문가) 명태균과 김영선 공천에 관해 통화한 녹음 공개다.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영선 공천 브로커 명태균)
민주당은 이 대화를 공직자인 대통령(공천 확정은 통화 다음 날, 취임 이후이므로 대통령 신분이라는 게 민주당 주장) 불법 선거 개입의 확실한 물증이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그 전의란 물론 탄핵이다. 탄핵 사유, 즉 헌법과 공직선거법이 규정하는 정치적 중립 등 대통령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육성이 공개됨에 따라 사실관계를 직접 설명해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는 있다.
그러나 정황으로 보건대, 통화에 나오는 윤석열의 말은 민주당이 기대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되기엔 충분하지 않다. 자기가 그렇게 했다고 명태균에게 말한다기보다는 그렇게 둘러대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부인 김건희와 명태균의 성화에 못 이겨, (아내가) 하라는 대로 하긴 했는데 (당에서 말이 많아) 잘 모르겠다는 투로 전하고 있다. 사실은 안 했을 수도 있는 맥락이다. 대통령의 공천 지시이고 개입이라면 당에서 말이 많을 수 있나?
대통령실이 그런 취지로 즉각 해명했다. (대통령실 말을 이제 믿어 줄 국민이 많지 않고, ‘경선 후에는 명 씨와 연락 끊었다’라고 한 입장도 뒤집혔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명 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 뿐이다.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
대통령실은 또 “공천 결정권자는 당시 공관위원장 윤상현과 당 대표 이준석이었다. 경남은 헌정사 이래 한 번도 여성 지역구 의원이 배출된 적이 없어서 공관위가 (가장 경쟁력 높은 전 4선 여성 의원인 김영선을) 결정해 결과적으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라며 녹취는 ‘그냥 한 얘기’임을 강조했다.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이란 김건희와 명태균 두 사람 간 ‘거래’를 감안해 중간에서 곤란하지 않게 말을 해준 내용이란 뜻이다. 명태균은 김건희가 ‘선생님’으로 부른, 챙겨 줘야 할 여러 공신(功臣)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국민의힘 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거의 매일이다시피 여론조사 결과를 가져다주면서 윤석열에 유리하게 수치를 마사지(첨삭, 수정)하고 솔깃한 조언(컨설팅)도 해 김건희가 의지했던 정황이 상당하다.
그는 공천 알선 대가로 김영선의 세비를 반씩 나눠 가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구속을 피하려고 김건희와의 통화 녹취를 언론에 흘리는 등 자해-협박 폭로극을 벌여 언론과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민주당의 녹음 공개 후에도 “(대통령과의) 공적 대화가 더 많다. 구속될 경우 다 까겠다”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김영선 세비 ‘반 땅’은 경선 당시 81차례 실시한 ‘윤석열 유리 여론조사’ 비용(3억 7000여만원)을 김건희에게서 받으려다 공천 대가 방식으로 김영선에게서 우회 수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게 사실이라면 고객(明의)과 남편(金의) 승리를 위해 진 빚을 김영선이 갚도록 명태균과 김건희가 합작한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결국 김건희 개입이 또 민주당 공개 녹음에서도 본질이 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윤석열은 이를 암시하는 발언을 저번 한동훈과의 차담 때 했었다.
“대선을 앞두고 명 씨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손잡으라고 조언을 했다(이때 그를 잠시 만났었다는 취지). 이후 나는 명 씨와 단절했지만, 아내는 나와 달리 명 씨를 달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여기서 ‘달래려고’와 ‘그저 좋게’는 목적이 같다. 대통령 부부가 모두 ‘빚쟁이’ 명태균을 무마하려고 했던 것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 녹음을 탄핵으로 연결 짓기 위해 의혹을 부풀리고 다른 녹취들을 또 갖다 붙일 것이다. 김건희 목소리가 또다시 메아리칠 일만 남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나온 것만 진보좌파 인터넷 매체 이명수, 친북 목사 최재영과의 통화-면회에 이어 문재인 청와대 의전 비서관 탁현민과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된 허은아와 장시간 통화하고 만남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 공개도 허은아가 아닌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얘기가 들린다. 대통령실 직원은 왜 이런 걸 언론에 알리려고 했을까? 이 정권의 궁중 간신들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다 김건희 때문이다. 그녀의 대통령 남편 섭정(攝政) 오지랖 끝이 과연 어디까지일지 가늠이 안 된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명태균 녹취에 나오는 이 말이 그 위험을 상징하고 있다.
“‘아니 오빠 명 선생 그거(김영선 공천)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아침에 이렇게 놀라서 전화 오게끔 만들고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 그래서 (윤 대통령이) 얼마나 말이 많은지, ‘나는 분명히 했다’고 마누라 보고 이야기하는 거야. 장관 앉혀, 뭐 앉혀 아무것도 모르는데 XX 이거 앉혀라 저거 앉혀라. (웃음) 안 한 거야. 마누라 옆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야.”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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